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영화를 비롯한 당대 예술계 전반에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는 와중, 여성 영화감독의 활발한 행보 역시 눈에 띈다. 올해와 내년 공개될 그들의 신작을 소개한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아녜스 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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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다 바이 아녜스>
Varda by Agnès
아티스트 JR과 함께한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로 전세계의 갈채를 받은 프랑스의 시네아스트 아녜스 바르다는 올해 베를린 영화제를 통해 신작 <바르다 바이 아녜스>를 공개했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자신의 행보와 파리, LA, 베이징을 여행하며 자기만의 작법인 '영화 쓰기'(cine-writing)에 대해 알리는 2시간 남짓한 다큐멘터리다. 언뜻 2008년에 발표한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과 닿아 있는 작품.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안드레아 아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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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빅 라이즈> 시즌 2
'Little Big Lies' season 2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 키드먼이 제작과 주연에 참여한 HBO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의 두 번째 시즌이 오는 6월 공개된다. <와일드>(2014)로 위더스푼과 연을 맺었던 바 있는 장 마크 발레가 첫 시즌의 감독이었다면 이번엔 <피쉬 탱크>(2009),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2016)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안드레아 아놀드가 연출을 맡았다. 위더스푼과 키드먼은 물론 셰일린 우들리,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애덤 스콧, 로라 던, 조 크라비츠가 시즌2에도 출연할 뿐만 아니라 메릴 스트립이 셀레스티(니콜 키드먼)의 시어머니 역으로 합류한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앤드리아 버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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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키친>
The Kitchen
<월드 트레이드 센터>(2006),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2015)의 시나리오를 쓴 앤드리아 버로프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각색한 <더 키친>을 감독 신고식을 치른다. 1970년대, 뉴욕의 갱단 '아이리쉬 몹' 일원이 FBI에 체포된 사이에 그 아내들이 작전을 수행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멜리사 매카시, 티파니 해디쉬, 엘리자베스 모스가 세 주인공에 캐스팅 됐다.
<캔 유 에버 포기브 미?>
마리엘 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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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
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
작년 많은 매체에서 올해의 영화로 손꼽혔던 <캔 유 에버 포기브 미?>의 감독 마리엘 헬러는 벌써 신작을 만들고 있다. 1968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의 어린이 프로그램 <로저스 아저씨네 이웃>을 진행하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방송인 프레드 로저스의 일화를 영화로 옮겼다. 미국인이라면 거의 모두가 알 만한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는 바로 톰 행크스. 생전 로저스의 유명한 복장을 그대로 따라한 행크스의 인자한 모습이 담긴 이미지가 일찌감치 공개됐다.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엘리자베스 뱅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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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삼총사>
Charlie's Angels
1970년대 중후반 방영된 드라마 <미녀 삼총사>는 2000년대 초 카메론 디아즈, 드류 베리모어, 루시 리우 주연의 영화 시리즈, 2011년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며 명맥을 이어갔다. <맥시멈 스피드>(2003) 이후 16년 만에 '영화' <미녀 삼총사> 리부트가 올해 11월 개봉 한다. 실사판 <알라딘>(2019)의 자스민에 캐스팅 된 나오미 스콧, 이제 막 할리우드에 입성한 영국 출신의 엘라 발린스카,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나탈리, 알렉스, 딜런을 연기해, 배우진 구성부터 기존의 영화판과 차별화를 꾀했다.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2015)로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 실력까지 뽐낸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감독직에 올랐다.
<겨울왕국>
제니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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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
Frozen 2
<겨울왕국>(2014)을 공동연출한 제니퍼 리는, 디즈니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 이래 76년 만에 디즈니 스튜디오 장편 애니메이션의 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최초 여성감독이다. 그간 꾸준히 여성을 메인 캐릭터로 내세운 작품이 꾸준히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두 자매의 성장담을 그린 <겨울왕국>에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는 유독 특별한 터치가 느껴졌던 건 아마 제니퍼 리의 공 때문일 터. 오는 11월, 5년 만에 다시 우리 곁을 찾을 새로운 <겨울왕국 2>는 보다 제니퍼 리의 비중이 크다. 크리스 벅과의 공동연출과 더불어, 성추문이 폭로돼 픽사를 떠난 존 래시터 대신 직접 총괄 제작을 맡고, <히든 피겨스>(2016)의 각본가 앨리슨 슈뢰더와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 전편의 주요 배우진과 음악 스텝들 역시 다시 뭉쳤다.
<웨일 라이더>
니키 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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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
Mulan
엠마 왓슨의 <미녀와 야수>(2017)의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열띤 기세로 제작 진행 중인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 가운데 <뮬란>도 포함돼 있다. 중국계 배우 유역비가 뮬란 역을 맡는 실사영화는 <웨일 라이더>(2002)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디즈니에서 스포츠영화 <맥팔랜드, USA>(2015)를 작업한 바 있는 니키 카로가 메가폰을 잡는다. 드림웍스의 대표작 <개미>(1998), '슈렉' 시리즈 등을 작업했던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가 음악감독에 올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레이디 버드>
그레타 거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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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미국 독립영화계 간판 배우로 이름을 알려 작년 감독 데뷔작 <레이디 버드>로 범상치 않은 연출력으로 할리우드의 기대주로 발돋움한 그레타 거윅은, 저명한 19세기 소설 <작은 아씨들>을 각색한 작품으로 차기작으로 내놓는다. 무엇보다 캐스팅이 이목을 끈다. 각자 다른 커리어를 이룬 젊은 여성 배우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일라이자 스캔런이 네 자매를 연기하고 메릴 스트립, 티모시 샬라메, 로라 던, 루이 가렐 등이 그들을 서포트 한다. 크리스마스에 개봉한다.
<원더 우먼>
패티 젠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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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우먼 1984>
Wonder Woman 1984
샤를리즈 테론의 파격적인 연기로 화제를 모은 장편 데뷔작 <몬스터>(2003)의 패티 젠킨스 감독은 14년 만의 새 영화 <원더 우먼>(2017)을 발표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로 위기에 봉착한 DC 유니버스를 가까스로 구원했다. 젠킨스의 신작은 전작보다 훨씬 일찍 도착할 예정이다. 바로 내년 6월 개봉하는 <원더 우먼 1984>다. 전편이 제1차 세계대전을 주된 배경으로 삼았다면, 2편은 제목처럼 1980년대 냉전시대에서 펼쳐진다고 한다. 크리스틴 위그가 메인 빌런인 치타 역으로 합류했다. 앨런 하인버그가 각본을 썼던 1편과 달리, <원더 우먼 1984> 시나리오는 젠킨스와 <아쿠아맨>(2018)의 제프 존스, <고질라>(2014)의 데이빗 캘러햄이 함께 집필했다.
<치욕의 대지>
디 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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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띵 히 원티드>
The Last Thing He Wanted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치욕의 대지>(원제 'Mudbound')로 고른 지지를 이끌어낸 디 리스의 새 영화는 존 디디온의 1996년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1984년 미국 대선을 취재하던 기자가 무기 거래상인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퇴직하고, 그의 일을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정치 스릴러다. 주인공 엘레나 맥마흔 역에 앤 해서웨이를 비롯, 아버지 역의 윌렘 대포와 엘레나의 문서를 분석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정부 관료 역의 벤 애플렉이 캐스팅 됐다. <치욕의 대지>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를 통해 배급된다.
<다가오는 것들>
미아 한센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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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만 아일랜드>
Bergman Island
미아 한센 러브는 <에덴: 로스트 인 뮤직>(2014), <다가오는 것들>(2016) 등 필모그래피를 거듭하며 일취월장 하는 연출력을 자랑하고 있다. 후반 작업 중인 신작 <베리만 아일랜드>는, 스웨덴의 전설적인 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걸작 <페르소나>(1966)의 촬영지로 알려진 포뢰 섬에 시나리오를 쓰러온 커플이 현실과 픽션이 뒤엉키는 상황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주연에 그레타 거윅이 섭외됐으나 <작은 아씨들> 연출로 하차했고, 그 자리를 <팬텀 스레드>(2017)에서 명연을 선보인 비키 크리엡스가 채웠다.
<더 파티>
샐리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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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Molly
작년 말 한국에도 개봉한 독창적인 코미디 <더 파티>(2017)로 여전히 독창적인 스타일을 증명한 샐리 포터는 2012년 작 <진저와 로사>에 이어 다시 한번 엘르 패닝을 기용해 새 영화 <몰리>를 작업하고 있다. 정신적인 문제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보호하는 몰리의 24시간을 따라가는 이야기라고. 몰리의 아버지 역은 하비에르 바르뎀이 맡고, 셀마 헤이엑과 크리스 락 등도 출연한다.
문동명 /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