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무슨 달? 가정의 달! 여기저기서 가정의 달을 맞아 훈훈한 영화를 추천해주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훈훈한 영화들도 좋지만 진부하지 않나. 그래서 생각해봤다. 가족과 함께 보면 ‘안’되는 영화를. 영화들은 당연하게도 모두 청불이지만 가족 몰래 보는 그런 ‘청불 영화’ 영화가 아니다(기대를 하고 눌렀을 이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아래 소개할 영화들은 가족을 소재로 만든 꽤 훌륭한 영화이나, 충격적인 전개로 가족과 함께 보기보다 혼자 보기를 권유하는 영화다. <송곳니>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은 네이버 시리즈에서 5월 18일부터 24일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멘탈 주의)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 2011

감독 린 램지 / 드라마, 스릴러, 서스펜스 / 청소년 관람불가 / 112분

출연 틸다 스윈튼, 에즈라밀러, 존 C. 라일리 ▶바로보기

리스트 맨 처음에 <케빈에 대하여>를 놓은 것을 보면 앞으로 어떤 영화들을 소개할지 어렴풋이 감이 올 것이다. 붉은색이 난무한 꿈을 꾸다 잠에서 깬 에바(틸다 스윈튼). 밖을 나가보니 꿈에 연장선인 듯 에바의 집 벽면엔 붉은 페인트가 가득하다. 에바의 집이 그렇게 된 사연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에바의 과거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엔 에바의 아들, 케빈(에즈라 밀러)이 있다. 케빈은 어린 시절부터 유독 에바의 말을 따르지 않는 아들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를 넘는 반항에 지친 에바는 케빈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다. 케빈은 자신을 낳은 어머니를 증오하는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 케빈은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영화가 케빈에 대하여 말할수록 케빈에게 잘못과 이유를 묻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한 평론가의 말로 남은 설명을 대신하겠다. “이 영화는 그저 서로를 ‘정상적으로’ 사랑하는 데 실패한 두 사람의 이야기다. 한 사람은 덜 사랑했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다른 한 사람은 너무 사랑했다”.


송곳니

Kynodontas , Dogtooth , 2009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드라마, 코미디 / 청소년 관람불가 / 93분

출연 크리스토스 스테르기오글루, 미셸발리, 아게리키 파루리아

그로테스크함과 특유의 부조리함을 녹여낸 작품들로 매 작품마다 평단의 관심을 주목시키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초기작 <송곳니>. 아버지(크리스토스 스테르기오글루) 에 의해 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세 남매. 이들이 집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송곳니가 빠져 어른이 되는 것이다. 독재자처럼 집안을 군림하는 아버지는 오랜 시간 협박과 회유로 세 남매를 길들였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본 적 없는 이들은 외부 세상을 위험 그 자체로 인식한다. 하지만 하나뿐인 아들의 성욕을 해결해주기 위해 찾아오는 회사 경비 크리스티나로 인해 큰 딸(아게리키 파루리아)이 바깥세상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던 가족의 일상엔 점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2009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1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된 작품. 다소 불편한 요소가 있으니 관람 전 주의하길 바란다.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 2017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스릴러 / 청소년 관람불가 / 121분

출연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베리 케오간, 래피 캐시디, 서니 설직 ▶바로보기

내친김에 오늘의 주제와 부합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작품을 하나 더 소개하겠다. 외과의사로 성공한 스티븐(콜린 파렐) 에겐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수술 중 의료 사고로 자신의 환자가 죽은 것. 스티븐은 죄책감에 환자의 아들인 마틴(배리 케오간)에게 시계를 선물하고 집에 초대하는 등 마틴을 챙기지만, 점점 자신과 가까워지는 마틴이 불편하기도 하다. 거기에 마틴의 엄마는 스티븐에게 호감까지 보이면서 스티븐은 마틴을 피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티븐의 아들 밥(서니 설직)이 다리에 이상 증세를 보이고, 당황한 스티븐에게 마틴이 찾아와 말한다. 처음 사지가 마비되고 거식증이 찾아오며 마지막으로 눈에서 피가 나면 죽게 되니 스티븐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죽기 전에 가족 중 한 명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븐은 마틴의 말을 외면하지만 밥에 이어 딸인 킴까지 마비에 걸리기 시작하면서 스티븐은 혼란에 빠진다. 그리스 비극으로 유명한 아가멤논의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희곡에서 착안한 <킬링 디어>는 사운드와 부감숏, 스테디캠숏 등 다양한 카메라 숏을 활용해 기이한 스릴감을 선사한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변하는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보이는 부조리함과 불쾌함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그을린 사랑

Incendies , 2010

감독 드니 빌뇌브 /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130분

출연 루브나 아자발, 멜리사 디소르미스 폴린, 막심 고데트 ▶바로보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 내놓는 작품마다 유수 시상식을 휩쓸며 찬사를 받고 있는 떠오르는 거장 드니 빌뇌브 감독.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영화 <그을린 사랑>을 통해서다. 쌍둥이 남매 잔느(멜리사 디소르미스 폴린)과 시몬(막심 고데트)은 어머니 나왈(루브나 아자발)의 유언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존재도 몰랐던 또 다른 형제를 찾아 자신의 편지를 전해달라는 것. 잔느와 시몬은 유언을 위해 생부와 형제를 찾아 떠나고, 여정을 계속할수록 드러나는 어머니의 과거는 충격적이기만 하다.

한 나라의 정치와 역사가 인물을 통해 그려지는 영화들이 종종 있다. 어떤 영화는 작디작은 한 인물의 역사가 나라의 역사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을린 사랑>이 그렇다. (정확한 나라는 알 수 없지만) 중동의 난민 간 학살, 보복,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나왈의 지난한 인생은 그 어떤 역사보다 더욱더 참혹하고 거대하게 다가온다. 거듭되는 충격과 반전으로 꽤 후유증이 큰 영화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볼 것.


프레셔스

Precious , 2009

감독 리 다니엘스 /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110분

출연 가보리 시디베, 모니크, 폴라 패튼, 머라이어 캐리 ▶바로보기

프레셔스(가보리 시디베)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소녀다. 엄마 메리(모니크)의 폭언으로 몸과 마음이 성할 날이 없는 프레셔스는 갑작스레 학교에서 정학 처분을 받게 된다. 이유는 프레셔스의 임신 때문(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프레셔스 뱃속 아기의 아빠는 프레셔스의 아빠다). 프레셔스의 수학적 재능을 알아 본 교장선생님은 프레셔스에게 대안학교를 제안하고, 프레셔스는 그곳에서 레인(폴라 패튼) 선생님을 만나 글을 배우면서 자신의 소중함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다.

자식을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자 의무라지만, 그런 소명은커녕 폭언과 성폭력이라는 무기를 휘두른 부모 아래서 프레셔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한다. 무너지기보다 견고해지기를 택한 그녀를 통해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세상의 모든 존재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2010년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작이자 악독한 엄마 메리 역을 연기한 모니크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겨 준 작품이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