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출신 애니메이터, 스튜디오 톤코하우스의 창립자 로버트 콘도, 다이스케 쓰쓰미 인터뷰

(왼쪽부터)다이스케 쓰쓰미, 로버트 콘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의 창립자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쓰쓰미가 한국을 찾았다.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톤코하우스는 그리 익숙지 않은 제작사지만 두 사람이 만든 단편영화 <댐 키퍼>(2014)가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로 오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쓰쓰미는 모두 픽사 스튜디오 출신의 애니메이터다. 다이스케 쓰쓰미는 루카스 러닝과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 등에서 비주얼 개발 및 키컬러 아티스트로 일하다 2007년 픽사로 이직해 <월•Ⓔ>(2008), <토이 스토리3>(2010), <몬스터 대학교>(2013) 등에서 조명감독과 예술감독으로 일했다. 아마도 다이스케 쓰쓰미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픽사 출신이란 공식 타이틀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조카사위로 더 자주 언급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시의 홍보 담당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웃집 토토로>(2001)의 주인공 '메이'가 바로 다이스케 쓰쓰미의 부인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란 사실을 귀띔해줬다. 그와 함께 톤코하우스를 만든 로버트 콘도는 2002년 대학 졸업 후 픽사에 입사하자마자 <라따뚜이>(2007)의 아트디렉터를 맡았던 인물로, 픽사에서는 그 이후 지금까지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연소 아트디렉터라고 한다. 그가 세트감독 및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작품이 <몬스터 대학교> <월•Ⓔ> <토이 스토리3> 등 픽사의 주요 작품이란 사실이 이를 증명해 보인다. 애니메이터로서는 거의 모든 걸 이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두 사람은 왜 픽사를 박차고 나와 독립을 결심한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작품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와 이미지를 담고 있을까. 궁금한 점을 한가득 안고 전시가 한창인 청담동의 한 전시장을 찾아갔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 <댐 키퍼>는 그동안 국내에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는 톤코하우스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어떻게 전시를 열게 된 것인가.

로버트 콘도 주변에 한국 지인들이 많았다. 톤코하우스의 멤버 중 <댐 키퍼>의 슈퍼바이징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에릭 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업체 ‘재미고’의 스티브 양 대표 등 같은 주제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톤코하우스를 알릴 기회를 찾던 중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다이스케 쓰쓰미 나는 일본인이지만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한국, 대만, 중국, 일본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아시아인으로서의 동질감을 갖고 살아왔다. 일본 전시 때도 반응이 좋았는데 한국에서도 환영받았으면 좋겠다.

전시장 2층에 마련된 상영관에서 방금 <댐 키퍼>를 관람했다. 밝고 희망적인 애니메이션을 예상했는데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랄까.

로버트 콘도 이 영화는 어둠에 관한 영화다. 영화의 주제는 미국 코믹스에서 주로 접할 수 있는 영웅담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신이 영웅인지 모르는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게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두 번째로 중요한 관점은 마을의 댐을 지키는 댐지기로서의 피그가 세상이 변하지 않는 가운데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이 바뀌게 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서로 어떻게 인연이 닿아 톤코하우스를 기획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다이스케 쓰쓰미 우리는 픽사에서 <토이 스토리3>, <몬스터 대학교>, <코코>(2017) 등의 예술감독을 맡아 제작에 함께 참여했는데 평소 사무실도 바로 옆이라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픽사에는 자신의 업무를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쉬면서 다른 외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코-워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는 본인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작품을 마음껏 만들도록 허락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인데 덕분에 <댐 키퍼>를 만들 수 있었다.

로버트 콘도 픽사는 잘 알다시피 수백명이 한 작품을 만드는 데 달려들지만 각자 맡은 파트의 일만 하기 때문에 지루할 수 있다. 그런데 <댐 키퍼>는 직접 우리가 각본도 쓰고 연출도 하다보니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댐 키퍼>의 세계관은 모든 캐릭터가 동물로 표현된다. 그런데 주인공으로 왜 돼지를 택했나.

다이스케 쓰쓰미 앞서 로버트가 말했던 것처럼 <댐 키퍼>는 숨은 영웅의 이야기다. 그래서 청소부처럼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일하는지 모르는 그런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흔히 사람들은 돼지를 지저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돼지는 정말 깨끗한 동물이다. 그런 그가 사실은 마을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하는데 돼지라는 외형에 그런 의미를 담았다.

<댐 키퍼>는 마치 손으로 스케치한 것 같은 독특한 그림체로 이뤄져 있다. 선을 명확하게 긋기보다는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지 않는, 수채화 같은 장면도 보일 때가 있다. 전체 연출 방향은 어떤 컨셉에서 이뤄졌나.

로버트 콘도 우리가 아트디렉터로 일할 때 서로 비슷하게 그리는 데 익숙해 있었다. 그때 만들어낸 아이디어인데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제 붓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비록 디지털 페인팅이긴 하지만 8천장 넘는 프레임을 하나하나 일일이 그려넣는 작업이 필요했다. 덧붙여 빛을 부각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다.

<댐 키퍼>를 만드는 데 제작 기간과 인원은 얼마나 동원되었나.

로버트 콘도 전체 9개월 정도 걸렸다. 3개월은 픽사의 프로그램 기간이었고 나머지 6개월은 아침이나 새벽시간에 작업하거나 아니면 퇴근하고 밤에 작업했다. 7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대부분 아마추어 학생들이었다.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모집하고 그들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가면서 작업했다. 전문가를 데려오면 능숙하게 작업할 수 있었겠지만 <댐 키퍼>의 제작방식은 교육에도 방점이 찍혀 있었다. 작업시간보다 되레 그들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애초에 제작 목적이 불분명해서 영화제 출품 응모에 떨어지곤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자신들이 참여한 작품의 오리지널 아트워크를 경매하기도 했다고.

로버트 콘도 흔히 영화 작업의 겉모습만 보고 매력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였다. 내가 알지 못한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었으니까. 픽사에서 일할 때는 쓰쓰미와 의견 충돌이 거의 없었지만 <댐 키퍼>를 만들면서는 자주 의견이 갈렸다. 그 합의점을 찾기가 쉽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동업자로서 믿음을 더 가질 수 있었다.

처음 애니메이터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뭔가.

로버트 콘도 어릴 때부터 디즈니나 워너브러더스 카툰을 보며 자랐다. 그때 애니메이터가 돼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패션디자이너여서 그림 그리는 데 익숙했다. 픽사에 입사해서는 일보다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오래 다녔던 것 같다.

다이스케 쓰쓰미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자라면서 수많은 만화를 접하며 살았다.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전업 화가의 길을 가야 하는 거라 생각했다. 미국 유학 시절에 비자가 필요해서 취직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내 적성을 찾았던 것 같다. 화가는 혼자 작업하지만 애니메이터는 여럿이 함께 작업하는, 일종의 팀스포츠 같은 거라 적성에 잘 맞았던 것 같다.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展: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 전시 전경.

<댐 키퍼>의 작업방식에서도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톤코하우스는 교육 사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또 많은 활동을 하는 것 같다.

로버트 콘도 스튜디오에서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다. <댐 키퍼>를 만들면서도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했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고, 전시장 2층에 전시된 워크북도 교육 사업의 일환이다. 톤코하우스의 작업이 어린 친구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픽사에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에 왜 픽사를 박차고 나와 독립할 생각을 갖게 된 것인가.

로버트 콘도 픽사가 꿈의 직장이라는 건 직접 겪어봐서 잘 알고 있다. 모든 애니메이터가 픽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성장의 기회 때문이다. 우리 역시 픽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만둘 때는 픽사 내에서 우리의 입지가 가장 정점을 찍었을 때다. 그런데 9개월 동안 <댐 키퍼>를 만들면서 매일이 도전이었다. 우리의 실수를 바로잡아가면서 느낀 것은 처음 애니메이터를 시작할 때의 그 두려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는 거다. 우린 그동안 편안함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댐 키퍼>를 만들면서 다시 느꼈던 감정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복귀해서 <코코>를 만들면서 독립을 결심하게 됐다. 매일 도전하는 삶, 두렵지만 흥분된 감정을 갖고 싶었다.

다이스케 쓰쓰미 처음 톤코하우스를 시작할 때는 정말 조그마한 방 한칸에서 시작했다. 사업자 등록하는 법부터 인터넷 설치까지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재미가 좋았다. 한번은 와이파이가 안 돼 픽사 근처 카페에 자리 잡고 일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려운 길이었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잘 버텼다.

톤코하우스의 앞으로의 계획은.

로버트 콘도 2018년부터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 사사키가 연출하는 <슬리피 파인즈>가 있다.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미스터리한 뮤지션들 이야기이고 그의 첫 감독 데뷔작이 될 거다. 에릭 오는 SF 소재의 <레오>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한국과 관련한 이야기도 등장한다고 한다.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배경 설정 등이 모두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다이스케 쓰쓰미 나는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던 일본 전설을 바탕으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오니>를 준비 중이다. <댐 키퍼>의 장편 프로젝트도 로버트 콘도와 함께 공동 연출로 진행 중인데 지금 소개하는 이 작품들은 대부분 제작 초기 단계여서 언제 완성될 거라고 확답하기는 어렵다.

로버트 콘도 톤코하우스는 끊임없이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매체만 고집하지 않는다. 장편, 단편, 그래픽노블 혹은 전시회나 영화제 등 다양한 채널과 포맷을 통해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프로젝트마다 해당 지역사회와도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길을 계속 고민 중이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톤코하우스의 대표작 미리보기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展: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를 즐기는 법

전시장 1층 전경.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톤코하우스의 창립 계기부터 만나볼 수 있다. 어떻게 처음 <댐 키퍼>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제작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기초 제작 공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놓은 안내 부스도 있어서 아이들이 한눈에 이해하기 쉽다. 톤코하우스의 순회 전시는 각 지역의 예술가들과 협력해 기획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재미고와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가 손을 잡고 추진했다.

5월3일부터 8월31일까지 열리는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展: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에서는 톤코하우스가 제작한 단편영화와 제작 중인 영화들의 기획서와 컨셉아트, 원화, 피겨 상품 등의 전시를 볼 수 있고 실제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재능꾼들이 모여 만드는 깊고 넓은 세계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들이 모여 만드는 작품은 하나같이 그들 스스로 정말 즐거워하며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전달받게 된다. 톤코하우스의 작품들을 만나보자. 이미 만들어진 작품과 앞으로 완성될 작품들을 모두 소개한다.


<댐 키퍼>(2014)

감독 로버트 콘도, 다이스케 쓰쓰미

18분 분량의 짧은 단편으로 톤코하우스의 간판 영화다. 마을 변두리에 위치한 풍차에서 홀로 사는 소년 피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작은 덩치의 몸으로 힘겹게 풍차를 작동시키고 등교를 한다. 그가 매일 풍차를 작동시키는 모습은 마치 수행자의 고행을 보는 것 같다. 그렇게 매일 풍차를 돌리는 그는 정말 고마운 존재인데 학교에서는 냄새나고 더럽다고 친구들에게 놀림받는다. 이런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건 폭스뿐이다. 어느 날 마을의 댐을 넘어 이상한 기운의 스모그가 덮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모두 혼비백산하고, 마스크를 항상 상비해 다니던 피그는 풍차 집으로 전력 질주한다. 누군가 우리 주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리는 작품이다. 마을을 덮치는 스모그의 정체가 뭔지, 피그의 부모는 왜 나타나지 않고 혼자 사는지 등의 이야기는 무한하게 확장이 가능하다.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재난영화의 비관적인 메시지가 아름다운 터치의 그림을 통해 펼쳐지니 아니러니하다. 장편도 기획 중인데 이십세기폭스와 함께 개발하다가 최근 디즈니 인수 이후 다시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댐 키퍼: 피그 이야기>(2019)

감독 에릭 오

톤코하우스의 첫 단편 시리즈. 피그가 어떻게 자신이 댐지기가 되었는지를 기억하는 이야기다.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된 피그는 폭스와의 우정을 통해 사랑과 가족에 대해 배우고 함께 마을 사람들을 돌본다. 대사가 거의 없으며 자신에게 풍차와 집을 물려주고 떠난 아버지를 찾고자 하는 마음과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부딪친다. 애니메이션의 수채화 표현법은 따뜻한 정서적 기운을 불어넣는다. 에릭 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그는 원작 단편 <댐 키퍼>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았다. 이 작품은 훌루재팬과 제작 협력을 맺었고 2018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TV부문 최고상인 크리스털상을 받았다.


<뭄>

감독 다이스케 쓰쓰미

이야기는 세상에서 버려진 물건들에 달라붙어 있던 기억들이 모여 살고 있는 신비로운 땅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세계의 기억들은 자신의 물건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떨쳐버릴 준비가 되면 그 물건을 이 세상에 놓아주고 신비로운 땅으로 떠난다. 그런데 뭄이라는 기억은 다른 기억들과 달리 신비로운 땅에 갇혀버린 소방관 모자의 기억이다. 어느 날 뭄은 발레 슈즈에 들어 있던 기억 루빈을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루빈에게 신비로운 땅을 소개해주겠다며 따라다닌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루빈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톤코하우스가 일본의 프래프타(Craftar), 마르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공동 작업하는 작품.


<오니>

감독 다이스케 쓰쓰미

일본의 신화적인 이야기를 현대 배경으로 가져온 작품이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다이스케 쓰쓰미 감독은 어릴 적 듣던 괴물과 신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살았다. 이제 그는 ‘야요로즈노카미’라고 부르는, 사물과 생명체에 깃들어 사는 800만개의 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천둥의 신 나리돈과 그가 입양한 딸 오나리의 황당한 모험을 담은 시리즈물로, 오나리는 주변 아이들과 달리 사납고 괴물보다 더 괴물다운 성격을 지닌 캐릭터다. 신의 세계가 아닌 인간세계에서 온 사람아이다. 그래서 주변의 신 캐릭터들이 각자의 초능력을 발전시키고 신이 되어가는 동안 오나리는 인간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날씨를 관장하는 신의 아이들 혹은 지진을 다스리는 신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오나리가 아버지와 친구들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신계와 인간계의 중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점이다. 다이스케 쓰쓰미 감독은 지역색이 강한 민담을 해외 관객에게 소개할 생각으로 기획 중이다.


<슬리피 파인즈>

감독 크리스 사사키

픽사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 사사키가 연출하는 작품으로 그는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한 바 있다. 미스터리한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슬리피 파인즈>는 그의 첫 연출 데뷔작이 될 예정. <슬리피 파인즈>는 한 어린 아마추어 밴드가 그들의 조용한 꿀공장 마을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이야기다. 이 밴드는 데뷔와 동시에 해체 위기에 놓이는데 메인 보컬인 꿀벌을 비롯해 모든 벌들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밴드의 정체성을 전적으로 꿀벌들에게 의존하며 운영했던 멤버들은 갑자기 방향을 잃고 당황한다. 하지만 금세 변화를 인정하고 밴드의 성장을 만들어낼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다.


전시장 2층 전경. 전시장 1층에서 톤코하우스의 작품 세계를 만나본 다음, 2층 전시장에서는 작품 세계를 직접 체험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상영관에서는 작품을 직접 관람할 수 있고 전시를 기획한 재미고에서는 관람객에게 독특한 관람 경험을 선사하고자 증강현실(AR) 모드를 도입했다. 톤코하우스 전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뒤에 실행하면 전시장 곳곳에 숨은 캐릭터의 활약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2층 전시장 한쪽에는 구글의 두들러로도 활약했던 톤코하우스의 마이크 더튼 아트디렉터가 어린 관람객들의 참여를 위해 마련한 그림판이 있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벽에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창작 과정을 체험할 수도 있다.

<레오>

감독 에릭 오

이 작품은 미래의 머나먼 행성의 고리 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톤코하우스 최초로 SF 장르를 시도하는 작품. 시공간 여행을 통해 환상적인 세계와 먼 행성으로 떠나는 로봇이야기를 다룬다. 로봇 레오의 시행착오는 그를 행성계가 사라지는 블랙홀의 영역으로까지 향하는데 그러다가 멋진 달의 정원을 가게 된다.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는, 혹은 할 수 없는 로봇 레오는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눈을 얻는다. 영원히 죽지 않는 로봇의 성장을 통해서 생명과 죽음의 메시지까지 담아낼 예정이다.


씨네21 www.cine21.com

김현수·사진 오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