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디즈니 레전드 애니메이터 글렌 킨 감독 연출. 단 두 개의 수식어만으로도 재생 버튼을 누를 이유가 충분한 작품 <오버 더 문>이 드디어 이번 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운이 좋게도 먼저 만나 볼 수 있었던 <오버 더 문>은 왜 그리 많은 이들이 '호들갑'을 떤 작품이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동시에 다시금 글렌 킨 감독의 명성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작품을 먼저 만나본 기자에겐 운 좋은, 아니 영광스러운 기회가 추가로 주어졌다. 바로 <오버 더 문>에서 '종 부인'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산드라 오와 디즈니의 거장 글렌 킨 감독과의 인터뷰가 성사된 것. 비록 화상이었지만,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이었지만, 산드라 오와 글렌 킨 감독을 일대일로 '영접'할 수 있었다. 한국 시각 기준으로 새벽 5시 30분에 진행된 산드라 오와의 인터뷰에선 긴장과 졸음이 동시에 몰려오는 기현상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인터뷰가 끝난 후엔 그가 전해준 특별한 에너지와 용기의 메시지 덕분에 눈부신 아침이 되도록 기자는 쉬이 잠들지 못했다. 산드라 오, 글렌 킨 감독이 <오버 더 문>에 대해 전한 이야기, 그리고 관객들의 손에 쥐여준 응원의 메시지를 씨네플레이 독자들에게 전한다.
KEYWORD1 디즈니의 레전드 원화가 글렌 킨의 감독 데뷔작
거두절미하고 전 세계 관객들이 <오버 더 문>에 뜨거운 관심을 쏟는 이유는 단연 글렌 킨 감독의 이름이 새겨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어공주>의 '에리얼', <알라딘>의 '알라딘', <라푼젤>의 '라푼젤' 등 디즈니 대표 캐릭터들을 창조해온 거장 애니메이터다. 37년 동안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함께한 그는 디즈니를 떠난 후에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는데, 코비 브라이언트와 함께한 <디어 바스켓볼>을 통해 제90회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연출자로서의 존재감 역시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본격적인 감독 데뷔전에 나선 작품이 바로 <오버 더 문>이다. 무한의 자유가 보장되는 넷플릭스의 세상에서 글렌 킨이 펄펄 뛰어다닌 흔적을 선명히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설답게, 거장답게, 애니메이터답게 그는 <오버 더 문>의 매 장면마다 정교하고 독창적인 시퀀스를 펼쳐냈다. 인터뷰를 함께한 산드라 오 역시 글렌 킨 감독을 "큰 기쁨을 선사하는" 사람으로 칭하며 그를 전설적인 존재로 평가했다.
- 글렌 킨 감독과의 협업은 어땠는지?
산드라 오 = 글렌 킨 감독은 관록 있는 아주 유명한 감독이다. 대개 배우들은 배우를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감독을 바란다. 글렌 킨 감독은 필요한 방향으로 배우들을 잘 이끌 줄 아는 감독이어서 함께 작업하면서 능숙한 지휘자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양한 부분을 적절하게 지휘할 줄 아는 감독이다. 그래서 함께 작업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워낙 경험이 많은 감독이다 보니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원래 의도대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 글렌 킨 감독을 살아있는 전설로 불러도 좋을지?
산드라 오 = 물론이다. 영화계에 한 획을 긋는 작품들을 연출한 감독이니 말이다. 한 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점은 글렌 킨 감독은 영화를 통해 아주 큰 기쁨을 선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감독 자신이 아주 즐겁고 유쾌하며 너그러운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 작업에 진심으로 몰두하는 리더와 함께 일하는 것은 참 즐겁다. “몰두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작품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란 뜻이다.
KEYWORD 2 이런 우주는 난생 처음! 독보적인 우주 공간을 창조하다
<오버 더 문>의 핵심이 되는 공간은 달의 왕국 루나리아 세계다. 전설 속의 달의 여신 '항아'의 존재를 직접 증명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페이 페이(캐시 앵)의 이야기인 만큼 영화의 많은 시간을 달나라에서 할애한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공간일 수밖에 없는 '달 너머'의 세상은 베테랑 제작진에 의해 독보적인 그림체로 태어났다. 우주라는 공간에 이렇게 많은 색과 디테일이 쓰인 적이 있던가를 여러 차례 곱씹어 볼 만큼 화려하게 펼쳐지는 네온 빛의 루나리아 세계는 영화 내내 즐거운 생경함을 선사한다. 귀여움을 도맡는 우주 생명체(?)들을 보는 재미는 덤. 글렌 킨 감독 역시 스스로가 그려낸 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을 "루나리아에 도착한 페이페이의 모습이 담긴 첫 쇼트"라고 꼽을 만큼 루나리아는 <오버 더 문> 제작진의 상상력과 야심을 똘똘 뭉쳐 완성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자랑스러운) 시퀀스가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글렌 킨 =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셀린 데뤼모가 처음 루나리아에 간 페이 페이의 모습을 담은 쇼트를 보여줬을 때를 잊지 못한다. 루나리아를 어떻게 표현할지 사실 많이 걱정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보면 흑백의 장면에서 색감이 있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아주 멋진 순간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시각적으로 그렇게 뛰어난 장면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셀린은 중국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반사광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장면을 만들어 보여줬다. 촬영한 장면과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글렌, 이 하얀 벽에 생겨난 빛을 좀 보세요. 이건 단순히 하얀 것이 아니라 보라색, 녹색, 파란색처럼 색색이 담겨 있는 거라고요!”라며 아주 신이 나서 나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그 과정에서 셀린이 담은 것은 반사된 빛의 면면이었다. 루나리아의 경우는 그 자체가 광원이 되어 빛이 뿜어져 나오는 곳이어야 했다. 아주 아름다운 모습으로, 현실 세계와 대조되는 장면을 구현하고 싶었다. 나는 셀린에게 핑크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Dark Side of the Moon)'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 이미지를 보면 하얀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반대편에서 무지갯빛을 뿜어낸다.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구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셀린이 루나리아에 도착한 페이 페이의 모습이 담긴 첫 쇼트를 보여줬을 때 정말이지 행복의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나왔다.
KEYWORD 3 참신한 음악이 펼쳐지는 뮤지컬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은 오프닝에서부터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정체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아시아인이 아니라면 쉬이 이해하지 못할 항아 설화 이야기를 루시 앤 마일스의 노래(목소리)를 통해 전하는데, 그 위에 펼쳐진 핸드 드로잉 모션과 음악이 섬세하게 어우러지며 극 초반 순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우리는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이 주는 힘을 경험했듯, <오버 더 문> 역시 중요한 순간마다 주인공의 노래를 배치해 관객들의 오감을 깨운다. 한국에선 오마이걸의 유아가 커버해 화제를 모은 '로켓 투 더 문! (Rocket to the Moon!)'이 영화의 대표곡이지만, 달의 여신 항아가 처음 등장해 펼치는 공연 장면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늘 해왔던 음악 구성을 벗어나 현대적인 팝 음악으로 채워진 항아의 공연 장면은 마치 할리우드 스타의 콘서트 실황을 보고 있는 듯한 참신함을 줄 정도. 일반적인 달나라 모험기 정도로 그려졌을 수도 있던 <오버 더 문>을 뮤지컬 장르로 개척해낸 장본인이 글렌 킨 감독이다. 그는 <오버 더 문>을 뮤지컬로 제작한 이유를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 항아가 처음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오버 더 문>을 뮤지컬로 제작하자고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글렌 킨 = 맞다. 원래 각본은 뮤지컬이 아니었다. 그런데 각본을 읽다 보니 하워드 애쉬먼(Howard Ashman)가 작업한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의 음악이 떠올랐고 영화 속 노래들이 관객들을 얼마나 감정적으로 고양하는지 떠올리게 됐다. 음악은 영화 속 이야기에 엄청난 추동력을 주고 관객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준다. 오드리 웰스가 쓴 각본을 읽다 보면 어떤 시퀀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와 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런 장면들을 꼭 표현하고 싶었다. 작곡가인 크리스 커티스는 상하이 펄 스튜디오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곡을 쓰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물었을 때 <오버 더 문>을 선택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로켓 투 더 문!(Rocket to the Moon!)'이었다.
KEYWORD 4 아시아계 미국 애니메이션의 전환점이 되는 작품
기술적인 측면을 떠나 <오버 더 문>이 여타 애니메이션과 다른 지점은 아시아 문화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항아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오버 더 문>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중국의 문화를 놀라울 정도로 세세하게 담아냈다. 중국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건 물론, 음식 문화, 중국 골목 곳곳의 분위기, 넓게는 아시아권 국가들 특유의 가족 문화를 빈틈없이 펼친다. 덕분에 영화 속엔 아시아인이라면 반가울 요소들이 가득하다. 메이드 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속에서 우리는 통통 뛰어다니는 ‘월병’ 캐릭터를 본 적이 있던가. 그만큼 <오버 더 문>은 할리우드 입맛에 맞춰 아시아 문화를 그리기보단,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아시아의 감성을 살리려 노력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을 위해 다수의 아시아계 제작진과 배우들이 <오버 더 문>에 참여했기에 그 의미는 더욱 뜻깊다. 특히 목소리 연기를 함께한 배우 산드라 오는 <오버 더 문>을 "미국 애니메이션의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 칭하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 이번 작품에 출연하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아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아시아의 감성을 담은 작품인 데다 출연진과 심지어 프로듀서까지 아시아계 사람이다. <오버 더 문>이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인지 궁금하다. 각별하게 느껴질 것 같다.
산드라 오= 물론 각별하다. 아주 여러 의미에서 각별한데, 먼저 각본가인 오드리 웰스와 개인적으로 오랜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오드리가 작업한 작품 네 편에 출연했는데, <오버 더 문> 작업 중 오드리가 세상을 떠나며 이 작품이 그녀의 유작이 되었다. 일단 그런 면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과는 달리 내가 자란 북미 지역의 경우 70~80년대에 영어를 구사하지만, 겉모습이 나와 같은 아시아계 인물들을 그리는 이미지나 애니메이션 영화가 전무했다. <오버 더 문>이 아시아계 미국 애니메이션의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평범한 8살, 10살짜리 어린 아이들이 작품을 보면서 “저 캐릭터는 우리 엄마 아빠를 닮았네”라고 생각하고 “나 저 음식 무슨 맛인지 알아” 또는 “저건 나도 잘 아는 건데” 하며 공감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즐길 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기쁘다.
KEYWORD 5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캐릭터, 용기의 메시지
궁극적으로 <오버 더 문>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의 키는 주인공인 페이 페이(캐시 앵)가 꼭 쥐고 있다. 어머니를 잃고 상실에 빠진 한 소녀가 어떠한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어떻게 스스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관객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무엇보다도 <오버 더 문>은 인물을 괴롭히는 상황이나 악한 인물을 통해 주인공의 성장을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불가능한 상황들을 헤쳐나가는 인물의 전진적인 면모를 통해 성취의 결말로 다다른다. 그런 점에서 <오버 더 문>을 끌고 가는 주인공 페이 페이는 이 시대가 원하는, 이 시대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캐릭터의 방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관객들 스스로 주체성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이는 영화가 끝난 후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수많은 요소보다도, 페이 페이라는 인물에 대한 잔상이 가장 오래도록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 영화의 주인공인 페이 페이를 강인한 인물로 그려내는 것에 얼마나 중점을 뒀는지 궁금하다. 평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믿는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듣고 싶다.
글렌 킨 = 아마 내 자신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편이다. 페이 페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공감했고 <인어공주>의 에리얼이 떠올랐다. 인어인 에리얼이 육지에서 두 다리로 걷는 것을 꿈꾸고 왕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상황은 모두 불가능해 보이지 않던가? <오버 더 문>의 페이 페이도 비슷하다. 12살짜리 소녀가 어떻게 달로 가는 로켓을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이는 이야기지 않나? 달에 있다는 여신도 아무도 믿지 않는 존재지만 페이 페이는 아주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어머니처럼 말이다. 거기다 페이 페이는 아버지의 뛰어난 지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런 두 가지 면모가 조화를 이루며 아주 멋진 캐릭터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페이 페이에 대한 질문을 하기 전, 산드라 오에게 꼭 건네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바로 에미상 시상식에 그가 입고 온 보라색 의상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그 의상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문구가 '한국어'로 적혀있었다. 올해 시상식에서 그는 수상을 하진 못했지만, 해외 언론들은 그를 "진정한 승리자"라고 표현하며 산드라 오의 품위 있는 행보에 박수를 보냈다. 이와 관련한 소식이 한국에서도 화제를 모았다는 소식을 전하자 그는 듣자마자 매우 놀라는 반응과 동시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에미상 시상식 때 입었던 보라색 자켓이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혹시 이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산드라 오= 정말인가? 전혀 몰랐다! 진심으로 매우 기쁘다.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바랐는데 실제로 그랬다니 정말로 기쁘다.
- 늘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말 대단하다. 전 세계 여성들에게 어떻게 하면 작품 속 페이 페이와 같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지 조언을 전한다면?
산드라 오 = 정말 멋진 질문이다. 작품 속 페이 페이와 연결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페이 페이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다. 내가 이 캐릭터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페이 페이가 스스로 자신만의 로켓을 만든다는 점이다. 아버지도, 그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자기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이다. 본인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모험에 도전하며 자신감이 생겨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은 외부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은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본다.
- 시간이 갈수록 아시아인이자 여성, 나아가 한 개인으로서 산드라 오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산드라 오= 먼저 정말 감사하다.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동력이라 한다면…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아티스트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본인의 정체성을 잘 찾아야 하고,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한 뒤 이것을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세상에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을 것이다. 세상과 연결되어 연대감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의 발현일 수도 있다. 내가 갈수록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라면 아마 아티스트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그런 열망과 의지가 아닐까 싶다.
- 2020년은 모두에게 아주 힘든 한 해였다. 올가을 <오버 더 문>을 통해 관객들이 어떤 메시지를 느꼈으면 좋겠는지 궁금하다.
글렌 킨 = 세상 그 어떤 아이도 아픔과 고통, 상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페이 페이가 영화에서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실 속 우리도 요즘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하고 있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없고 오직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강렬한 슬픔의 시간을 관통해야만 할 때가 온다. 전 세계가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통과하고 나면 우리 모두는 성숙해질 것이고, 우리는 이 시기를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내가 이 영화를 아끼는 이유는 관객이 페이 페이와 한 마음이 되어 페이 페이가 겪는 일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 페이는 그 강렬한 슬픔의 시간을 관통하며 새로운 사람에게 애정을 가지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관객들에게 그런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
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유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