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72회를 맞은 칸 영화제가 폐막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끌었다. <기생충>과 함께 주요 부문을 수상한 여덟 작품을 소개한다.


황금종려상

Palme 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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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

봉준호 감독에 대한 프랑스 영화계의 애정은 꾸준했다. 프랑스의 유력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괴물>(2006)을 그해 베스트 3위에, 2000년대 최고의 영화 4위로 선정했다. 칸 영화제는 <괴물>을 '감독주간', <마더>(2009)를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를 경쟁 부문에 초청한 바 있다. 봉준호는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워낙 한국적인 영화라 100%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관객들이 봐야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을 곳곳에 담고 있다"고 수상 가능성에 대해 겸양을 드러냈지만, <기생충>은 영화제 중반 공개돼 "봉준호는 비로소 스스로가 장르가 됐다"는 평을 받으며 경쟁부문 최고의 작품으로 거론됐다. 언론의 평가와 수상 결과는 어긋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지만, 올해는 심사위원진 전원이 모두 <기생충>에 손을 들어줬다. 영화제 보도자료에 직접 스포일러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할 만큼 <기생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를 펼치며 우리가 사는 사회를 희극과 비극으로서 보여줄 전망이다.

봉준호


심사위원대상

Grand Pr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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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크>

마티 디옵

70년을 넘긴 영화제 역사에서 처음 경쟁부문 후보에 오른 아프리카계 여성 감독. 첫 장편 <아틀란티크>로 경쟁부문에 오른 마티 디옵을 향한 대표적인 수식이었다. 디옵은 결국 심사위원대상(15년 전 박찬욱의 <올드보이>가 받은 그 상!)까지 거머쥐며 역사를 갱신했다. 클레르 드니의 가족영화 <35 럼 샷>(2008)에서 딸 조세핀을 연기했던 디옵은 2009년부터 연출을 시작했다. <아틀란티크>의 모체가 된 짧은 다큐멘터리와 두 개의 짧은 픽션을 만든 후, 세네갈의 전설적인 영화 <투키 부키>(1973) 주연배우였던 삼촌 마가예 니앙의 일상을 기록한 중편 다큐멘터리 <천 개의 태양>(2013)을 통해 감독으로서 재능을 널리 알렸다. 장편 데뷔작 <아틀란티크>는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지어지고 있는 가상의 초호화 타워 '아틀란티크'를 둘러싼 이들의 사랑을 그린다. 물론 단순한 로맨스는 아닌 것 같다. 리뷰에서 'social'과 'ghost'라는 키워드가 동시에 눈에 띄는 걸로 보아, 당대 세네갈을 사는 청춘들의 현실을 초자연적인 서사와 이미지 위로 그려내는 형식이 예상된다.

마티 디옵


감독상

Prix de la Mise en Scè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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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뤽 다르덴

<영 아흐메드>

장 피에르 / 뤽 다르덴 형제는 칸 영화제의 편애를 독차지 해왔다. 1999년 <로제타>부터 20년간 내놓은 여덟 편 전부 경쟁부문에 올랐고, 그 중 여섯이 굵직한 상을 받았다. <로제타>와 <더 차일드>(2005), 황금종려상만 두 차례다. 여느 때처럼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영 아흐메드>는 자신이 믿는 종교의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선생님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는 13세 소년의 이야기다. 까마득한 현실에 질식할 것 같은 소녀, 5년 전 아들을 죽인 아이를 만나게 된 아버지, 원치 않게 아이를 갖게 된 어린 커플, 동료들을 찾아가 보너스를 포기하고 자신을 해고하지 말라는 서명을 받는 노동자, 진료 시간이 지나 문전박대한 소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의사 등을 그려온 다르덴 형제에게 종교와 테러리즘은 이제껏 처음 다루는 대상이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그들의 영화 가운데서 스릴러의 긴장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한다.

다르덴 형제


여우주연상

Prix d'interprétation fémi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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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비첨

<리틀 조>

예시카 하우스너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리틀 조>는 유별난 SF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향기를 뿜는 꽃을 개발한 워커홀릭 싱글맘이 그걸 몰래 집에 가져와 아들에게 선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8주 후>(2007), <헤일, 시저!>(2016) 등에 출연한 바 있는 에밀리 비첨은 꽃 향기를 맡은 아들이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는 걸 보는 주인공의 불안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믿음이 피어나고 깨지는 걸 경험하는 여성 캐릭터를 느릿느릿한 호흡으로 구현한 하우스너의 지난 배우들처럼, 비첨 역시 과한 제스처에 기대지 않고 서서히 불어나는 광기를 전달했다. 한편, <불타는 여인의 초상>의 아델 애넬과 노에미 메를랑이나 <쏘리 위 미스드 유>의 데비 허니우드가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적잖게 나왔다.

에밀리 비첨


남우주연상

Prix d'interprétation mascu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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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반데라스

<페인 앤 글로리>

영화제 초반 공개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 <페인 앤 글로리>는 월등히 높은 평점을 자랑하며 일찌감치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다. 결과는 남우주연상 수상. 알모도바르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페인 앤 글로리>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감독과 꽤나 비슷한 외모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과거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곱씹는 침체기의 감독이 품는 복잡한 감정들을 육화해냈다. <정열의 미로>(1982),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1988) 등 알모도바르의 초기작들에 출연한 반데라스는, 할리우드에 진출해 활동하던 시기를 지나, <내가 사는 피부>(2011)로 22년 만에 알모도바르와 작업했다. 그와 다시 협업하며 스스로에게 배우가 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벌거벗은 것마냥 아무 트릭 없이 연기에 임한 <페인 앤 글로리> 작업이 생애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반데라스


각본상

Prix du Scé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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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여인의 초상>

셀린 시아마

셀린 시아마의 <불타는 여인의 초상>은 <기생충>과 <페인 앤 글로리>와 함께 제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그래서 각본상에서 <불타는 여인의 초상>이 호명됐을 때 더 큰 상을 받지 못한 걸 비판하는 반응이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데뷔부터 줄곧 10대 여성의 다양한 면모를 그리는 데에 초점을 맞춰온 시아마는 (첫 영화 <워터 릴리스>의 주연을 맡았고 한때 공공연한 연인이었던) 아델 애넬을 기용해 18세기 말 배경의 레즈비언 로맨스를 연출했다. 젊은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가 결혼식 초상화를 의뢰 받지만, 결혼을 꺼리는 엘로이즈(아델 애넬)를 몰래 그리다가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혹자는 <불타는 여인의 초상>을 두고 알프레드 히치콕의 <레베카>와 <현기증>을 여성의 시선으로 구현한 것 같다고 평했다.

셀린 시아마


심사위원상

Prix du J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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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라지 리

&

<바쿠라우>

클레버 멘돈사 필로 & 줄리아노 도르넬리스

레 미제라블

바쿠라우

심사위원상은 공동 수상이다. 프랑스 감독 라지 리의 <레 미제라블>과 브라질 감독 클레버 멘돈사 필로와 줄리아노 도르넬리스의 <바쿠라우>다. 아프리카/아랍계 프랑스인들의 삶을 역동적인 이미지로 담아온 라지 리는 3년 전 발표한 16분 짜리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해, 2005년 파리 교외 생상드니의 대규모 시위 현장을 구현했다. 2016년 <아쿠아리우스>로 경쟁부문에 초청된 클레버 멘돈사 필로는 오랜 미술감독이었던 줄리아노 도르넬리스와 함께 가상의 도시 바쿠라우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징후들을 연출했다. 같은 상을 받게 된 두 작품은 공교롭게도 전혀 딴판인 형식으로 자국의 정치적 상황을 그린다. 간편한 줄거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네마틱한 에너지가 작품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라지 리 / 클레버 멘돈사 필로 & 줄리아노 도르넬리스


문동명 /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