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인베스터 데이에서 <팔콘 앤 윈터솔져>의 두 번째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드디어 이 TV 시리즈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이야 공개 이후에 알 수 있겠지만, 다시 ‘현재’로 돌아온 MCU 세계관 속 이야기들과 새롭게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몇 가지 힌트를 던져 주고 있다.
어벤져스의 리더이자 원년 멤버였지만, 엔드게임 이후 퇴장하게 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두 사람. 이들을 주역으로 걸고 펼칠 이야기 <팔콘 앤 윈터솔져>는 당초 디즈니 플러스의 첫 번째 시리즈가 될 예정이었고, 드라마지만 “6시간짜리 MCU 영화를 보는 느낌일 것”이라는 언급으로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모으기도 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선을 많이 끌지는 못했던 캡틴의 사이드킥 팔콘(안소니 마키) 그리고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그리고 무엇을 기대해볼 수 있을지 살펴본다.
사상 최악의 빌런, 헬무트 제모의 재등장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빌런이었던 헬무트 제모(다니엘 브륄)는 여러 가지 의미로 인상적인 이미지를 남겼던 캐릭터 중 하나였다. 모든 사건의 기원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소코비아 사태에서 비롯되었고 이 사태로 인해 가족을 잃게 된 제모가 기나긴 계획 끝에 윈터 솔져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어벤져스 내 분열을 야기했던 것인데.
물론 타노스(조슈 브롤린)라는 전대미문의 빌런에 맞서기 위해 어벤져스는 다시 화합에 성공했지만, 시빌 워로 인해 어벤져스 멤버들은 많은 것을 잃고 동시에 상처도 받아야 했다.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좋은 동료 사이였던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 사이에 깊은 감정의 골을 새겼을 뿐만 아니라, 와칸다의 국왕이자 티찰라(채드윅 보스만)의 아버지를 테러로 사망하게 했으며 이 사건의 범인이 윈터 솔져인 것으로 몰아가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결국 붙잡혀 감금되기는 했지만, 최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스러져 갔던 여타의 빌런 캐릭터에 비해서는(심지어 타노스조차 몇몇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으니) 본인이 원하는 바를 전부 이룬 셈이었다. 이 때문에 제모는 고작 영화 한 편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파급력이 있었는데, 이제까지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으나 이번 시리즈에 재등장을 예고하며, 원작과 유사한 코스튬을 선보이기도 했다.
제모의 재등장과 더불어 MCU 4페이즈 시점의 ‘현재’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엔드 게임 이후의 새로운 사건들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엿볼 만한 상황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겠다.
US 에이전트, 두 번째 캡틴 아메리카?
US 에이전트(와이어트 러셀)의 등장 역시 확정되었는데, 원작에서 이 캐릭터는 캡틴 아메리카가 모종의 사유로 인해 캡틴의 이름을 내려놓았을 때 미 정부에서 만들어낸 히어로였다. 비브라늄 방패와 더불어 캡틴의 코스튬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 등 외관상으로는 2대 캡틴 아메리카처럼 보이지만, 정부의 지시를 받고 정부의 제안에 따라 움직였던 캐릭터였다.
얼핏 <퍼스트 어벤져>의 캡틴 아메리카를 연상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슈퍼솔져 혈청을 맞은 이후 캡틴 아메리카는 채권 팔이에 동원되었고 전쟁 속 사투가 아닌 쇼 비즈니스의 간판 캐릭터로 활용되었는데, 이 시점의 미 정부와 캡틴과의 관계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을 듯.
시빌 워 이후 시점의 캡틴 아메리카는 소코비아 협정을 거부함으로써 수배 대상이 되어 있었고 인피니티 워 직전까지도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팔콘과 함께 자경단 활동을 했다. 하지만 엔드게임 이후 캡틴 아메리카의 명예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에서는 US 에이전트가 경기장에서 일전의 쇼 비즈니스 같아 보이는 행사에 참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인데.
노인이 된 캡틴 아메리카가 엔드 게임 후반 장면에서 팔콘에게 방패를 넘겨주었으니, 실질적인 2대 캡틴은 팔콘이라고 봐야 무방할 것 같지만 이 시리즈만 두고 보건대, 팔콘은 방패를 사용하지 않고 있고 방패는 새롭게 단장을 마친 스미소니언 캡틴 아메리카 기념관에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때문에 팔콘이 2대로 인정받은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닌 듯한데, 이에 대한 설명 혹은 협력이 그려질지도 모를 일이다.
윈터 솔져, 그리고 팔콘
이 두 사람은 캡틴 아메리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윈터 솔져는 스티브 로저스의 가장 오래되고 가까운 친구이자, 캡틴 아메리카의 소중한 동료였고 캡틴은 그를 구명하기 위해 본인의 명예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불사했기 때문이다. 결국 윈터 솔져를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가장 큰 노력을 했던 것도 캡틴이었고, 아마도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팔콘의 경우, 빙하 속에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 현실 적응기에 있었던 캡틴 아메리카의 첫 번째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인연을 맺고 비슷한 경험을 공감하며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캡틴이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그를 도와주었던 첫 번째 친구이기도 했다. 이후 팔콘은 캡틴과 쭉 행동을 같이했으며 윈터 솔져가 없을 때에도 그의 곁을 지켰다.
이런 두 사람 중 누가 더 2대 캡틴 아메리카의 자리에 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두 사람 모두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에 현재 그들의 곁에 없는 스티브, 캡틴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란 사실은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후반부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미묘하게 친근해 보인다는 것도 이 두 사람의 케미가 영 나쁘지 않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고.
예고편에서 미루어 짐작건대, 전반적으로 캡틴 아메리카의 지난 이야기와 그를 상징했던 요소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와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이 캡틴을 보내주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을지 모른다. 또한 그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 새롭게 닥친 위기를 힘을 모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엑스맨과의 연계성? 마드리푸어의 등장
마드리푸어는 싱가포르 남서부에 위치한 가상의 국가로, 빈부격차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작 코믹스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와 울버린이 조우한 장소이기도 하며 뮤턴트를 위시한 엑스맨들과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국가다.
촬영장 유출컷에서 이 마드리푸어의 국기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제 마블의 품으로 돌아온 엑스맨들을 등장시키기 위해 당초 디즈니 플러스의 첫 공개 작품이었던 <팔콘 앤 윈터솔져>부터 서서히 토대를 쌓아나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엑스맨들이 MCU에 편입되어 어떤 이야기를 새롭게 펼쳐나갈지는 마블 팬들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별도의 프랜차이즈로 이미 마무리를 지은 바 있는 엑스맨 유니버스가 기존의 MCU에 어떤 식으로 들어오게 될지, 그리고 기존의 어벤져스를 위시한 히어로 및 빌런 캐릭터들과 어떤 식으로 융합해 같은 스크린에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이슈다.
20세기 폭스 인수 이후 시간이 꽤 지났고, 엑스맨과 어벤져스들의 만남은 팬들뿐만 아니라 마블 측에서도 고대하던 일이었을 것이기에 아마도 이들은 이미 어떤 형태의 대답을 준비해 두었을지도 모른다. 그 대답의 시작이 <팔콘 앤 윈터솔져>에서의 토대이고, 울버린의 재등장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을지도.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정상적인 시청이 불가능했던 디즈니 플러스가 2021년 한국 서비스를 확정 지으면서,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될 독점 콘텐츠들에는 보다 더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공개한 추후 라인업들이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고 꽉 차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TV 시리즈들은 좋은 평가를 받아 왔던 DC와 달리, 영화만 못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마블이 공식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는 첫 번째 작품은 <완다비전>,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팔콘과 윈터 솔져>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후로 MCU가 저물어 가고 있다고 예상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익숙한 캐릭터들의 후일담과 스핀오프, 프리퀄 등 다양한 스토리로 이제 마블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려 하고 있다. 길어야 3시간 분량인 영화보다는 TV 시리즈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며, 그만큼 기대해 볼 여지도 있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서비스 시작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며, 캡틴 아메리카가 없는 빈자리를 채워 나갈 이 듀오의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새롭게 등장할 뉴페이스들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꾸며질지를 기대하는 바이다.
PNN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