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배우 생활 20년, 48편의 영화 출연. 배우 라미란이 걸어온 길이다. 5월 9일 개봉한 <걸캅스>는 그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걸캅스>는 기획 단계부터 라미란을 주연으로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다. 서울예대 졸업한 뒤 28살에 결혼하고 출산, 육아를 거쳐 30살에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오수희 역으로 데뷔한 라미란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려 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만큼 극 중 캐릭터 혹은 직업으로 그녀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면 좋겠다.


<친절한 금자씨> 오수희

<친절한 금자씨>

오수희는 교사였다. 유부남 체육교사와의 간통죄로 감옥에 들어오게 됐다. 오수희는 금자(이영애)의 친구로 “왜 그렇게 눈을 씨벌겋게 칠하게 다녀”라고 금자에게 묻는 장면이 있다. 그렇게 유명한 금자의 대사 “친절해 보일까봐”가 나왔다. 박찬욱 감독이 하반신 노출 신이 있다고 양해를 구했을 때 “상반신이 자신있다”고 답한 건 본인이 직접 밝힌 유명한 일화다.


<괴물> 발동동 아줌마

<괴물>

<괴물>에 출연한 라미란의 배역명은 발동동 아줌마. 괴물이 한강 공원을 아수라장을 만들 때 철새도래지연구소라고 쓰여 있는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긴 간이 건물에 들어가다가 못 들어가고 발을 동동 구른다.


<미쓰 홍당무> 정녀 교무

<미쓰 홍당무>

<미쓰 홍당무>에서 라미란은 정녀 교무 역을 맡았다. 쪽진 머리에 검은 한복을 입고 있다. 정녀 교무라는 말이 좀 낯설다. 교무는 원불교의 성직자를 뜻하다. 정녀는 독신을 선언했다는 뜻이다. 천주교의 수녀, 불교의 비구니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미쓰 홍당무>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이 학교가 원불교 재단이다.


<미인도> 정경부인

<미인도>

정경부인은 조선시대의 고위층이다. 지금의 장관 부인 정도? <미인도>는 천재화가 신윤복과 김홍도를 다룬 영화인데 수위가 높은 성행위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라미란이 연기한 정경부인도 음탕한 캐릭터다.


<거북이 달린다> 맛사지녀1

<거북이 달린다>

김윤석이 시골 경찰 조필성으로 출연한 범죄 코미디 영화 <거북이 달린다>에서 라미란은 불법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출연했다. 조필성이 “아줌마 몇살이냐”고 묻는 장면에서 앞부분을 얼버무리며 “… 여덟인디유”라는 대사를 한다.


<죽이고 싶은> 수간호사

<죽이고 싶은>

천호진, 유해진 주연의 <죽이고 싶은>은 독특한 영화다. 2인 병실에 있게 된 두 사람이 서로를 죽이려는 이야기다. 라미란은 수간호사 역할로 등장한다.


<헬로우 고스트> 옆집 아줌마

<헬로우 고스트>

라미란은 아줌마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헬로우 고스트>에서는 차태현이 연기한 강상만의 옆집에 사는 여성을 연기했다. 귀신에 빙의된 술에 취해 소변을 보는 장면에서 “어딜 넘봐”라는 대사로 신스틸러가 됐다.


<댄스타운> 탈북 여성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라미란이 직접 <댄스타운>의 베드신을 언급하며 화제가 됐다. <댄스타운>은 엄밀하게 말하면 라미란의 첫 주연작이다. 저예산영화 <댄스타운>은 탈북 여성의 삶을 다룬 전규환 감독의 ‘타운’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다.


<아이들...> 무당

<아이들>

1991년 대구에서 발생한 다섯 명의 초등학생 실종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아이들...>에서 라미란은 무당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휘파람을 불며 어린 아이에 빙의된 목소리를 내는 연기를 선보였다.


<댄싱퀸> 명애

<댄싱퀸>

<댄싱퀸>은 라미란에게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처음으로 오디션 없이 캐스팅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댄싱퀸>의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의 영화사 JK필름 영화에 자주 출연하게 됐다. 최근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라미란은 “영화를 시작하게 해준 사람이 박찬욱 감독이라면 배우로 더 많은 기회를 펼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준 사람은 윤제균 감독”이라고 말했다. 라미란은 <댄싱퀸>의 주인공 정화(엄정화)의 친구 명애를 연기했다.


<연애의 온도> 손차장

<연애의 온도>

<연애의 온도>는 은행원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이민기와 김민희가 연기한 두 주인공이 헤어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주인공의 연애 감정이 관객들에게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화다. <연애의 온도>의 다른 재미를 찾자면 조연들의 활약이다. 특히 라미란의 공이 크다. 라미란은 손차장 캐릭터를 연기했다. 금연 안내 문구 앞에서 담배도 피고 이혼했다는 사실도 거침 없이 밝히는 인물이다.


<스파이> 야쿠르트

<스파이>

야쿠르트 아줌마는 어디든 갈 수 있는 걸까. <스파이>에서 라미란은 야쿠르트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야쿠르트 판매원, 야쿠르트 아줌마로 위장한 스파이 역이다. 영화에서 정수기 아줌마로 위장하기도 한다.


<피끓는 청춘> 김난영 선생

<피끓는 청춘>

박보영, 이종석, 이세영 주연의 <피끓는 청춘>에서 라미란은 김희원이 연기한 이종팔 선생과 비밀 연애하는 김난영 선생 역을 맡았다. 쑥맥 이종팔에게 김난영은 속된 말로 들이댄다. 키스를 하려는 이종팔 선생이 주저주저하자 “아! 언제 할 거유?”하며 방귀를 뀌는 장면이 압권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주인 아줌마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라미란은 주인 아줌마 역으로 등장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의 집 주인인데 부부에게 “아침마다 어제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며 시시콜콜 참견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국제시장> 덕수 고모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에서 라미란은 덕수 고모, 윤꽃분을 연기했다. 실제보다 나이가 많은 캐릭터였다. 라미란은 덕수를 연기한 황정민보다 4살이 적다. 라미란은 스틸 사진 속 결혼식 장면에서 코믹한 춤사위를 보여준다.


<응답하라 1988> 라미란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라미란이라는 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만들었다. 쌍문동 정봉이 엄마 치타를 모른다면 지금이라도 <응답하라 1988>을 정주행하는 걸 추천한다.


<봉이 김선달> 윤보살

<봉이 김선달>

<봉이 김선달>은 조선의 사기꾼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라미란은 양반집 복채를 전문적으로 강탈하는 눈치로 점을 보는 윤보살 역활을 소화했다. 라미란은 “시나리오 읽기 전 유승호가 출연한다는 얘기를 듣고 출연을 결정했다”며 농담 섞인 진담 혹은 진담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덕혜옹주> 복순

<덕혜옹주>

라미란은 덕혜옹주(손예진)의 유모 복순을 연기했다. 라미란은 코믹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지만 <덕혜옹주>에선 조금 다르다. 웃음뿐만 아니라 눈물도 이끌어낸다.


<특별시민> 양진주

<특별시민>

<특별시민>은 서울시장 선거를 다룬 정치영화다. 최민식이 연기한 정치인 변종구와 상대하는 정치인 양진주가 라미란이 연기한 캐릭터다. 이 영화에서 라미란은 웃음기 뺀 연기를 보여줬다. 이기홍이 양진주의 아들 스티브를 연기했다.


<상류사회> 이화란

<상류사회>

라미란이 연기한 <상류사회>의 이화란은 밉상 캐릭터다. 아니, 밉상이라기보다 갑질 캐릭터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뉴스에서 접하는 재벌의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수애가 연기한 수연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욕망을 드러내자 화란은 짓밟아버리기도 한다. 또 필요할 때는 수연을 이용하기도 한다. 코믹함, 진지함, 얄미움까지 라미란이 못하는 연기는 거의 없다. 라미란의 최고 밉상 캐릭터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라과장이다.


라미란이 출연한 주요 영화 속 캐릭터를 돌아봤다. 라미란은 주로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또 어딘가 응큼한 아줌마 역할을 많이 하기도 했다. 라미란이 코미디 연기만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 그렇기에 라미란을 두고 소위 ‘명품조연’이라고 부를 수 있다. <걸캅스>를 통해 드디어 포스터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됐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오래 오래 라미란의 연기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