투자금 회수하신 <덕혜옹주>의 예진아씨

<덕혜옹주>(2016)의 흥행 레이스에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배우 손예진이 이 영화에 직접 10억 원을 투자했다는 것이 알려진 후, 과연 손익분기점인 관객 수 350만 명을 넘어설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를 찾았으니 손예진의 투자는 성공한 셈이네요. 우리나라는 배우들의 영화 투자가 할리우드에 비해 활발하지 않는 편인데요(혹은 알려지지 않았거나). 직접 이름을 올려 투자하기보다는 출연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거나, 소속사의 투자에 지분을 참여하여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어떤 배우가 어떤 영화에 어떻게 투자했고, 그 성적은 어떤지 풍문으로 흘러나온 이야기들을 통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송강호와 김수현은 투자금에 두배 이상을 회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워렌 버핏'급
<괴물>(2006)에 출연했던 송강호는 출연료 전액을 영화의 제작비에 투자했습니다. 투자액수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당시 국내 최고 배우의 출연료가 5억 원 정도인 것은 감안하면 대략 가늠해볼 만합니다. <괴물>의 손익분기점은 약 500만 명으로 알려졌는데요. 영화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1,100만 명이란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니 100%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뒀다는 소문은 사실일 것으로 보입니다. 봉준호 감독에 대한 믿음과 크랭크인 초반 제작비 압박을 덜어주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하는데 배우 송강호의 영화 보는 눈은 역시 남달라 보입니다.
만듦새의 논란이 가득했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는 무려 696만이라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모든 게 김수현이라는 배우의 힘이었는데요. 손익분기점이 220만인 이 영화에 김수현은 소속사인 키이스트를 통해 지분 참여의 형태로 투자에 나섰다고 합니다. 출연료 4억 원(추정)에 러닝개런티 6억 원 외에도 투자 수익을 얻었으니 진정 투자의 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배우 소지섭은 지금도 꾸준히 영화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은행수익' 만큼 하면 되죠
배우 소지섭은 강지환과 함께 출연한 <영화는 영화다>(2008)에 출연료 전부를 투자해습니다. 당시 순제작비 6 5천만 원이라는 적은 예산을 투입하고 전국 13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소위 대박을 터뜨린 이 영화를 통해 배우들은 적지 않은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급사와 수익금 반환 청구 소송 등 투자 수익 회수에는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지섭은 이후 <오직 그대만>(2011)(스코어 100, 손익분기점 130), <회사원>(2012)(스코어 110, 손익분기점 150) 등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는데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소지섭은 여전히 영화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수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다양성에도 기여하며 또 한번 크게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배우 권상우와 이범수, 이보영은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에 출연료 전액을 투자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시인이자 작사가인 원태연의 감독의 데뷔작이었는데요. 손익분기점은 일본 판매 수익 및 음원 수익, 부가판권 등을 포함하여 관객 수 63만 명 정도였는데 최종적으로는 스코어 72만 명을 기록, 겨우 손해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아무도 믿지 말아요' 언제가 '좋은날'이 올테니까

'복리식 적금'을 권합니다
영화계 후배인 이윤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나를 잊지 말아요>(2016)의 투자유치를 위해 직접 제작사를 차리고 출연까지 한 정우성은 노력에 비해 참담한 결과를 얻었는데요. 총 스코어는 42만 명, 손익분기점인 150만 명에는 한참이나 못 미치는 결과였습니다. 배우 정우성은 사기 건으로도 수십억의 손해를 본 적이 있다고 하는데 아마 너무 선한 성격탓에 남을 쉽게 믿으시기 때문인 듯합니다.
가수 이승환은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 가족들이 학살의 주범을 찾아가 복수하는 이야기인 영화 <26>(2012)이 투자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개인 자격으로 공연 출연료를 미리 받아 거액을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겨 제작된 이 영화는 다행히 손익분기점인 200만 명을 넘어 최종스코어 296만 명을 기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승환은 영화 <밤의 여왕>(2013)에 영화의 손해와 상관없이 원금의 80%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믿고 제법 큰 금액을 투자했지만, 영화는 고작 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처참하게 실패하였습니다. 더욱이 영화사는 고의적으로 투자금 상환을 미루면서 그에게 막대한 손해를 안겨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구라의 폭로 '배우 박중훈, 영화에 50억 투자하여 5억 벌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배우들의 영화 투자 성적표를 알아보았습니다. 영화의 흥행은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는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건전한 투자는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물론 투명한 자금 관리와 철저한 배분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다스베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