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을 받은 홍상수의 25번째 영화 <인트로덕션>은 올해 각본상을 받았다. 우선 홍상수의 페르소나 김민희가 주연을 맡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풀잎들>(2018), <강변호텔>(2019), <도망친 여자> 등 근래 홍상수의 근작들에서 배우/연출부로 참여했던 신석호가 주인공 영호 역을 맡았다. 신예 박미소를 비롯해 홍상수의 전작에 출연한 바 있는 서영화, 김민희, 기주봉, 김영호 등이 영호의 주변 인물들을 연기했다.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진 이야기는 각각 서울, 베를린, 동해안에서 진행된다. 인상적인 제목 '인트로덕션'은 영호와 그의 여자친구 주원(박미소)이 각자 부모로부터 누군가를 소개 받는다는 설정을 고려해 붙인 것 같다. 크레딧을 훑어보면 꽤나 흥미로운 점들이 눈에 띈다. 홍상수가 직접 촬영하고 음악까지 만들었고, 김민희는 프로덕션 매니저로 이름을 올렸다. 러닝타임 66분으로 홍상수 영화 중 가장 짧다. 홍상수는 각본상 수상 소감과 함께 달팽이가 이동하는 모습을 (김민희가 'Que sera sera'를 흥얼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찍은 짤막한 비디오를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