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감독의 드라마, 특히 <응답하라> 시리즈에선 서브 남주, 짝사랑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전작을 다 봤지만 치홍이가 그런 포지션일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주인공 다섯 명이 있고, 나는 조연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전작에선 주인공 다섯 명 사이에서 러브 라인이 형성되지 않았나. 그래서 조금 다른 포지션일 거라고 생각했다. 채송화 교수님을 연기한 전미도 배우, 이익준 교수님을 연기한 조정석 배우까지, 좋은 분들이랑 작업을 하게 돼서 나로선 너무 행운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12화 중,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 흐르는 치홍의 짝사랑 회상 신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고 신원호 감독이 치홍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감사했다. 일단 치홍의 장면에 토이의 노래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난 토이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해도 진짜, 과언이 아니다. 내가 토이의 팬인 걸 아는 친구들이 방송을 보고 연락을 할 정도였다. 성공했다고. 성덕이다, 성덕.(웃음) 감독님과 작가님은 내가 토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쓰신 것 같다. 대본엔 그냥 ‘BGM-토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토이의 어떤 노래가 나오려나 궁금해서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고민 중이라고, “편집 다 해보고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쓰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노래가 나오는 건 나도 방송을 보고 알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두 캐릭터 모두 사랑을 완전히 이루지 못 했다. 팬들 사이에선 ‘김준한 배우가 이우정 작가에게 뭐 잘못한 거 아니냐’는 농담도 나오고 있는데.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너무 애정을 담아 글을 써주셨다고 생각한다. “이 대본 맞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몰래카메라 아니냐”고. 그 정도로 애정이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앞서 드라마 <봄밤>에서도 일방적인 사랑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 김준한 배우의 쌍방 로맨스를 보고 싶은데.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대화를 나눠볼 수 있지 않나.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코미디 장르도 재미있을 것 같고. 아픈 이야기, 여운이 오래가는 사랑 이야기도. 인터뷰를 하다 깨달았는데, 내가 사랑 이야기를 참 좋아하더라. 좋아하는 영화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모두 사랑 이야기를 꼽았다. 특히 허진호 감독님의 멜로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같은…. 이렇게 삶에 깊숙이 남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화에 참여할 수 있으면 너무 의미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