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으로
시리즈에 복귀한다.

<본 얼티메이텀> 이후 9년 만이다.
할리우드 첩보영화의 새로운 스타 맷 데이먼의 컴백을 애타게 기다린 분께는 희미해지는 전편의 복기를, 도대체 화성에서 감자나 심던 중년의 아저씨가 왠 스파이냐고 묻는 시리즈 입문자(전편이 무려 9년 전이다)를 위해서는 이 시리즈의 의미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본 아이덴티티 (2002)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본 아이덴티티>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CIA요원 제이슨 본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선과 악의 뚜렷한 기존 스파이 영화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스파이 영화로 평단과 관객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

스웨터를 입은 첩보원의 탄생

근사한 수트, 고성능의 슈퍼카, 기상천외한 비밀병기, 거기에 8등신 미녀 조력자까지 우리가 익숙했던 전형적인 첩보원은 잊어라.
허름한 스웨터를 입고 은행 쓰레기봉투를 가방 삼아
들고 다니며 낡은 소형차를 타는 요원이라니. 우리 옆에 숨어 소리없이 임무를 완성하는 실제 요원처럼 가장 사실적인 묘사로 제이슨 본은 그려졌다.


 본 슈프리머시 (2004)

자신을 제거하려는 CIA를 피해 전편에서 재회한 본은 마리와 떠돌이 생활을 하게된다. 쫓고 쫓기는 와중에 연인 마리는 CIA 요원에게 살해되고, 제이슨은 자신이 모종의 음모에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본의 복수와 자아찾기에 포커스를 두고 감상해볼 것.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추격신에 현대자동차의 차량을 찾아내는 재미는 덤.

영화는 마리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시종일관 덤덤하게 흘러간다.

영화속 제이슨 본은 단 한번도 웃지 않는다. 영화 전체에서 유일한 웃는 모습은 마리와 찍은 오직 이 사진뿐이다.

제이슨 본의 여인들
마리 (프란카 포텐테)

<본 아이덴티티>에 등장한 마리는 미국대사관에서 탈출한 제이슨 본이 파리까지 차를 얻어타고 가면서 만난 여인이다. 이후 제이슨 본의 여정에 함께하게 되며 사랑에 빠지고 영화 후반에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재회한다. 하지만 곧 <본 슈프리머시>에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다. 조용히 살고 싶었던 제이슨 본을 다시 과거 속으로 뛰어들게 하는 계기

니키 (줄리아 스타일즈)

니키는 <본 슈프리머시>에서 CIA요원들의 연락책으로 등장한다.
<본 얼티메이텀>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제이슨 본을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본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며 안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두사람의 관계가 동료애인지 사랑인지 궁금증을 낳게 한다.
곧 개봉할 <제이슨 본>에서도 그녀를 볼 수 있다니 둘의 사이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해보자.



본 얼티메이텀 (2007)

이전 작품이 본의 자아찾기와 속죄가 주요 내용이었다면, <본 얼티메이텀>에서는 본이 어떻게 암살자가 되었는지를 찾아내는 이야기이다. 3부작의 마지막인만큼 스토리를 복잡하게 이어가기보다는 깔끔하게 마무리짓는다.
액션만큼은 3부작 중 최고. 모로코 탕헤르 골목에서의 오토바이 추격전과 좀은 공간에서 본과 CIA요원간의 맨몸 격투, 뉴욕에서의 자동차 추격신은 압권.

워털루역 광장의 추격신

<가디언> 기자로부터 정보를 얻으려는 제이슨 본이 집요하게 그들을 쫓는 수많은 요원들과 CCTV를 따돌리며 군중 속을 치밀하게 움직이는 워털루역 신은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다. 각기 다른 표적을 바라보는 시선이 영화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본 레거시 (2012)

시리즈의 기획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 폴 그린그래스는 원작대로 3부작으로 마치려했지만 제작인 유니버셜픽쳐스가 흥행 수익을 위해 제작을 밀어붙였고, 이에 반대한 감독과 맷데이먼은 시리즈에 불참을 선언하였다. 총보단 화살을 더 잘 쏠 것 같은 호크아이 제레미 러너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결국 본 시리즈의 사생아가 되었다. 제레미 레너도 손색은 없었다, 다만 맷 데이먼이 빠진 <본 레거시>는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본 시리즈의 기존 액션신들과 비추어도 빠지는 게 없을 만큼의 영화적 완성도를 갖추었음에도 여전히 본 시리즈 팬들로서는 아쉬움이 가득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제이슨 본 (2016)

데이먼은 인터뷰에서 "제이슨 본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라며 시리즈의 복귀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전 두편(< 슈프리머시>, < 얼티메이텀>) 함께한 그린그래스 감독과의 재회가 007시리즈 이후 가장 성공한 스파이 영화의 부활을 기대하게 한다. 게다가 제이슨 본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모두 풀게 된다고 하니 영화를 놓치면 두고두고 아쉬워할 것이 분명하다.

<제이슨 본> 스페셜 영상

씨네플레이 에디터 심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