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호러 명작, <샤이닝>(1980)의 속편 <닥터 슬립>이 7일 개봉했다. 전작에서 잭 토랜스(잭 니콜슨)의 어린 아들 대니(대니 로이드)가 성인이 되고, 과거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비밀 조직 ‘트루 낫’과 맞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보다 많은 인물들과 커진 세계관이 다뤄질 예정. 그중에서도 ‘샤이닝’ 능력자들을 먹고 생명을 이어나가는 트루 낫의 리더 로즈 더 햇 역을 맡은 레베카 퍼거슨이 눈길을 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라면 주목하시길.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혹은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레베카 퍼거슨의 다섯 캐릭터를 소개한다.


<화이트 퀸> 엘리자베스 우드빌 역

1999년부터 10년 넘게 자국 스웨덴에서 단편영화와 TV 시리즈에 주로 얼굴을 비췄던 레베카 퍼거슨.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이 바로 <화이트 퀸>이다. 영국 BBC에서 2013년 방영한 시대극으로, 왕권을 놓고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이 암투를 벌였던 장미전쟁을 소재로 한 10부작의 미니 드라마다. 욕망·배신으로 얼룩진 인물들의 관계와 배우들의 호연이 일품이다. 레베카 퍼거슨은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우드빌이자 퀸 엘리자베스를 연기했다. 이 역을 통해 2014년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명되는 등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일사 파우스트 역

<화이트 퀸>이 레베카 퍼거슨에게 가져다준 건 인지도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연기를 눈여겨봤던 애청자들 중엔 톰 크루즈와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있었고, 이들은 레베카 퍼거슨을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 캐스팅하게 된다. 그러니 <화이트 퀸>이 복덩이였던 셈. 레베카 퍼거슨은 범죄 조직 ‘신디케이트’의 일원이자 이단 헌트(톰 크루즈)를 도와주는 의문의 MI6 요원 일사 파우스트 역을 맡았다. 이단 헌트 못지않게 격투와 바이크에 능한 액션 캐릭터로 시리즈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뒤이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도 전편을 능가하는 활약을 보여준 바, 시리즈 내 인기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2021년 개봉을 준비 중인 <미션 임파서블 7>(가제)에서 다시 한번 일사 파우스트 역을 맡을 예정이다.


<폴링 스노우> 카티야/로렌 역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 레베카 퍼거슨은 차기작 <폴링 스노우>에서 전작과는 180도 다른 애절한 사랑 연기를 펼쳤다. 1959년 모스크바, 부모님의 죽음 이후 소련 체제를 반대하며 스파이가 된 카티야(레베카 퍼거슨)는 소련의 정부 관료인 사샤(샘 리드)로부터 정보를 빼내기 위해 접근하지만 이내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카티야가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카티야와 사샤는 미국을 망명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카티야는 사라져버리고 만다. 시간이 흘러 1992년 뉴욕, 사샤의 조카 로렌(레베카 퍼거슨)은 고모인 카티야를 그린 작품으로 러시아에서 전시회를 열게 된다. 영화는 현재인 1992년 뉴욕과 1959년 과거 모스크바를 오가며 전개된다. 레베카 퍼거슨은 뉴욕의 로렌과 모스크바의 카티야를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했다. 그 결과, <폴링 스노우>로 프라하 독립영화제와 캘리포니아 독립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위대한 쇼맨> 제니 린드 역

근대 서커스의 창시자, P.T 바넘의 일생을 영화화한 <위대한 쇼맨>. 레베카 퍼거슨은 당시 유럽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스웨덴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 역을 맡았다. 제니 린드와 레베카 퍼거슨은 실제로 스웨덴 스톡홀름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고. 대중들과 사교계에서 인기가 많았던 만큼 재력이 있었던 제니 린드였기에 화려하면서도 고혹적인 레베카 퍼거슨 특유의 외모와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비하인드를 덧붙이자면, <위대한 쇼맨> 명장면 중 하나인 제니 린드의 ‘네버 이너프’(Never Enough) 열창은 레베카 퍼거슨이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출신의 가수 로렌 알레드의 목소리가 덧입혀진 것이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리자 역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해 무술 실력을 다져 온 레베카 퍼거슨. 올해 그는 <맨 인 블랙> 스핀오프작인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짧고 굵게(?) 보여주고 퇴장했다. 레베카 퍼거슨은 MIB 에이스 요원인 에이전트 H(크리스 헴스워스)의 전 여자친구이자 자신이 소유한 섬에서 무기를 팔고 있는 무기상 라자를 연기했다. 라자는 등에 여러 개 달려있는 팔로 쉽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전투력을 지닌 인물. 짧은 분량이었지만 인상적인 액션신을 통해 존재감을 발하기란 충분했다. 다만, 독특한 가발에 짙은 스모키 화장 등 분장으로 라자가 레베카 퍼거슨임을 못 알아 본 관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