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출퇴근, 업무는 끝이 없고 상사는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정시 퇴근은 눈치 보여서 하기도 힘들다. 사표 내고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웃픈 현실. 그런 당신을 대신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있다. 완벽한 업무 실력은 기본,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또박또박하며, 꽉 막힌 직장 문화도 바꿔버리는 일드 속 사이다 직장인 캐릭터들을 살펴본다.


출처: 아사히 TV

<닥터 X~외과의 다이몬 미치코> – 다이몬 미치코

<닥터 X~외과의 다이몬 미치코>(이하 ‘닥터 X’)는 대학병원을 무대로 권력과 이익에 눈치 보지 않고, 오직 환자의 수술만을 위해 일하는 프리랜서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2년 10월 방영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현재 시즌 5까지 방영되었고 올해 시즌 6 방영이 준비되어 있다.

<닥터 X>의 사이다 주인공 다이몬 미치코는 일본의 대표 여성 배우 요네쿠라 료코가 연기한다. 칸바라 명의 소개소 소속의 프리랜서 외과의사이며, 형식과 상하관계를 강요하는 대학병원 의국에 골치 아픈 대상이다. 하지만 외부의 압박에도 상관없이 오직 환자만을 살리겠다는 의지와 범접할 수 없는 수술 실력으로 그를 시기하던 의국원들의 마음을 돌린다. 한 번 맡은 수술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확신 속에 불가능한 수술도 성공시키며, 콧대 높은 대학 병원 권력자들을 머쓱하게 하는 순간은 늘 통쾌하다.


출처: TBS

<한자와 나오키> – 한자와 나오키

<한자와 나오키>는 경제/사회 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산업중앙은행에 입사한 한자와 나오키(사카이 마사토)의 직장 내 분투기를 그린다. 2013년 TBS 방영 당시 평균 30%대, 마지막화는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의 왕좌에 오른 인기작이다. 주연을 맡은 사카이 마사토는 드라마의 성공 덕분에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워낙 인기 있는 작품이기에 시즌2 제작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데, 2020년 봄에 방영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한자와 나오키는 다른 드라마의 사이다 주인공처럼 회사 내 법령, 관습을 아무렇지 않게 어기지는 않는다. 예의도 있고 실적도 좋은 모범사원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계략을 짜는 이들은 절대 봐주지 않는다. “당하면 당한 만큼 배로 갚는다”는 철저한 복수주의자(?) 답게 함정을 파 놓은 그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다. 초반에는 고구마지만 뒤로 갈수록 메인 테마와 함께 매서운 눈매로 악인의 마음을 꿰뚫는 (가끔은 반말도 쓰는) 한자와 나오키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보자.


출처: 일본 NTV

<집을 파는 여자> – 산겐야 마치

<집을 파는 여자>는 테이코 부동산 신주쿠 영업소에서 어떤 집이든 무조건 팔 수 있는 전설의 영업사원 산겐야 마치(키타가와 케이코)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2016년 시즌 1 방영 후 좋은 반응을 얻었고, 스페셜 드라마(2017년)와 시즌 2(2019년)가 방영되었다. <히어로2>,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등 드라마와 영화를 오고 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키타가와 케이코가 주택매매의 전설 ‘산겐야 마치’를 맡았다.

산겐야 마치는 언제나 부릅뜨는 눈과 사무적인 말투, 인간관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차가운 캐릭터다. 하지만 집을 파는 일만큼은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프로. 한 번 팔겠다고 말한 집은 무슨 일을 꾸미든(?) 팔고야 만다. 이렇게만 보면 자신의 실적만을 위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같다. 하지만 집을 판매할 때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의 사정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그들이 미처 몰랐던 감성적인 부분도 건드려 집에 대한 의미를 감동적으로 전달할 때도 많다. 자신이 판매한 집 때문에 인생이 좋은 쪽으로 바뀐 사람도 있다. 실적 없이 빈둥거리는 동료들을 따끔하게 가르치고, 그들이 실패와 좌절 속에 뭔가를 배울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동료들에게 “GO!”를 외치는 모습은 드라마에서 가장 속 시원한 순간이다.


출처: 후지 TV

<히어로> – 쿠리우 코우헤이

<히어로>는 홈쇼핑 중독에 빠진 중졸 검사 쿠리우(기무라 타쿠야)가 도쿄 지검으로 부임하면서 사무관 아마미야(마츠 다카코)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기무라 타쿠야의 인생 드라마 중 하나로 평균 35%의 시청률을 이끌어 냈고, 시즌 2와 두 편의 극장판 역시 빅히트를 쳤다.

쿠리우 검사는 한 마디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검사다. 보통 생각할 수 있는 검사 이미지와 완전히 반대다. 정장을 입지 않고 캐주얼복을 입으며, ‘트레이드 마크인 패딩과 함께’ 격식이 요구되는 자리에서도 자유롭게 행동한다. 격의 없이 모두를 대하는 건 좋지만 허당끼도 있다. 하지만 수사만큼은 꼼꼼하고 악착같다. 경찰 수사가 끝난 사건도 조금이라도 의심이 간다면 직접 현장에 나가 수사를 한다. 그의 수사 방식에 현장과의 마찰도 있지만,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해, 단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정의를 위해 완벽한 수사를 한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달려가는 그의 진심에 결국에는 모두가 동화되고 만다. 특히 진실을 감추기 위해 그를 압박하는 거대한 권력에도 타협 없이 맞서 싸우는 모습은 통쾌하다.


출처: TBS

<루즈벨트 게임> – 호소카와 미츠루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의 또 다른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파산 위기에 몰린 아오시마 제작소를 구하기 위해 역전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하얀거탑>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카라사와 토시아키, 에구치 요스케가 출연한다. 비슷한 소재의 기업 경영 드라마와 차별점은 아오시마 제작소가 운영하는 사회인 야구단의 이야기도 함께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해체 위기에 모인 야구단이 똘똘 뭉쳐 승리를 향하는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두 이야기는 따로 떨어져 진행하는 것 같지만,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하나로 만난다. 야구에서 명승부라고 할 수 있는 루즈벨트 스코어처럼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라인이 인상적이다.

앞에서 소개한 직장 내 사이다 캐릭터들은 모두 사원이다. 그러나 <루즈벨트 게임>의 사이다 캐릭터는 사원이 아닌 사장이다. 그렇다고 이 분이 꽉 막힌 스타일은 아니다. 호소카와(카라사와 토시아키) 사장은 오히려 회사를 책임지는 자리에 맞게 모든 것을 뒤집는 사이다의 끝판을 보여준다. 특히 아오시마 제작소의 파산과 타회사와의 합병을 바라는 이들이 파놓은 계략을 역이용해 한 방 먹이는 모습은 <한자와 나오키>만큼 강렬하다. 야구가 소재인 드라마답게 야구 용어를 빗대어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멘트 또한 통쾌하다.


출처: 일본 NTV

<파견의 품격> – 오오마에 하루코

<파견의 품격>은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김혜수 주연의 <직장의 신>의 원작 드라마다. 아이돌로 연예계에 데뷔했던 시노하라 료코가 배우로서 확실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한 대표작이기도 하다. 파견 사원 오오마에 하루코(시노하라 료코)가 식품회사 S&F에서 마케팅부로 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러시아어, 특수 차량 운전, 심지어 참치회까지 뜨는 만능사원 오오마에 하루코의 활약은 사이다 그 자체다. 파견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눈치 보지 않고 거침없으며, 정직원도 쩔쩔매는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결하고 칼퇴근하는 모습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거기에는 자신이 파견 사원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아픈 사연이 있다. 하지만 슈퍼 파견 사원인 오오마에를 인정해주고 함께하는 팀원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에그테일 에디터 레드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