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를 따라 자주 극장에 가서 어릴 적 유일한 취미가 영화 보기였다. 학창시절에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학부에서도 그걸 전공했지만, 졸업 후에는 방송국 TVB에 입사해 80년대 초반부터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TV드라마와 영화 통틀어 10개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알려져 있지만 비공식적으론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 컬러 활용을 비롯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담가명 감독의 <최후승리>(1987)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고, 이듬해 감독 데뷔작 <열혈남아>(1988)를 발표했다. 홍콩 영화계가 호황이었던 덕분에 신인감독들이 대거 데뷔할 수 있던 시기였다. <열혈남아>는 왕가위가 시나리오를 썼던 영화들의 제작자이자 배우였던 등광영 감독이 설립한 ‘인 기어’에서 제작한 작품.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1986)의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인해 갱스터 영화가 단연 영화계 주류였고, 왕가위 역시 대세를 따랐다. 다만 왕가위가 초점을 맞춘 건 ‘액션’이 아닌 ‘젊음’이었다. 등광영의 영향력 덕분에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등 당시 홍콩 최고 청춘스타들을 캐스팅해 청춘의 표상을 그려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