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할리우드 배우들. 하지만 이들에게도 배우 이전의 삶은 반드시 있었다. '할리우드 셀럽들의 이색 직업을 모은 기사'(링크)의 속편 격이 될 이야기를 준비했다. 리스트에 빠진 배우 7명의 전직과 더불어 캐스팅 비화를 정리해 봤다.


Brad Pitt

브래드 피트 ≫ 스트리퍼 운전사

대표작: <가을의 전설>, <파이트 클럽>, <오션스 일레븐> 등

<흐르는 강물처럼>

브래드 피트는 할리우드에 입성하기 전까지 경험했던 다양하고도 독특한 직업들을 공개한 바 있다. 냉장고 배달, 패스트푸드점 인형 탈 아르바이트 등 지금의 브래드 피트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직업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건 스트리퍼를 총각파티에 데려다 주는 전문 운전사. "정말 특이한 일이었어요. 온갖 희한한 단기 일자리들이 있는 소개소에서 알게 됐어요. 차가 있었던 저는 스트리퍼 단체의 개인 운전사가 됐죠."


<월드워Z>

스트리퍼의 픽업 서비스를 마친 뒤엔, 고물차 안에서 프린스의 음악을 들으며 돈을 세고 여성들의 옷을 챙기는 일이 그의 일상이었다. 피트는 당시를 우울한 나날의 연속으로 회고한다. 두 달 후 그만 두겠다는 결심으로 스트리퍼 사무실을 찾아 갔을 때를 기점으로 그의 운명은 뒤바뀌었다. 새로 온 스트리퍼 한 명이 연기스쿨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돼 유명 연기강사 로이 런던의 연락처를 얻은 브래드 피트. 그날로 곧장 달려가 연기 학원에 등록했고, 그 결정은 그를 배우로 만들어 줬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 브래드 피트는 여전히 그 날을 "내 인생 통틀어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꼽는다.


Harrison Ford

해리슨 포드 ≫ 목수

대표작: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 등

<청춘낙서>

해리슨 포드는 배우가 되기 전 15년 간 목수로 일했다. 일생의 은인 조지 루카스 감독은 당시 그의 고객이었다. 브라질 뮤지션 세르지오 멘데스에게 스튜디오를 지어주고, 무명이었던 영화 제작자 조지 루카스에게 가구를 만들어 주며 관계를 쌓아온 해리슨 포드. 연기활동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TV 시리즈 <딜론 보안관>, 영화 <LA 현금 탈취 작전> 등의 작품에서 단역, 엑스트라를 하는 정도였다. 목수일은 부업이었지만 동시에 생업이기도 했다. 어쨌든 목수와 고객으로 만난 조지 루카스의 제안으로 그의 작품 <청춘낙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컨버세이션>에서도 작은 배역을 연기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해리슨 포드(맨 오른쪽).

조지 루카스는 점차 유명해졌고 더 큰 사무실을 필요로 하게 됐다. 목수로 고용된 해리슨 포드는 <스타워즈>의 주요 배역 오디션을 준비 중인 루카스의 사무실 제작을 도왔다. 이때 포드에게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 온다. 신인 배우를 원했던 루카스에겐 오디션 최종 후보로 낙점된 여러 명의 배우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상상한 배역에 들어맞는 배우는 없었던 것인지, 돌연 해리슨 포드에게 대본을 읽어달라고 요청한 루카스 감독은 결국 그를 <스타워즈>의 주인공 '한 솔로' 역으로 캐스팅했다.


<블레이드 러너>

이후 조지 루카스 감독은 대담하고 드라마틱한 해리슨 포드의 캐스팅 비화에 대해 "출연료가 저렴해서"라며 농담섞인 인터뷰를 했다. <스타워즈>로 성공적인 블록버스터 데뷔를 치른 해리슨 포드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눈에 띄어 <레이더스>로 시작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주역이 됐다.


Marilyn Monroe

마릴린 먼로 ≫ 군수품 공장 직원

대표작: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뜨거운 것이 좋아> 등

<뜨거운 것이 좋아>

'용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해요" 라는 명언을 남긴 세기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는 캘리포니아의 공장에서 발견된 스타다. 1945년, 부대 사진작가 데이빗 코노버는 무선비행기 군수품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여성들을 발견해 보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 코노버는 이렇게 전한다. "전 프로펠러를 만지는 아름다운 소녀에게 다가가 카메라를 들었어요. 굴곡진 금발 머리의 그녀의 얼굴은 얼룩투성이였죠. 사진을 찍고 다가가곤 놀라서 멈췄어요. 너무 아름다웠거든요. 소녀와 여인의 중간 쯤에 있는 듯한 이미지였어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결국 그때 그 프로펠러는 먼로의 인생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전문 사진 모델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일당 5달러 짜리 모델에서 벗어나 진짜 영화 배우를 꿈꿨고 우여곡절 끝에 꿈을 이뤘다. 커리어로는 정점에 이른 시점에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마릴린 먼로는 할리우드 역사에 없어선 안될 영원한 스타로 남아 있다. '노마 진'을 '마릴린'으로 변화시켜준 핵심 인물은 군부대 사진작가 코노버였다. 그는 그녀의 스타성을 알아봐 준 최초의 전문가였고, 갇혀있던 잠재력을 세상 밖으로 꺼낸 사람이었다.


Steven Seagal

스티븐 시걸 ≫ 합기도 강사

대표작: <형사 니코>, <복수무정>, <언더 씨즈>, <클레멘타인>

<복수무정> / <클레멘타인>

스티븐 시걸의 가라테 촙(손바닥으로 아래 쪽을 치는 타법)은 그를 80·90년대의 만능 액션 히어로가 되게 만들어 줬다. 시걸은 할리우드 근방의 도장에서 합기도를 가르치던 강사였다. 여느 날 처럼 수업을 하던 도중 우연히 만난 할리우드의 에이전트 마이클 오비츠. 그는 193센티미터의 거구 시걸을 한눈에 알아봤다. 오비츠는 즉시 워너 브라더스사에 "그를 만나봐야 한다"고 얘기했고, 기적같은 첫 미팅에서 시걸은 완벽한 유니폼 차림을 하고 가라테, 합기도의 눈부신 기술들을 선보였다. 절도있는 무술 실력에 감복한 그들은 곧장 시걸에게 "우리의 가족이 돼주길 바란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글리머 맨>의 스티븐 시걸(왼쪽).

1988년, 스티븐 시걸의 블록버스터 데뷔작 <형사 니코>는 흥행에 성공했다. 언론은 그를 당대 액션 전문 배우 실버스타 스탤론을 대체할 배우로 지목했고, 스티븐 시걸은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 줄줄이 캐스팅 된다. 당시 언론은 그를 향해 '부드럽고, 파워풀하며, 결코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을 대스타'라며 창창한 앞날을 예고했다. <복수무정>, <언더 씨즈> 등의 히트작을 남기며 액션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듯 했으나, 아쉬운 연기력만큼 따르지 않았던 작품 운은 그를 추억 속의 스타로 잊히게 했다.


Ellen Pompeo

엘렌 폼페오 ≫ 바텐더

대표작: TV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등

<그레이 아나토미>

엘렌 폼페오는 지난 2018년 1월, ABC 스튜디오와 TV 드라마 사상 최고 수준의 출연료 계약을 성사시켰다. 북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그레이 아나토미>의 스타들은 에피소드당 575,000달러, 연봉 2,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받게 됐다. 그녀는 배우가 되기 전 소호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연기를 갈망해 왔지만 어떻게 해야 기회가 찾아오는 지 알지 못했다. 어느 날 밤, 한 손님이 비틀거리며 바에 들어왔고 바텐더였던 폼페오에게 말을 걸었다. 로레알 사의 캐스팅 디렉터였다.


<그레이 아나토미>

"사실, 그 분을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직감했어요. 어떤 제안을 하겠다는. 당시의 저는 굉장히 의심 많은 사람이었던 반면, 그녀는 그렇지 않았어요." 폼페오는 캐스팅 디렉터를 만난 기억을 이렇게 회상했다. 폼페오는 오디션의 기회를 얻고, 금방 일을 얻었다. "굉장히 작은 일이었고, 전 생계를 위한 직업이 따로 있던 사람이었죠. 하지만 절 보세요. 상상하는 그곳에 바로 기회가 있어요." 현재 엘렌 폼페오는 많은 이들에게 <그레이 아나토미>의 '닥터 그레이(Dr. Grey)'로 남아있다. 2005년에 시작한 미국의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는 세계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지난 2018년 9월부터 15번 째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장수 드라마다.


Chris Pratt

크리스 프랫 ≫ 새우 요리점 종업원

대표작: <제로 다크 써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쥬라기 월드> 시리즈 등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크리스 프랫은 현재 가장 잘나가는 할리우드 배우 중 하나지만,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90년대 후반, 프랫은 낡은 밴에서 지냈다. 열 아홉의 나이에 파산했고, 그 후론 집 없는 노숙자였다. "적은 시간을 일하고 대부분은 술과 담배로 살았어요. 겨우 삶을 유지할 정도의 가스와, 음식과 낚시 도구가 전부였죠."라 말하는 그는 데뷔 전 온갖 독특한 일자리를 전전했다. 스트리퍼 생활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고, 집집마다 찾아가 세일즈도 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온 이름을 딴 '부바 검프 쉬림프'라는 새우 요리점에서 일한 적도 있었는데, 이 경험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프랫의 언급에 따르면, '부바 검프 쉬림프'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에 손님도 없는 데다 보수도 적은 식당이었다. 다만 틈틈이 오디션을 봐야 했기에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고, 정말 돈이 없던 시절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기에 적당한 직업이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메뉴 추천을 부탁한 손님에게 미디엄 레어로 구운 특대형 스테이크를 권한다. 거기다 그의 취향대로 버섯과 매쉬 포테이토를 추가하면 완벽하다고 추천하는 것이다. 남은 고기를 먹다가 혼나는 일도 있었지만 어느 날,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이자 영화 감독인 래 돈 총이 손님으로 왔고 그녀는 종업원이었던 프랫에게 배우를 제안했다. 래 돈 총 감독의 단편 데뷔작 <커스 파트 3>에 출연할 기회를 얻은 크리스 프랫은 이후 연기에 전념하기 위해 LA로 이사했다. 우리가 <쥬라기 월드>의 스타 크리스 프랫을 만날 수 있게 된 행운의 시초였다.


Johnny Depp

조니 뎁 ≫ 볼펜 판매 텔레마케터

대표작: <가위손>, <길버트 그레이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등

<길버트 그레이프>

조니 뎁도 배우가 되기 전 안해 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의 조니 뎁이 볼펜을 파는 텔레마케터였다고 상상할 순 없을 것이다. 조니 뎁은 아직 그 일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다. 일종의 '사기'나 다름 없었기 때문. "전화 통화로 펜을 파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핵심은 이거죠. 낯선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최대한 친한 척하며 인사를 겁니다. 가짜 이름을 대면서요. 고급 괘종 시계나 타히티 여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데, 이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볼펜을 구입한다고 약속해야 가능하죠. 최악의 일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요. 난생 처음의 연기를 했던 시절이었다고."


<가위손>의 조니 뎁(왼쪽).

조니 뎁은 밴드 활동도 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기타로 동네 펑크 밴드에서 기타 연주를 했고, 학교도 중퇴했다. 이내 다시 학교를 찾았지만 "꿈을 좇으라"는 교장 선생님의 한 마디에 다시 밴드 생활로 돌아갔다. 하드 락 밴드 '록 시티 앤젤스'의 멤버로 뮤지션의 꿈을 이어나가던 조니 뎁은 당시 5살 연상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로리 앤 앨리슨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첫 번째 결혼이었다. 결혼 생활은 2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이때 그녀의 지인 니콜라스 케이지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로커를 꿈꾸던 그에게 니콜라스 케이지는 배우를 권유했다. 당시 조니 뎁은 집세를 내기 위한 임시 방편 정도로 생각하며 일을 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소중한 인연을 계기로 동종 업계에 몸 담으며 오랜 우정을 나눠 온 두 사람. 2009년, 파산 위기에 몰린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조니 뎁이 발 벗고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니 뎁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케이지의 도움이 컸고, 지금은 그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씨네플레이 심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