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반>에서 조정석은 두 가지 능력을 확인했다. 하나는 레이서 본능이고, 다른 하나는 악역 연기에도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뺑반> 촬영 때 조정석은 전문가들로부터 F1 레이서 제의를 받았다.) 첫 악역을 맡았던 <뺑반>에서 그의 캐릭터 정재철은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소름 끼치는 사이코 기질을 가졌다. 동문들과의 약속에 뒤늦게 나타난 재철에게 빈정 상한 한 동문이 "이태리에서 마피아들이랑 어울리더니 깡패가 다 됐다"면서 그의 심기를 건드린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더듬는 재철의 표정이 변한다. 비서에게 헬멧과 드릴을 가져오라 지시한 다음 시작되는 숨 막히는 고문. 흥분 상태에 이르면 말을 더듬는 재철이 동문의 머리에 헬멧을 씌우고 드릴을 작동시키는데. "예, 선배님 맞아요. 이태리 그 마, 마피아 XX들하고 도박사 XX들이 돈 X라게 걸어놓고, 게임 뛰게 하는 선수들 있는데 누구? 나. 근데 그 게임에서 지면 어떻게 될까? 어? 다 같이 뒈지는 거야. 알겠어? 알겠어 이 XXXX들아." 영화 <뺑반>은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조정석의 악역 연기만큼은 발군의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