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좀비 영화 <부산행>이 개봉도 하기 전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며 주말 극장가를 급습했다. '변칙개봉'이라는 것 때문인데 아무튼 <부산행>과 관련한 다양한 관객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 열차에 탄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서서히 좀비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들이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짜릿한 장르 영화다. 그래서 에디터가 사심으로 애정하는 좀비영화들을 모아봤다. 좀비 영화에 열광하는 관객이라면 <부산행> 보기 전과 보고난 후에라도 이런 영화들은 필수 복습과 예습 코스다.
<월드워 Z>(2013)
#영화 속 생존 비결은 아파야 산다. 감기 바이러스는 대환영!
마크 포스터 감독의 <월드워 Z>는 좀비가 나오는데 브래드 피트도 나오는 영화. 장르 소설의 대가 맥스 브룩스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했다. 르포 형식의 글로 재미를 더했던 원작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를 같이 보면 좋다! 바이러스의 원흉으로 한국의 오산 미군기지가 잠깐 등장하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다. 본격 콜라 PPL 영화이기도 한데 <부산행>에도 그런 장면이 뭔가 있다. 궁금하면 극장으로. 떼로 질주하는 좀비들의 비주얼이 인상적이면서도 충격적이다. 역시 <부산행>에도...
<좀비랜드>(2009)
#영화 속 생존 비결은? 혼자서 싸우려 하지 마라. 팀플레이는 필수!
루벤 플레셔 감독의 <좀비랜드>는 정말 소중한 '청춘좀비잔혹영화'다. 누군가에겐 <웜 바디스> 같은 영화가 더 소중하겠지만 집에서 게임만 하던 루저 캐릭터가 히어로가 되는 광경을 보고 있자면 감동의 피눈물이 뚝뚝 흐르게 마련이다. 거기에 우디 해럴슨이랑 빌 머레이 집에 찾아가는 대폭소 에피소드도 역사에 남을 만큼 웃기다. 엠마 스톤이랑 엠버 허드도 나온다. 집에 처박혀서 맨날 게임만 하느라 바이러스 감염을 피할 수 있었던 주인공이 좀비들과 싸우느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그려서 성장 드라마의 정서도 지닌 독특한 영화다. <부산행>의 진희, 영국 커플에 꽂혔다면 고고~
<이웃집 좀비>(2009)
#영화 속 생존 비결은? 침대 밑 틈새를 조심하라! 이상하게 행동하는 애인도 조심!
누가 <부산행>을 한국 최초 좀비 영화라고 부른다면 류훈 감독의 <이웃집 좀비>가 정말 섭섭할 거다. 장르 영화 볼모지인 한국에서 어렵사리 만들어진 저예산 좀비 영화다. 제작비는 적어도 아이디어와 이야기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다. <장화 홍련>보다 더 깜짝 놀래키는 '틈사이', 정말 말그대로 살을 베는 아픔이 느껴지는 격정 좀비 멜로 '도망가자'와 '뼈를 깎는 사랑', 액션을 즐길 수 있는 '백신의 시대', 자본주의 계급 사회에 대한 좀비적 고찰로 흥미를 더하는 '그 이후... 미한해요.', '폐인 킬러' 등 장르적 재미로 가득한 여섯 가지 에피소드로 이뤄진 옴니버스 영화다.
<데드 스노우>(2009)
#영화 속 생존 비결은? 몸통이 잘려나간 좀비도 조심하자!
긴 설명이 필요없다. 토미 위르콜라 감독의 <데드스노우>는 노르웨이에서 찾아온 진짜 진짜 화끈한 좀비 영화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무기가 총동원되어 좀비들을 난도질한다. 게다가 주요 배경이 눈 덮인 설원 위라 더 즐겁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나치 출신 독일군이 죽었다 되살아난 시체 출신(?)이라 그래서 윤리적으로 희한한 쾌감도 안겨준다. 오직 씹고 뜯고 썰고 맛보는(?) 재미로 좀비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아주 만족할 영화다. 2편까지 나왔는데 2편에는 감독이 좋아하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기가 막히게 패러디한 장면도 있다.
<나는 전설이다>(2007)
#영화 속 생존 비결은? 어두운 곳에는 절대 가지 마라!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의 <나는 전설이다>는 소설가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가 원작이다. 워낙 좀비 영화가 장르 소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이 영화 역시 소설과 함께 꽤 오래 회자되고 있다. 이상 생명체랑 유달리 잘 싸우는 윌 스미스라는 스타파워도 영화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류’가 뱀파이어처럼 밤을 지배하게 되는 내용이라 이 영화 속 좀비는 흡사 뱀파이어 같다. 홀로 살아남은 윌 스미스가 컨버스 운동화와 밥 말리의 음악을 위안 삼아 외로이 싸워나가는 영화로 기억되기도 한다.
<랜드 오브 데드>(2005)
#영화 속 생존 비결은? 돈 많은 자들을 절대 믿지 마라!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시리즈를 잇는 현대판 좀비 영화의 교과서 같은 영화다. 좀비들과 한바탕 싸우는 장르의 재미와 신랄한 현실 비판이 함께 담겨 있는 영화다. 어찌 보면 <설국열차> 속 열차칸 같은 설정이나 <부산행>의 특실과도 같은 설정이 좀비영화의 특별한 재미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랜드 오브 데드>는 생각할 점들을 정말 많이 던져준다.
<새벽의 저주>(2004)
#영화 속 생존 비결은? 높은 곳으로 도망가라!
좀비 영화의 거장 조지 로메로 감독의 걸작 <새벽의 저주>를 리메이크한 영화. 좀비를 피해 쇼핑몰로 도망친 생존자들끼리 자기만 살아남겠다고 싸우는 바람에 지옥도가 펼쳐진다. 옥상에서 오래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도움도 주던 아저씨 에피소드는 정말 다시 봐도 가숨이 짠하다. 이 리메이크작의 오프닝 장면도 정말 근사한데 좀비영화의 단골소재인 가족살인 장면 소재가 무시무시하게 쓰인다.
<28일후>(2002)
#영화 속 생존 비결은? 일단 뛰어!
뛰는 좀비에 대한 공포의 시작점과도 같은 영화다. 이전의 많은 영화들에서는 언제나 느릿느릿 걷던 좀비가 뛰어다니기 시작해 영화의 박진감을 더한다. 대니 보일 감독은 <28일 후>에서 텅빈 도심의 거리를 을씨년스럽게 보여주는데 감독 특유의 디스토피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잘 담겨 있다.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로 변해버린 사람들을 피해 몇몇 생존자들이 필살의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 <부산행>의 플롯과 유사한 점도 있다. 유사하다기 보다는 워낙 장르의 클리셰가 탄탄해서 그것을 잘 이용한 영화들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