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12월 28일(현지시간) 2019년 페이버릿(Favorite) 리스트를 공개했다. 그가 인상 깊게 본 책, 즐겨 들은 음악과 함께 기억에 남는 영화의 리스트도 소개했다. 국내 언론은 낯익은 제목의 영화가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오바마의 리스트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있었다. ‘씨네플레이’는 그밖에 또 어떤 영화들이 언급됐는지 궁금했다. 그가 리스트에 올린 18편의 영화와 3편의 TV 시리즈를 살펴보자.
아메리칸 팩토리
American Factory, 2019
<아메리칸 팩토리>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8년 문을 닫은 미국 오하이오의 GM 자동차 공장을 사들인 중국의 자동차 유리 기업, 푸야오 글래스의 노사 문제를 다룬다. <아메리칸 팩토리>는 오바마 부부가 넷플릭스와 함께 설립한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Higher Ground Productions)의 첫 영화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2018
그녀의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지구상에 아마 없을 것이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1972년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뉴템플미셔너리 교회에서 진행된 아레사 프랭클린의 가스펠 녹음 실황을 담아냈다. 그레이스는 2018년 8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아폴로 11
APOLLO 11, 2018
<아폴로 11> 역시 다큐멘터리다. 우리가 잘 아는 그 아폴로 11호 우주선의 여정을 돌아보는 영화다. 2018년 개봉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한 <퍼스트맨>과 비교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애쉬
江湖儿女, Ash Is Purest White, 2018
오바마 대통령은 웬만한 시네필 뺨치는 영화 취향을 자랑한다. 중국의 거장, 지아장커 감독의 색다른 로맨스 영화 <애쉬>가 리스트에 올라 있다. <애쉬>는 국내에 개봉하지 못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바 있다.
애틀란틱스
Atlantique, Atlantics, 2019
마티 디옵 감독의 <애틀란틱스>는 2019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기생충>과 함께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른 영화다.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는 서아프리카 세네갈의 젊은 연인의 이야기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길 위의 새들
Pajaros de verano, Birds of Passage, 2018
<길 위의 새들>은 1970년대 마리화나 판매를 시작으로 마약시장에 뛰어드는 콜롬비아 원주민 와유 가족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다.
북스마트
Booksmart, 2019
<북스마트>는 소녀들의 일탈을 담은 영화다. 아이비리그 입시를 위해 공부만 했던 절친 몰리(비니 펠드스타인)와 에이미(케이틀린 디버)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루 앞두고 공부만 했던 시간을 후회하고 마지막 밤을 불태우기로 한다. <북스마트>는 배우로 유명한 올리비아 와일드가 연출한 영화다. 고교 졸업반을 다룬 영화지만 R등급이다.
다이앤
Diane, 2018
<히치콕 트뤼포>의 켄트 존스 감독이 연출한 <다이앤>은 마약에 중독된 아들과 엄마 다이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다이앤을 연기한 메리 케이 플레이스가 LA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더 페어웰
The Farewell, 2019
룰루 왕 감독의 <더 페어웰>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할머니 때문에 모인 중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미국에 살다가 할머니의 소식을 듣고 중국으로 간 손녀다. <오션스 8>,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쥬만지: 넥스트 레벨> 등에 출연한 아콰피나가 주인공 빌리를 연기한다. 골든글로브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2019
<포드 V 페라리>는 오바마 리스트 영화 가운데 국내 개봉한 몇 안 되는 영화 가운데 하나다. 르망 24시 레이스에 출전한 포드 팀의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가 주인공이다.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19
시네필이라면, 아니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리리시맨>을 봤을 것이다. 3시간이 넘는 이 장대한 서사시를 보고 나면 누구나 2019년 최고의 영화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저스트 머시
Just Mercy, 2019
브리 라슨, 마이클 B. 조던, 제이미 폭스 주연의 <저스트 머시>는 인권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스(마이클 B. 조던)의 회고록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스티븐스가 부당하게 기소된 사형수의 석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다.
더 라스트 블랙 맨 인 샌프란시스코
The Last Black Man in San Francisco, 2018
<더 라스트 블랙 맨 인 샌프란시스코>는 어린 시절 집을 되찾기 위한 지미의 이야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미가 살았던 동네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진행됐다. 그렇게 지미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빅토리아풍의 집은 지금 400만 달러의 가치를 가지게 됐다. <더 라스트 블랙 맨 인 샌프란시스코>는 브래드 피드의 플랜 B에서 제작했다.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2019
이제 더 이상 배우 출신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레이디 버드>의 감독 그레타 거윅이 연출한 <작은 아씨들>에 대한 호평이 끊이질 않고 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은 아씨들>에는 플로렌스 퓨,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 등이 출연한다. 국내에는 2월 12일 개봉한다.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2019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는 오바마 리스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2019년 베스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영화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로 국내 극장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연극 연출가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배우 니콜(스칼렛 요한슨) 부부의 이혼 과정을 담는다. 바움백 감독의 개인사가 반영됐다고 알려졌다.
기생충
PARASITE, 2019
<기생충>이 태평양을 건너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정식 개봉까지 <기생충>은 미국 내 여러 영화제에서만 소개됐고 그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극찬이 쏟아졌다. <기생충>을 향해 조금씩 달궈진 분위기는 10월 미국 개봉 이후 폭발했다. 지미 팰런이 진행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토크쇼에 출연한 봉준호 감독을 보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게다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했다. 이제는 더 이상 놀라지 말자. 조만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을 다시 볼 수 있을 듯하다.
더 수베니어
The Souvenir, 2019
국내에 <더 수베니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1980년대가 배경이다. 정체가 비밀스러운 남자와 연애를 하는 어린 영화학도의 이야기를 다룬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소개됐다.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가미된 영화라고 한다.
통행증
Transit, 2018
<통행증>은 프랑스 마르세유로 탈출한 독일인 망명자들의 이야기다. 독일 출신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유럽 공동체 이산과 이주를 다루는 문제적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3편의 TV 드라마도 자신의 페이버릿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플리백> 시즌 2, 넷플릭스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HBO의 <왓치맨> 등이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