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완벽한 영화가 있을까. 일정한 장면을 그린 회화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2시간 정도 되는 영화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순 없다. 그러니 영화를 여러 편 만드는 감독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거장'이라고 칭송받지만 의외로 소수파의 비판이 설득력 있는 감독도 있다. 이번 포스트에선 대체로 거장으로 인정받지만 불호라고 하는 관객들의 설득력 있는 의견을 모아봤다. 미리 말하자면, 이 기사가 절대다수나 극소수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그저 이런 의견도 있구나 재미로 봐주시길!
제임스 카메론
“실패 한 번 없는 흥행 천재” vs. “데뷔부터 표절, 촬영장의 폭군”
제임스 카메론처럼 연출 공백도 길면서 꾸준히 회자되는 감독도 없다. <터미네이터>로 상업 영화 메가폰을 잡은 그는 <에일리언 2>, <터미네이터 2>, <트루 라이즈>, <타이타닉>, <아바타>까지 (<어비스>만 빼고) 흥행 성공은 기본이고 때론 최고 기록까지 경신한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의 산증인이다. 무엇보다 그의 영화는 누구라도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상업 영화의 표본이라 해도 좋을 만큼 모범적이다. 반면 그의 '완벽주의'는 양날의 검의 모범적 사례 수준이다. 연출작 비화를 들으면 스태프에게 욕설은 기본이고 수틀리면 해고하거나 다른 인원으로 교체하기 일쑤다. 거기다 데뷔작이자 출세작 <터미네이터>가 할란 엘리슨의 TV 드라마 각본을 표절했다는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그의 작법이 비난받기도 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팀 밀러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제작에 참여한 제임스 카메론과 충돌이 있었다"며 "그와는 절대로 다시 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촬영장의 폭군은 여전한 모양이다.
다르덴 형제
“위태로운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거장” vs. “독립영화를 리얼리즘의 한계로 몰아넣은 주범”
벨기에의 사회상을 다큐멘터리에 담던 장-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는 1996년 <프로메제>를 발표하며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인물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이야기가 아닌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둔 두 사람의 영화는 차기작 <로제타>가 199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저예산 영화의 새로운 상징으로 거듭났다. 극적인 BGM이나 갈등을 배제하고 인물이 선 풍경과 표정, 사소한 시선을 통해 현실의 일부를 떼어 스크린에 담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문제는 그들의 방식이 보기에는 간편해 보였다는 것.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독립영화에서 다르덴 형제의 감각을 재현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인물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이른바 '다르덴식' 연출을 사용한 영화들이 한동안 독립영화계에 범람했고, 다르덴 형제가 본인들의 의도와 달리 저예산 영화의 정형화된 틀을 만들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에 시간을 담아낸 예술 영화의 일등공신” vs. “드르렁 최강 감독”
러시아 영화계가 내놓은 가장 위대한 감독이었으나, 본인은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그는 영화가 여타 예술과 다른 점을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품에 언제나 시간이 흐르는 과정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롱테이크를 애용하곤 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발생하는 온갖 감정과 사소하지만 명백한 변화, 그 모든 걸 카메라에 담는 위대한 감독. 그러나 그의 스타일은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벽을 실감하게 했다. 이른바 '드르렁'하지 않고는 못 견딜 만큼 무미건조한 롱테이크를 수도 없이 견뎌야 했기 때문. 영화 좀 공부해보겠다는 관객들이라면 <노스탤지어>의 촛불 장면 앞에서 고뇌에 휩싸였을 것이다. 영화 커뮤니티에서도 "다른 감독이면 몰라도 타르코프스키 감독 영화가 재밌다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라는 극성 발언을 발견할 정도로 인내심이 필요한 작품이 많다.
크리스토퍼 놀란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 고수하는 장인” vs. “응 그래봤자 상업영화”
크리스토퍼 놀란의 명성이야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 기준으로 가장 젊은 현역이자 네임밸류가 가장 뛰어난 감독인데.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 나이트> 삼부작 같은 각색물과 <인셉션>, <인터스텔라> 같은 오리지널 영화 모두 성공시켜 현재 최고의 대우를 받는 감독 중 한 명이다. 특히 그는 디지털 촬영과 CGI가 보편화된 지금도 필름 촬영과 아날로그 특수 효과를 이용, 실제감을 중시하는 복고적 연출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장인'이란 이미지가 강할 뿐더러,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작품들로 수많은 팬을 양산했다. 그가 거장인지 의구심을 표하는 관객들은 크리스토퍼 놀란은 상업 영화만 연출했으므로 심미적인 부분은 아직 검증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영화로서의 예술은 달성했더라도 예술로서의 영화를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란 것. 그나마 전작 <덩케르크>가 다른 시간대를 해체, 재조립하며 영화라는 매체를 새롭게 해석해 놀란의 예술적 야심을 엿보게 했으니, 신작 <테넷>이 <덩케르크>에서 한 단계 나아간 시도가 곁들여졌을지 일단 기다려보는 게 상책일 듯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올라운드 플레이어” vs. “걸작 없는 거장이 말이 되냐”
스티븐 스필버그는 할리우드 기준 올 타임 레전드가 확실하다. 1975년 <죠스>가 북미 흥행 1억 달러를 넘으면서 '블록버스터'란 단어를 탄생시킨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업적은 충분하다. 또 스필버그처럼 (모든 작품이 다 흥행에 성공한 건 아니지만) 여러 장르에서 수준급 작품을 낸 감독은 없다. 그는 SF조차 가족드라마(<이티>)와 드라마(<미지와의 조우>)를 오갔고, 인종의 비극을 묘사할 줄 알았으며(<컬러 퍼플>, <쉰들러 리스트>) 온가족이 흥분할 어드벤쳐(<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까지 만들었다. 2017년에도 <더 포스터>와 <레디 플레이어 원>이란 전혀 다른 장르의 작품을 공개하며 이 노장 감독의 실력을 경탄하게 했다. 한편 그를 과대평가라고 말하는 관객들은 그가 지금까지 어떤 예술적 성과를 거뒀는지를 묻는다. 그가 매번 수작을 보장하는 이름은 될 수 있어도 영화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거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마틴 스콜세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같은) 동시대에 활동한 다른 감독들이 확실한 인장을 가진 것에 비해 그는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정도로 그쳤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오래 살아남는 게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듯 스필버그는 지금도 영화를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만들 것이다. 그의 꾸준한 작품 활동과 일정한 수준의 퀄리티, 그것만으로도 스필버그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은가?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