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습니다. 땡볕 더위를 피해 늦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이하 울주산악영화제)를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울주? 산악? 이름부터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진다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영화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 영화제입니다.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열리며 올해로 4회째를 맞이했습니다. 기자는 2회 째 일찌감치 이 영화제를 방문했었는데요. 직접 다녀온 기자가 보고 느꼈던 이 영화제만의 특별함과 알고 가면 좋을 꿀팁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영화제에는 없는 이것 <1>

비범한 삶을 살고 있는 세계 각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GV

2년 전 방문했을 때 관람했던 <독수리공주> GV 현장. 독수리 사냥꾼으로 성장한 몽골 소녀를 만날 수 있었다.

영화제의 꽃은 감독, 배우, 평론가들이 함께하는 GV(관객과의 대화) 시간일 것입니다. 쉽게 만나기 힘든 감독과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죠. 울주산악영화제의 GV는 특별합니다. 유명 영화감독, 배우들이 많이 방문하진 않지만 흥미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디서 독수리 사냥꾼으로 성장한 몽골 소녀를 만나 이야기(실제로 기자가 방문했을 때 관람했던 영화 <독수리 공주> GV입니다)를 들을 수 있을까요?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화들 대부분이 다큐멘터리다 보니 쉽게 경험하기 힘든 오지의 삶을 겪은 이들의 생생한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올해에도 다양한 작품의 GV가 준비돼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은퇴를 앞둔 피아노 조율사가 히말라야 작은 산골마을에 피아노를 가져가는 대장정을 담은 영화 <피아노를 히말라야로>의 GV가 기대가 됩니다. 영화를 인상 깊게 관람했다면 영화가 끝나고 진행되는 GV도 꼭 놓치지 않고 들어보길 추천합니다.


다른 영화제에는 없는 이것 <2>

전 작품 무료 상영

<저 멀리 - 그들의 세계여행 이야기>

영화제에서 밥 먹고 영화 보는 것만 해도 은근히 돈이 많이 듭니다. 특히 가족 단위라면 비용은 배로 들죠. 부산, 전주, 부천 등 유명한 영화제는 한정된 좌석, 치열한 티켓팅 때문에 동행과 같이 영화를 즐기기 힘든 환경입니다. 울주산악영화제의 영화관은 일단 널찍한 상영관과 좌석으로 티켓 전쟁을 펼치지 않아도 됩니다. 주요 실내/야외 상영관들이 기본 100석 이상이며, 1000석짜리 야외상영관도 설치돼 있습니다. 게다가 전 작품 모두 무료 상영이니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참, 무료 상영이지만 현장 발권은 꼭 해야 합니다. 발권 장소에서 상영 15분 전부터 발권 받을 수 있습니다. 재작년 방문했을 때 자리가 없어서 영화를 못 봤던 적은 없었으니 허탕칠 걱정은 접어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일단 간략한 시놉시스를 읽고 가장 끌리는 소재를 선택해 보세요. 취향이 확실한 영화들이 많아서 관심 소재에 맞는 영화만 찾아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르기 어렵다면 관객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상영관에서 하는 영화들을 선택해 보세요. 이건 여러 영화제를 다녀본 기자의 꿀팁인데 가장 대중적이고 괜찮은 작품들이 큰 관에서 주로 상영하더라고요.


다른 영화제에는 없는 이것 <3>

파타고니아 업사이클링

(왼쪽부터) 울주산악영화제 카탈로그 속 광고 포스터, 파타고니아의 원웨어 트럭 활동 모습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가장 핫한 영화제 부대 행사는 바로 파타고니아 업사이클링 부스였습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요 몇 년 사이 힙하게 떠오른 브랜드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올해 영화제에서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원웨어 트럭을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합니다. 원웨어 트럭은 이동형 수선 서비스로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여러 지사에서 운영되고 있는데요. 환경을 생각해서 하나의 옷을 오래 입자는 취지의 서비스입니다. 울주에서 첫 공개를 시작으로 여러 이벤트 투어를 할 것이라고 하는군요. 패치 부착 등 각종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 가방이나 의류 꼭 챙겨가세요. 기자는 2년 전 이런 행사가 있는지 모르고 급하게 챙겨온 후드 집업 등판에 파타고니아 로고를 박았는데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파타고니아 외에도 각종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부스를 엽니다. 영화제 왔다가 만나는 뜻밖의 지름신을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2회 울주산악영화제 방문 당시 파타고니아 부스


다른 영화제에는 없는 이것 <4>

영화제에서 액티비티 체험을?

<클라이밍 픽처스>

스크린 클라이밍 체험

영화 <엑시트> 보고 클라이밍에 관심이 생겼다면 주목해 주세요. 울주산악영화제에서는 <엑시트>보다 짜릿한 클라이밍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곡예 수준으로 암벽을 등반하는 이들의 위험천만한 여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액티비티 체험 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반 체험을 할 수 있는 스크린 클라이밍 프로그램, 직접 박스로 자동차를 만들고 앉아 영화를 보는 업사이클링 자동차극장 프로그램, 숲에 대한 해설을 듣는 숲산책 체험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다른 영화제에는 없는 이것 <5>

경이로운 자연을 큰 스크린으로

<북극의 여왕>

큰 스크린이 주는 쾌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큐멘터리 속 자연이 빚어낸 장엄한 풍경은 블록버스터 못지않죠. <라이온 킹> 실사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면서 차라리 자연 다큐멘터리를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영화제가 취향에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극장, IPTV로 접하기 어려운 자연, 여행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많이 상영합니다. 영화제가 열리는 공간이 산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영화 상영 후 밖으로 나올 때 맑은 공기의 상쾌함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2년 전 찾았던 울주산악영화제 주요 행사장 야경 사진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