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원색 여신’으로 유명한 그녀는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원색 드레스들을 소화하며 패션계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루피타 뇽은 무엇보다 본업인 영화배우로서 빛을 발하는 배우다. <노예 12년>으로 화려하게 장편 영화 첫 데뷔를 치른 이후, 할리우드의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들의 러브콜에 화답하며 얼굴을 알리고 있는 그녀. 원석 같은 배우 루피타 뇽이 거쳐 온 영화들 속 캐릭터들을 복습해보자.


<노예 12년>

<노예 12년> 팻시 역

1840년대, 흑인들이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가는 것이 만연했던 시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음악가로 자유로이 살던 솔로몬(치웨텔 에지오프)는 공연제안을 받아 간 워싱턴에서 정신을 잃게 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가 있는 곳은 노예 수용소. 노예로 팔려간 그는 12년의 시간 동안 두 주인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드윈 엡스(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게 된다.

루피타 뇽은 에드윈 엡스의 목화 농장에서 일하는 노예 팻시 역을 맡았다. 주인인 에드윈의 성적 착취와 집착 안에서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루피타 뇽의 모습은 주인공 솔로몬 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어둠 속에서 죽음을 부탁하는 절박한 팻시의 얼굴은 당대 노예들의 지난한 삶을 그대로 담아낸 듯 했다. <노예 12년>으로 첫 장편 데뷔식을 치른 루피타 뇽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 받았다.

<노예 12년>

2014 아카데미 시상식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라스트 제다이> 마즈 카나타 역

신인이나 다름없던 그녀가 아카데미 이후 할리우드의 러브콜로 선택한 영화는 다름 아닌 <스타워즈>!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의 시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루피타 뇽은 마즈 카나타를 연기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타워즈>에서 루피타 뇽의 얼굴은 1도 찾아볼 수 없으니. 왜냐하면 마즈 카나타는 CG로 제작된 인물이기 때문. 마즈 카나타는 포스 유저로 타코다나 행성에서 천 년이 넘는 시간동안 성에서 술집을 운영해 온 캐릭터다. 마즈 카나타를 연기하기 위해 루피타 뇽은 모션 캡쳐 방식으로 연기하였으며, 모션 캡쳐의 달인 앤디 서키스가 루피타의 연기를 도와주었다고. 이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도 홀로그램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루피타 뇽은 시리즈를 장식할 마지막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9>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CG 전, 후


<정글북>

<정글북> 락샤 역

<스타워즈>에 이어 안타깝게도 루피타 뇽의 얼굴을 스크린에서 보기란 힘들었다. 차기작 <정글북>에서도 얼굴이 아닌 목소리로만 등장했기 때문. 주인공 모글리(닐 세티) 역을 제외하곤 모든 것들이 CG로 이루어진 <정글북>에서 루피타 뇽은 엄마 늑대 락샤 역에 출연, 늑대이자 모글리의 엄마로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목소리 연기를 해내었다. 루피타 뇽은 캐릭터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늑대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늑대들에게는 서열과 위계가 있어서 다른 늑대 새끼들과 어울리려 노력하는 모글리만의 어려움이 있지만, 락샤가 관여하는 한 모글리는 무리의 일원이다.” 라고 언급하였다.

<정글북> 락샤


<블랙 팬서> (좌) 루피타 뇽 (우) 레티티아 라이트

<블랙 팬서> 나키아 역

작년 초 전 세계를 강타했던 마블의 새 히어로 <블랙 팬서>. 루피타 뇽은 티찰라/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의 전 여친(이자 현 연인) 나키아 역을 맡았다. 외국에서 첩보활동을 위주로 외교 활동을 하는 나키아는 와칸다의 기술력을 공개하고 난민들을 받아들이자는 입장에서 티찰라와 부딪히기도 하는 인물. 동시에 티찰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외교 능력자이기 때문인지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에서 “소삐아 아줌마~ 얼굴 보니 춋네요”, “코마워요~” 등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 한국 팬들에게 친근감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블랙 팬서를 수호하는 5부족 중 하나로, 이후 액션신에서 티찰라의 동생 슈리(레티티아 라이트)와 함께 액션까지 소화해내며 액션배우로의 가능성도 선보였다. 한편 루피타 뇽은 <블랙 팬서> 개봉 당시 홍보 차 내한한 바 있으며, 팬들에게 상당히 스윗했다는 후문이 있다.

<블랙 팬서>

<블랙 팬서> 내한 당시 모습 / 사진 출처 iMBC, 연합뉴스


<어스>

<어스> 애드레이드 윌슨 / 레드 역

‘루피타 뇽의 대표작’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노예 12년>이었지만, 이 영화가 개봉한 이상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겟 아웃>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는 어느 날 문득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도플갱어들이 나타난 세계를 그린 영화다. 과거 가족과 함께 놀러 간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자신과 똑같은 아이를 보고 충격에 빠져 실어증에 걸렸던 애들레이드(루피타 뇽). 30년이 흐르고 남편, 아이들과 함께 다시 산타크루즈 해변 인근의 별장으로 휴가를 가게 된 그녀는 자꾸 과거의 충격이 되살아나 힘겹기만 하다. 이유 모를 두려움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애들레이드는 의문의 가족이 집 앞에 서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존재들임을 본 가족들은 패닉에 휩싸이고, 도플갱어와 의도치 않은 술래잡기를 시작하게 된다.

루피타 뇽은 <어스>에서 핵심이 되는 주인공 애들레이드와 도플갱어 레드 역을 맡아 1인 2인 연기를 선보였다. 탁하게 찢어지는 목소리와 섬뜩한 얼굴을 한 레드는 최근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었던 어느 캐릭터보다 강렬하게 다가올 것. 루피타 뇽은 이 영화를 통해 2020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였다.

<어스>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