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캐런(엠마 톰슨)과 해리(앨런 릭먼) 부부의 신. 캐런이 영국 수상을 오빠로 둔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해리는 대뜸 오만상을 찌푸리며 지금 틀어놓은 음악이 뭐냐며 묻는다.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River'라고 대답하니, 아직도 이런 걸 듣냐고 면박을 주고, 캐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응수한다. "그녀를 사랑해. 진정한 사랑은 평생 가거든. 조니 미첼은 내 스승이야. 멋이라곤 몰랐던 나한테 '정서'라는 걸 일깨워줬지." 그렇다, 캐런의 말이 백번 옳다! 'River' 같은 노래를 만든 사람은 세상 사람들에게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 그런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구식이라고 콧방귀를 끼는 놈이니까 회사 직원 미아의 유혹에 넘어가지, 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대목이다. 미첼의 걸작 앨범 <Blue>에 수록된 'River'는 마음이 모두 닳아버린 관계를 노래하는 크리스마스송이다. 사실 이 노래야말로 캐런과 해리의 관계를 너무나 잘 나타내는 노래인 셈. 나중에 해리는 예쁜 목걸이를 미아에게 주고, 캐런에게는 조니 미첼이 2000년에 발표한 커버 앨범 <Both Sides Now>이나 띡 건네줘서 캐런을 비참하게 만든다. 그때 캐런은 미첼이 자기 노래를 다시 부른 'Both Sides, Now'를 들으며 슬픔을 억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