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19의 확산으로 영화 보기 힘들어졌다. 외출부터가 불안하기도 하고, 개봉 예정작 대다수가 개봉 연기를 선택하면서 개봉 신작이 줄어들었다. 어차피 극장에서 신작 보기 힘든 거, 잊고 있던 미개봉작을 보는 건 어떨까. VOD, OTT 서비스 등으로 직행한 미개봉작들을 정리해봤다.


제럴드의 게임

플랫폼 넷플릭스

가끔씩 미개봉작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재발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불법 유통되면서 도리어 홍보가 된 <나비효과>나 누리꾼의 요청으로 개봉하게 된 <크롤>처럼. <제럴드의 게임>도 최근 커뮤니티에서 핫하게 다뤄지는 영화. 넷플릭스로 공개되면서 한국 누리꾼들이 빨리 접했기 때문. 영화의 줄거리가 충격적이다. 숲속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 부부. 두 사람은 성적 즐거움을 위해 일종의 장난을 치는데, 아내 제시를 수갑으로 침대에 묶어둔 것. 그런데 별안간 남편 제럴드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면서 제시는 생존의 위기를 맞이한다.

이런 설정으로 시작한 <제럴드의 게임>은 구체적인 위기를 제시하며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언뜻 허무맹랑해 보이는 도입부와 달리 제시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좀 더 복합적인 텍스트로 거듭난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으로 <돌로레스 클레이븐>와 연관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

플랫폼 넷플릭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손. 그렇다면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를 보자. 게임 <드래곤 퀘스트 5>를 영화화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시리즈의 대부 호리이 유지와 스기야마 코이치 작곡가가 참여한 것만으로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일러스트 느낌이 아니긴 하지만, 캐릭터 디자인 또한 정감 가는 당시의 느낌을 잘 구현했다.

문제는 결말이었다. 극장에서 <드래곤 퀘스트 5>의 향수를 느끼던 관객들이 화를 내고 별점 1점 세례를 줄 정도였다. 충성도 높은 원작 팬들의 심기를 건드릴 정도의 결말이었다면…. 도대체 어떤 결말을 어떻게 그렸길래,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바후발리: 폭풍의 신 & 바후발리 2 : 더 컨클루전

플랫폼 왓챠플레이, 네이버 시리즈 / 넷플릭스

​인터넷에서 한 번쯤 '00 쩌는 인도영화.GIF' 같은 글을 봤다면, 그리고 거기서 본 영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면 <바후발리> 시리즈를 추천한다. <바후발리: 더 비기닝>과 <바후발리 2: 폭풍의 신>는 국내에서 영화제로 소개될 당시에도 컬트적인 인기를 모았다. 인도 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 과도해서 멋있는 액션을 모두 잡은 중 판타지 전쟁 영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바후발리> 시리즈는 다음의 짤로 설명을 대체하겠다.​


디재스터 아티스트

플랫폼 네이버 시리즈

만화에나 나올 법하지만 의외로 현실적인 말, 최고가 아니면 최악이 되라. <더 룸>의 토미 웨소는 딱 그 예시다. 그는 <더 룸>의 연출과 주연을 맡아 역사상 최악의 영화(와 연기)를 선보였고, 그 덕에 전 세계의 인기를 모았다. 'I DID NOT, I DID NOT! OH HI MARK' 장면은 북미 최고의 밈으로 승화됐다.

토미 웨소의 열정은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는데, 제임스 프랭코도 그중 하나였다. 제임스 프랭코는 토미 웨소가 <더 룸>을 제작하는 과정을 <디재스터 아티스트>라는 영화로 만들었다. 심지어 연출과 주연 토미 웨소 역을 모두 소화하는 열정으로 토미 웨소의 자리를 넘보기까지. 코미디 영화로도 훌륭하지만, 토미 웨소라는 인물의 매력도 흠뻑 느낄 수 있다.


호랑이는 겁이 없지

플랫폼 왓챠플레이, 네이버 시리즈

공개 이후 로튼 토마토 100%를 달성하고(지금도 97%다) 부천영화제에서도 감독상을 받은 <호랑이는 겁이 없지>. 2019년 3월 28일에 개봉했다는 기록은 있는데, 동원 관객 집계조차 없다. 그야말로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셈이다. 유명 감독도, 인기 배우도 없는데 주인공은 전부 아역이니 현실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사기에 부족했던 것.

그렇다고 놓치기엔 정말 아쉬운 작품이다. <판의 미로>가 정점을 찍었던 '잔혹 동화' 계열을 이어가는 몇 없는 작품이기 때문. <호랑이는 겁이 없지>는 범죄와 정치가 유착한 멕시코를 배경으로 에스트레야(파올로 라라)와 샤이네(후안 라몬 로페즈) 등이 겪는 현실을 동화의 기본적인 요소에 빗대 풀어낸다. 과거가 아닌 현재 고통받는 아이들의 시선을 노골적이지 않되 주목하게끔 흥미롭게 전한다.


내 몸이 사라졌다

플랫폼 넷플릭스

​92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주인공은 <토이 스토리 4>지만,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겨울왕국 2> 대신 후보에 오른 <내 몸이 사라졌다>와 <클라우스>였다. 두 작품은 픽사(<토이 스토리 4>), 드림웍스(<드래곤 길들이기 3>), 라이카 스튜디오(<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같은 쟁쟁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제작사 사이에서 프랑스 애니메이션, 스페인 애니메이션 대표로 자리를 빛냈다. 특히 <내 몸이 사라졌다>는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보편적인 공감대를 끌어내 수상까지 점쳐진 작품.

<내 몸이 사라졌다>는 두 가지 이야기로 진행된다. 피자배달부 나우펠이 가브리엘을 사랑하게 되는 것, 그리고 해부실의 손이 어딘가로 떠나는 것. 전혀 맞닿을 수 없을 것 같은 두 이야기가 접점을 이루며 맞이한 결말은 철학적 담론과 실질적인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부여한다. 시간과 시점을 이용한 연출은 제레미 클라핀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한다. 다만 보는 이에 따라 불쾌할 법한 전개, 묘사가 다소 포함돼있다.


아폴로 11

플랫폼 넷플릭스

​지난해 '역덕후'들을 설레게 한 두 편의 다큐가 나왔다. 하나는 피터 잭슨이 연출한 1차 세계대전 다큐 <데이 쉘 낫 그로우 올드>, 하나는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한 <아폴로 11>. 둘 다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자료를 현대 기술로 고화질 복원해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했다. <아폴로 11>은 타국에서 소규모로나마, 혹은 아이맥스로까지 개봉했는데 국내에선 아쉽게도 스트리밍 서비스로만 만날 수 있다. 자료를 복원하는 것에 중점을 둔 만큼 극적인 효과나 사건은 전무하나 우리가 보지 못한 달의 모습이나 발사 및 착륙 전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우주에 대한 로망은 있으나 뼛속까지 문과생인 기자 같은 관객이면 필견. 같은 사건을 닐 암스트롱의 심리적 묘사에 중점을 둔 <퍼스트맨>과 함께 봐도 좋을 것.


러빙 빈센트: 임파서블 드림

플랫폼 왓챠플레이, 네이버 시리즈

​2017년 말에 개봉해 고흐 열풍을 일으킨 <러빙 빈센트>. 이 영화는 빈센트 반 고흐의 화풍을 그대로 옮긴 영상미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관심이 적은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했고, 다양성 영화 겸 애니메이션이 30만 관객을 돌파하는 이례적인 기록까지 세웠다. 이후 제작 과정의 일부를 덧붙여 '비하인드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재개봉하기도 했다. 혹시 이 비하인드 에디션에 관심이 있었지만 못 본 관객이 있다면 그 제작 과정 영상의 원본 다큐멘터리 <러빙 빈센트: 임파서블 드림>을 추천한다. 러닝타임 59분으로 짧은 영상에 <러빙 빈센트>의 장면 연출, 영감을 받은 장면 등은 물론이고 배역을 연기한 배우들의 맨얼굴도 만날 수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