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코치의 도움으로 위대한 선수가 탄생하듯이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들은 히어로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작품에서 이들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로 직접적인 능력을 전수하지는 못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들 때 많은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며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도록 이끈. 때로는 가족, 친구, 스승처럼 다가와 히어로에게 슈퍼 파워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게 해준 것은 물론, 마음 뜨거워지는 감동도 전한 인물들을 살펴본다.
아이언맨 - 호 인센
페퍼 포츠가 ‘토니에게 따뜻한 심장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면, 인센은 그 심장이 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등장 분량은 많지 않지만 인센이 토니에게 남긴 메시지는 <아이언맨> 시리즈 전체, 아니 MCU 세계관에도 묵직한 주제로 남아 많은 영향을 끼쳤다. 1편에서 토니의 몸에 박힌 파편들을 꺼내는 수술을 집도해 목숨을 구해주며, 나중에는 마크1 슈트 개발에도 함께해 토니가 테러리스트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실 인센이 토니에게 큰 영감을 준 것은 기술보다 마음에 있다. 테러 집단이 가진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무기들을 보여주며 토니가 지금 하는 일을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위기에 빠진 토니를 대신해 죽음을 맞으면서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는 조언을 건네는 순간은 뭉클한 감동과 함께, ‘아이언맨’의 탄생을 예고했다. 인센은 3편에서 토니와 잠깐 인사를 나누는 과거 장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망나니 기질을 버리지 못한 토니가 인센에게 실없는 농담을 건네며 무시하는데, 1편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사람 일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듯하다.
퍼스트 어벤져 - 아브라함 어스킨
독일 출신 과학자 아브라함 어스킨은 스티브가 ‘캡틴’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의 허약한 몸만 보고 실망할 때, 어스킨은 그 안에 숨은 용기와 근성을 발견해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인상 깊은데, 어스킨은 신체는 약하지만 5번이나 입대 신청한 스티브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정의에 관한 남다른 생각을 가진 그에게 호감을 표하며 슈퍼 솔져 프로젝트에 참가할 기회를 준다. 실험을 앞둔 어느 날 어스킨은 스티브에게 “약하기에 힘의 소중함을 안다”는 메시지를 건네며 지금의 선한 마음과 용기를 잊지 않는 좋은 사람이 되길 당부한다. 안타깝게도 어스킨은 스티브가 슈퍼 솔져로 새롭게 태어난 날 스파이 하인츠 크루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지만, 사람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가치에 더 비중을 둔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캡틴 아메리카의 활약으로 모두가 깨닫게 된다.
스파이더맨 - 벤 파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삼촌으로, 친아들처럼 아껴주고 키워준 실질적인 아버지 같은 인물이다. 무엇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물론 히어로 영화에 영향을 끼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명대사가 유명하다. <스파이더맨> 영화가 여러 차례 나온 만큼 벤 역시 매번 등장해 팬들에게 반가움을 더했다.(그만큼 매번 죽음으로 퇴장해 영원히 고통받기도 하지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사를 직접 말하는 것은 물론 3편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야기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기본적인 설정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피터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스마트폰으로 녹음된 삼촌의 목소리를 들으며 위안을 받기도 했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에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지만, 토비 맥과이어가 벤 파커로 출연하기를 원한다는 루머가 있어 2021년에 개봉할 3편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배트맨 - 알프레드 페니워스
웨인 가문의 집사이자 부모의 죽음으로 방황하던 브루스를 보살핀 조력자다.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코믹북 설정에 따르면 집사가 되기 전에는 배우, 용병, 특수부대 출신 등 화려한 경력을 보유했다고. 팀 버튼의 작품에서 DC 확장 유니버스까지, 여러 차례 이뤄진 영화화에서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활동을 하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다. 한편으론 브루스가 히어로 활동을 그만두고 평범한 재벌로 지내길 바라는 마음도 내비쳐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느낄 수 있다. 조용한 역할과 다르게 작품에서 은근 존재감 넘치는 활약도 했다. <배트맨 포에버>에서는 로빈과 배트맨이 함께하는데 가교 역할을 했고,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서는 브루스 웨인이 어려운 문제에 빠질 때마다 고민을 덜어주는 멘토의 모습을 보여줬다.
맨 오브 스틸 - 조나단 켄트
조나단 켄트는 지구에 불시착한 ‘슈퍼맨’ 칼엘을 보살피고 키워준 양아버지다. 슈퍼맨의 엄청난 파워를 친아버지 조엘에게 물려받았다면, 지구를 보호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은 양아버지 조나단이 가르쳐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들 클라크가 남들과 다른 능력 때문에 힘들어할 때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면서도 자신은 언제까지나 너의 아버지로 있겠다는 따뜻한 부성애를 드러냈다. 때로는 클라크의 미래에 관한 문제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언제나 아들을 걱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다. 특히 토네이도에 휩쓸려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마지막까지 클라크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줘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원더 우먼 - 스티브 트레버
독일 제국군에 맞서 영국군 스파이로 활동하던 스티브 트레버는 데미스키라 앞바다에 불시착하고 ‘원더 우먼’ 다이애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이 인연을 계기로 그는 데미스키라를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온 다이애나의 여정에 함께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을 구하려는 다이애나가 인간 세상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며, 함께 독일 제국군에 맞서 싸운다. 두 사람은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끈끈한 동료애를 넘어 서로에 대한 묘한 감정이 싹튼다. 트레버의 활약은 로맨스에만 있지 않다. 다이애나가 전쟁으로 황폐해진 인간의 모습에 실망하자 희망을 놓지 않도록 선함의 가치를 피력한다. 안타깝게도 그는 닥터 포이즌이 개발한 독가스가 세상에 퍼지는 일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데, 이때 “나는 오늘을 구할 테니 당신은 세상을 구해요”라는 대사를 남겨 깊은 감동을 전한다. 결국 그의 희생을 통해 다이애나는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고 빌런 아레스로부터 세상을 구해내고 전설의 시작을 예고한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죽은 줄 알았던 스티브가 <원더 우먼 1984>에 다시 등장한다는 사실. 그가 어떻게 부활했고 무슨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에그테일 에디터 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