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뮤지컬로는 첫 번째 속편인 <겨울왕국>(2013)의 두 번째 이야기가 11월22일 전세계에 공개된다. 감기에 걸린 엘사와 가족의 전통을 찾아 집을 나서는 올라프 등 아렌델에서의 행복한 삶을 엿보았던 단편들(<겨울왕국 열기>(2015),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2017))과는 다른 스펙터클한 모험이 중심인 속편 <겨울왕국2>. 지난 9월5일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방문해 미리 만나본 <겨울왕국2>를 5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키워드 1

<겨울왕국2>의 “시작”

<겨울왕국2>는 3가지 질문에서 시작됐다. “엘사의 마법은 어디에서 왔을까?” “엘사와 안나의 부모는 정말 죽었을까?” “‘그 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의 끝은 정말 있는 걸까?” <겨울왕국>의 전세계적인 성공 뒤 제니퍼 리와 크리스 벅 감독에게 돌아온 공통적인 질문이었다. 영화를 만들 때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관객이 질문을 던지자 두 감독은 <겨울왕국>의 결말은 두 번째 이야기를 위한 시작이며, <겨울왕국2>와 함께 두 영화는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이야기는 어린 엘사가 실수로 안나를 다치게 했던 그날 밤의 사고가 있기 조금 전으로 관객을 데리고 가 엘사와 안나가 어떤 자매였는지, 그 둘에게 어떤 가족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겨울왕국2>의 막을 올린다. 비극으로 시작한 <겨울왕국>이 감추어두었던 따뜻한 이야기가 <겨울왕국2>에서 보여질 예정이다.


키워드 2

새로운 계절 “가을”

<겨울왕국2>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영화 팬들은 가을색이 두드러진 배경을 두고 “아렌델은 나니아가 아니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이니 가을은 그저 지나가는 배경일 뿐이다”라는 상식적인 추측에서부터 “2편의 배경은 아렌델이 아닐 것”이라는 예리한 짐작까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추측은 모두 맞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렌델에는 가을이 있으며, 2편의 주된 공간적 배경은 아렌델이 아니다. 그리고 <겨울왕국2>의 계절적 배경 역시 가을이 맞다. 오리지널 타이틀은 <Frozen>이며 한국어 제목은 <겨울왕국>인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가을이라니, 어딘가 어색한 듯하지만 제작진은 엘사와 안나가 맞이하는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계절이 가을이라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답한다. 2편 제작이 결정된 뒤 제작진이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으로 떠났던 리서치 여행의 시기가 가을이었던 것도 이야기의 배경이 가을이 된 데 영향을 미쳤다. 낯선 땅에서 만난 낯선 모습의 가을은 미국에서 보던 가을과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장면을 꺼내보아도 1편과 완전히 다른 컬러팔레트로 확연히 구분되기를 원하면서 새로운 이야기의 배경은 가을로 설정됐다. 블루와 블랙, 화이트로 겨울을 표현했던 1편과 달리 진한 붉은색 계열과 보라, 청색으로 새로운 계절감이 표현됐다. 가을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기 쉬운 노란색은 <겨울왕국2>에서는 아렌델 왕국의 가을을 표현할 때로 제한되어 무대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키워드 3

엘사와 안나가 함께 떠나는 “모험”

<겨울왕국>이 안나와 엘사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가는 이야기였다면, 2편은 끈끈한 유대를 가진 둘이 함께 떠나는 모험이다. 고독한 성향에 특별한 힘을 지녔으며, 두 어깨에 삶의 무게보다 더 큰 운명을 짊어지는 신화적 캐릭터 엘사와, 특별한 힘은 없지만 낙천적인 성향으로 주변을 변화시키는 동화적 캐릭터 안나. 둘의 모험은 그렇기에 하나의 모험 안에 2가지 결을 품게 되고 성인 관객과 어린이 관객에게 각기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둘의 모험에는 안나에게 청혼할 기회를 엿보느라 진땀 빼는 크리스토프와 순록 스벤 그리고 이제는 글자를 읽게 된 눈사람 올라프가 동행해 북쪽 숲으로 향하는 원정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모험을 떠나는 복장이 드레스일 수는 없기에 제작진은 북쪽 숲을 향하는 자매에게 새로운 활동적인 코스튬을 선물했고 그에 맞춰 엘사와 안나의 스타일도 조금씩 변형됐다. 극중 안나는 20대 중반에 가까워진 나이로 옆머리를 땋고 남은 머리카락은 풀어 성숙한 이미지를 연출했고, 엘사는 다른 스타일은 엘사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편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둘 중 제작진의 노고가 더 들어간 쪽은 안나라고 전해지는데, 엘사의 이미지가 확실해 컬러나 톤의 결정이 쉬운 반면 안나는 엘사를 드러내주는 동시에 존재감을 가져야 하기에 색감이나 스타일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두 자매를 위한 코스튬 작업은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들 정도의 디테일과 구현을 목표로, 실제 원단의 주름이 만들어지는 방식까지 연구해 완성됐다.


키워드 4

마법에 걸린 “북쪽 숲”

아렌델에서 안나와 행복하게 살고 싶은 엘사의 바람과 달리, 엘사의 귀에는 메아리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1편에서 엄마와 아빠가 탄 배가 풍랑 속으로 사라질 때 들려오던 소리와 비슷하다. 그리고 주저하던 엘사가 메아리에 답을 한 그날 밤 아렌델에는 폭풍이 몰아친다. 아렌델과 주민을 지켜야 하는 엘사는 이제 소리를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엘사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안내한 곳은 어린 시절 아빠에게 들었던 신비로운 마법의 숲으로, 엘사와 일행은 안개 뒤에 숨겨진 북쪽 숲으로 이끌리듯 빨려들어간다.

숲에서 엘사 일행은 숲을 지키는 4가지 정령을 만난다. 물, 바람, 땅, 불을 지키는 정령 중 시선을 사로잡는 존재는 물의 정령 나크다. 나크와 엘사가 처음 대면하는 장면은 숨 막히도록 아름답다. 나크 외에도 바람의 정령, 불의 정령, 땅의 정령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각 장난스럽고, 고약하며, 두려운 대상으로 묘사된다.


키워드 5

<Let It Go>를 이을 “노래”

<겨울왕국>, <코코>(2017)의 주제가로 이름을 알린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 부부가 <겨울왕국2>에 삽입된 노래들도 모두 작곡, 작사했다. <겨울왕국>의 <Let It Go>로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수상한 로페즈 부부는 <겨울왕국2>를 위해 모두 7곡을 만들었고 최근 이 곡들의 리스트와 어떤 캐릭터의 노래인지를 공개했다. 첫 번째 곡 <All Is Found>는 엘사와 안나의 엄마인 이두나 왕비가 잠자리에서 불러주는 자장가로 미스터리한 북쪽 숲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두나 왕비는 1편에서 대사가 한줄에 불과해 제니퍼 리 감독이 목소리를 연기했으나(어린 안나를 안고 “얼음장같이 차가워요!”), 2편에서는 에반 레이첼 우드가 캐스팅되어 목소리 연기하고 노래를 불렀다. 두 번째 곡 <Some Things Never Change>는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 올라프가 함께 부른 노래로 가족이나 다름없는 넷의 사랑이 담긴 노래로 예상된다. 세 번째 곡은 현재 대중에게 공개된 엘사의 솔로곡 <Into the Unknown>(한국어 제목은 <숨겨진 세상>)이다. 네 번째곡 <When I Am Older>는 올라프의 솔로곡으로 1편에서 올라프의 솔로곡이었던 <In Summer>와 비슷한, 유쾌한 분위기를 띤다. 다섯 번째 곡은 <Lost in Woods>(크리스토프 솔로곡), 여섯 번째 곡은 이두나 왕비와 엘사가 함께 부르는 <Show Yourself>이며, 마지막 일곱 번째곡 <The Next Right Thing>은 안나의 솔로곡이다. 이디나 멘젤, 크리스틴 벨, 조너선 그로프, 조시 개드 등 오리지널 캐스트가 그대로 기존 역할을 연기하고 노래를 불렀다.


이현민 “안나”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는 수십명에 달하는 애니메이터들의 작업을 모아 한 사람이 그린 것처럼 매끄럽게 정돈하고 캐릭터의 성향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조언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는 이현민 애니메이터(<공주와 개구리> <빅 히어로> <모아나> <주먹왕 랄프> <페이퍼맨>)가 <겨울왕국2>에서 안나의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로 발탁된 이유는 굳이 듣지 않아도 그의 말투와 표정, 몸짓을 보면 알 수 있다. 안나가 살아 있다면 이렇게 걷고 이렇게 말했으리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를 “캐스팅”할 때 실제 캐릭터와의 궁합과 성향까지 고려하는 디즈니의 안목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안나를 애니메이션 작업한 모두에게 안나는 자매이고, 딸이며,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안나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 그는, 가장 즐겁게 작업한 장면으로 초반의 “패밀리 게임 나이트”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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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글 안현진 통신원·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