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된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는 전몰한 군인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우리의 현충일과 비슷한 개념이다. 재미있게도 메모리얼 데이는 뜻깊은 날인 동시에 영화계에선 ‘여름 성수기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주말을 포함한 나흘의 대목을 노린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개봉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대표적인 ‘메모리얼 데이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역대 메모리얼 데이 개봉작 중, 눈에 띄는 개봉 성적을 거둔 작품들을 소개한다.


1.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2007)

로튼토마토: 평단 44% / 관객 72%

메타스코어: 50

주말수익: $139,802,190

북미최종: $309,420,425

전세계최종: $960,996,492

제작비: $300,000,000

메모리얼 데이 주말 성적이 가장 뛰어난 작품은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줄 알았던) 영화는 해적을 소탕하려는 베켓 함대와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 호에 맞서기 위해 ‘데비 존스의 저승’에 있는 잭 스패로우를 구하려는 해적들의 모험담을 그린다. 비평가들에게는 여러모로 혹평받은 작품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팬들에 힘입어 나흘의 연휴 동안 1억 39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마지막 결투 하나만으로도 모든 단점을 용서할 수 있다고. 북미와 전 세계 누적 3억 940만 달러와 9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007년 최고 흥행작이 됐다.


2.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2008)

로튼토마토: 평단 78% / 관객 54%

메타스코어: 65

주말수익: $126,917,373

북미최종: $317,101,119

전세계최종: $790,653,942

제작비: $185,000,000

‘액션 어드벤처의 바이블’로 통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미지의 힘을 지닌 크리스탈 해골을 이용해 세계 정복을 꿈꾸는 소련군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을 그린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19년 만에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해리슨 포드가 다시 뭉쳤다는 사실 때문에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이를 입증하듯 연휴 주말에만 1억 269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북미 최종 3억 1710만 달러로 2008년 북미 흥행 2위와 시리즈 최고 흥행작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성적은 7억 9060만 달러. 다섯 번째 작품은 2022년 개봉 예정이다.


3.

엑스맨 - 최후의 전쟁 (2006)

로튼토마토: 평단 57% / 관객 61%

메타스코어: 58

주말수익: $122,861,157

북미최종: $234,362,462

전세계최종: $460,435,291

제작비: $210,000,000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은 인류를 위해 능력을 사용하려는 엑스맨과 이에 반하는 뮤턴트 세력의 마지막 전투를 그린다. 오리지널 <엑스맨> 삼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 작품이 5월 마지막 주말 간 벌어들인 금액은 1억 2280만 달러. 북미와 전 세계 누적 성적은 각각 2억 3430만 달러와 4억 6040만 달러로 당시 시리즈 최고 흥행 기록이다. 뼈대가 되는 코믹스가 원체 수작이라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더러 있었는데,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 『다크 피닉스 사가』를 모티브로 삼은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이후에는 “지금 보니 선녀”라며 재평가를 받고 있다.


4.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2013)

로튼토마토: 평단 70% / 관객 84%

메타스코어: 61

주말수익: $117,036,995

북미최종: $238,679,850

전세계최종: $788,679,850

제작비: $160,000,000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이 1억 1700만 달러로 메모리얼 데이 주말 흥행 4위에 올랐다. 도미닉과 브라이언이 멤버들의 사면을 약속받고 정부 요원 홉스와 협력해 국제 범죄를 저지르는 레이싱팀을 소탕한다는 내용이다. 죽은 줄 알았던 레티가 뜬금없이 살아나는 등의 설정 구멍이 아쉬운 점을 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름 영화라는 호평과 함께 개봉 주말 1억 1700만 달러, 북미 최종 2억 3860만 달러로 시리즈 흥행 역사를 새로이 쓰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 흥행 스코어 또한 2013년 기준 <분노의 질주> 최고 기록이었다. 여담이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내년과 내후년 개봉 예정인 9편과 10편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5.

알라딘 (2019)

로튼토마토: 평단 57% / 관객 94%

메타스코어: 53

주말수익: $116,805,962

북미최종: $355,559,216

전세계최종: $1,050,693,953

제작비: $183,000,000

우려를 딛고 첫 주말 수익만 1억 1680만 달러에 달하는 <알라딘>도 순위권에 들었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일으킨다며 원성을 샀던 예고편 속 지니의 모습과 개봉 직전에 공개된 평단의 혹평에 <알라딘>을 또 하나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실패작’이라 여긴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가이 리치 특유의 엄청난 스케일과 시대상에 맞게 개사한 흥겨운 OST가 금세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 주말을 기분 좋게 보냈을 뿐만 아니라, 북미 3억 5550만 달러와 전 세계 10억 5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두며 2019년을 ‘디즈니의 해’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현재 속편 제작이 확정된 상황.


6.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4)

로튼토마토: 평단 90% / 관객 91%

메타스코어: 75

주말수익: $110,576,604

북미최종: $233,921,534

전세계최종: $746,045,700

제작비: $200,000,000

<엑스맨> 리부트/프리퀄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 센티넬의 무차별적인 학살로 멸종 위기에 처한 뮤턴트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울버린이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의 엑스맨들과 힘을 합쳐 미래를 바꾼다는 내용이다. <엑스맨 2> 이후 11년 만에 메가폰을 쥔 브라이언 싱어가 다소 지저분했던 시리즈 세계관을 어느 정도 정리하는 데 성공해 관객과 평단에게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오리지널 삼부작의 캐릭터들과 새로운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한 작품에 모였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첫 주말 1억 105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으며, 북미 2억 3390만 달러와 전 세계 7억 4600만 달러라는 좋은 성적으로 흥행을 마무리했다. 후속작들도 이렇게 잘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7.

행오버 2 (2011)

로튼토마토: 평단 33% / 관객 52%

메타스코어: 44

주말수익: $103,426,875

북미최종: $254,464,305

전세계최종: $586,764,305

제작비: $80,000,000

전날 폭음으로 기억을 잃은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R등급 코미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영리한 각본과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다던 <행오버>에 비해 ‘참신함이 부족하고 과격해지기만 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전작과 달리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끌며 시리즈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한 영화로 이름을 남겼다(전 세계 5억 8670만 달러). 삼부작 중 유일하게 주말 성적 1억 달러를 넘긴 것은 덤.


8.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2018)

로튼토마토: 평단 70% / 관객 63%

메타스코어: 62

주말수익: $103,016,812

북미최종: $213,767,512

전세계최종: $392,924,807

제작비: $275,000,000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된 <스타워즈> 스핀오프 영화. 시리즈의 주역 중 한 명인 한 솔로의 과거를 다룬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가 주말 성적 1억 300만 달러로 8위에 올랐다. 메모리얼 데이 주말에 공개된 일곱 편의 <스타워즈> 중 가장 뛰어난 주말 성적을 기록한 것은 맞으나, 전혀 기뻐할 일이 아니다(디즈니 인수 이전 <스타워즈>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이 시기에 개봉). 이 영화가 바로 ‘시리즈 유일의 흥행 실패작’이기 때문이다. 2억 7500만 달러 제작비가 들어간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의 북미와 전 세계 성적은 각각 2억 1370만 달러와 3억 9290만 달러, 약 7700만 달러의 적자를 봤다고.


9.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 (1997)

로튼토마토: 평단 51% / 관객 51%

메타스코어: 59

주말수익: $90,161,880

북미최종: $229,086,679

전세계최종: $618,638,999

제작비: $73,000,000

1993년작 <쥬라기 공원>의 속편. 전작이 전 세계 9억 달러라는 전무후무한 흥행 성적과 ‘공룡 영화’라는 마이너 장르를 개척했다며 극찬받은 만큼,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를 향한 기대는 실로 엄청났다. 영화는 첫 주말 간 전작의 두배 가까운 9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당시 메모리얼 데이 주말 기록을 새로이 썼으나, 아쉽게도 최종 성적은 북미 2억 2900만 달러와 전 세계 6억 1860만 달러로 한참 못 미친 채 흥행을 마무리했다. 전작에 비해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많아진 잔인한 장면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꽤나 많았던 모양인데, 딱 <쥬라기 월드>와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차이라 생각하면 쉬울 듯하다.


에그테일 에디터 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