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년 마블은 3월에 <캡틴 마블>로 문을 열고 4월 말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문을 닫을 때까지 극장가의 흥행을 독점했습니다. ‘4월은 마블’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시기 마블 영화의 기세는 대단한데요. 어떻게 마블은 한국 극장가 비수기 4월의 강자가 되었을까요?

<아이언맨>.

마블 4월 흥행 불패의 시작은 2008년 4월 30일 <아이언맨> 북미 개봉부터입니다. 파라마운트는 <아이언맨>의 개봉 시기를 놓고 고심하게 됩니다. 북미 최대 흥행 시장인 여름 시즌은 5월 마지막 주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 연휴부터 시작되는데, 파라마운트는 이미 이 시즌에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과 <쿵푸 팬더>를 대기 시켜 놓은 상태였죠. 이후도 쉽지는 않습니다. 7월에는 당시 최고의 관심 속에 개봉하는 워너 브러더스의 <다크 나이트>가 개봉 준비를 마친 상태였지요. 아마도 파라마운트는 <다크 나이트>와의 경쟁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당시의 마블 영화는 딱 그 정도의 흥행 파워를 지녔었죠.

개봉일에 있어 해법이 복잡해진 파라마운트는 과감하게 여름 시즌이 아닌 5월 초로 승부수를 띄웁니다. 그런데 이게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습니다. 첫 주말 1억 달러를 돌파하며 1위로 입성, 여름 시즌에 버금가는 흥행을 기록합니다. <아이언 맨>은 그해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한 <다크 나이트>에 이어 흥행 2위를 차지합니다. 파라마운트는 이 경험을 토대로 이후 <아이언맨 2>, <토르: 천둥의 신>을 모두 18주 차(4월 말, 5월 초) 개봉, 이 덕분에 마블 영화 대부분이 4월 무혈입성과 함께 홀로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특권을 누리게 됩니다.

<어벤져스>.

국내 4월은 흥행판에 있어 전통적인 비수기입니다. 북미 개봉 시기에 맞춰 국내에도 비수기 4월 시장에 <아이언맨>은 개봉합니다. 당시 국내 배급은 CJ엔터테인먼트. 같은 날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를 쇼박스는 <가루지기>를 그리고 20세기폭스는 애니메이션 <호튼>을 경쟁작으로 내놓습니다. 평작 수준이라 다들 그리 세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이언맨>의 흥행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된 상태, 역시 첫 주 1위를 차지합니다. 이 흥행은 4월 영화로는 오르기 힘든 300만을 가볍게 뛰어넘더니 최종관객수 432만을 기록합니다. 하지만 4월 흥행은 계속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2011년 4월에 개봉된 <토르: 천둥의 신>은 169만에 그치며 그저 비수기에 스쳐 간 단비 정도였죠. 그런데 이 생각이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 바로 다음 해인 2012년입니다. 그해 4월(17주 차)에 <어벤져스>가 개봉됩니다. 경쟁작은 같은 날 개봉된 롯데의 <은교>와 2주 앞서 개봉되어 1위를 하며 넘어오고 있던 <배틀쉽>. 하지만 <어벤져스>에 두 작품은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첫 주말관객수 135만(초대박이 기대되는 수치)을 넘기더니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그대로 흥행 이어가 결국 4월 개봉 영화로는 역대 최고인 700만을 넘깁니다.

다음해인 2013년 4월 <아이언맨 3>가 900만을 넘기고 2015년 4월 드디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국내 초대박 흥행의 기준 천만 관객을 넘깁니다. 이제 마블의 흥행은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2018년 4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그리고 2019년 4월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모두 천만을 넘기는 기염을 토합니다.

마블이 별로 무섭지 않은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하던 시기 이 사이에 개봉되는 다른 영화는 일명 ‘낀 배급’ 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제작비 100억이 넘은 <돈>, <악질경찰>, <우상>이 3월 넷째주에 동시에 개봉되면서 자폭성 배급이 되었고, <이스케이프 룸>, <어스>, <요로나의 저주> 등 호러물이 이후 극장을 점령합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유일하게 상대한 영화는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보험>뿐이었습니다.

2008년부터 시작한 마블의 4월 집중공략은 ‘4월은 마블’이라는 공식을 만듭니다. 올해도 마블은 자신 있게 4월을 노렸습니다. 페이즈4의 스타트로 <블랙 위도우>를 꺼내 들었고 다들 이날만은 피해 도망갈 작정이었죠. 그런데 그런 마블마저 도망가게 한 것이 있으니 바로 ‘코로나19’ 입니다. 마블 히어로마저도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없는 지금의 흥행판 상황, 마블의 재개봉이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상대가 너무 세 보입니다. 누가 지금의 흥행판을 구해낼지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을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