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동성애 금지법으로 퀴어 혐오가 만연했던 영국. 어느 날 자유당 국회의원 제레미 소프(휴 그랜트)의 집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보낸 이는 바로 전 남자친구였던 노먼 스콧(벤 위쇼). 무려 17페이지나 되는(!) 편지에는 제레미 소프의 동성연애 행각을 고발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고, 제레미 소프는 절친한 동료 베셀(알렉스 제닝스)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고백한다. 4년 전, 우연히 지인의 집에 들렀다 마구간 관리자로 일하고 있던 노먼에게 첫눈에 반한 제레미.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 지 1년이 지나고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계급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얼마 못 가 헤어지게 되고, 노먼은 가난한 자신을 외면하는 제레미의 정치 인생을 몰락시키기 위해 과거를 폭로할 결심을 한다. 한편, 차기 총리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제레미는 예상치 못한 노먼의 행동에 그를 살해할 준비를 세운다.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은 동성애 혐오가 극에 달했던 시기, 그들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을 다룬 로맨스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두 사람의 달달한 연애 스토리가 등장하긴 하지만, 드라마는 헤어진 후 진창에 빠져 허우적대는 제러미와 노먼의 치졸한 싸움과 부패한 정치인의 몰락에 초점을 맞췄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와도 같은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은 1979년, 자신의 전 애인을 암살하려 했다는 살인 청부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제레미 소프의 실제 영국 정치 스캔들을 드라마화한 것이다. <닥터 후>, <이어즈&이어즈> 러셀 T. 데이비스가 각본을 맡아 탄탄한 서사를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제레미와 노먼을 연기한 휴 그랜트, 벤 위쇼의 조합이 눈여겨볼 만하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사랑에 빠진 젊은 총리로 인기를 얻었던 휴 그랜트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벤 위쇼는 이 작품으로 2019년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