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시리즈 제작진이 만든 '중년 액션영화' <노바디>에서 유독 반가운 얼굴이 있다. 주인공 허치 맨셀(밥 오덴커크)의 아버지 역을 바로 <빽 투 더 퓨쳐> 시리즈의 브라운 박사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맡아, 80세를 훌쩍 넘긴 노배우의 놀라운 활약상을 만날 수 있다. 오랜만에 <빽 투 더 퓨쳐>를 음악을 중심으로 곱씹어보자.


The Power Of Love

HUEY LEWIS & THE NEWS

아침부터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의 집에 방문한 마티(마이클 J. 폭스)는 등교시간에 늦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부리나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달린다. "저 학교 늦었어요!"라고 말하자마자 휴이 루이스 앤 뉴스의 노래 'The Power of Love'가 나온다. 1983년 발표한 세 번째 앨범 <Sports>의 뮤직비디오들이 MTV를 통해 방영된 덕을 톡톡히 보면서 음반이 7백만 장이나 팔려나가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밴드는, <빽 투 더 퓨처>를 위해 만든 신곡 'The Power of Love'가 결성 후 처음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보다 탄탄한 스타덤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옆에 차가 지나가면 그 뒤를 잡아 속도를 내면서 동네 힐 밸리를 가로지른다. 오프닝을 장식한 이 노래는 마티가 교내 밴드 오디션에서 연주하는 곡으로도 사용됐다. 따로 제작된 뮤직비디오엔 들로리언을 타고 나이트클럽에 온 브라운 박사가 등장하기도. 1986년 오스카 주제가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트로피는 라이오넬 리치가 부른 <백야>의 주제가 'Say You, Say Me'에 돌아갔다. 휴이 루이스 앤 뉴스의 또 다른 노래 'Back in Time'은 엔딩 크레딧을 장식한다.


Mr. Sandman

THE FOUR ACES

우여곡절 끝에 1955년에 도착한 마티. 음악 역시 지금이 1955년이라는 걸 나타낸다. 마티가 좋아하는 기타 사운드라곤 1초도 들리지 않는, 4인조 보컬 그룹 포 에이시스의 노래 'Mr. Sandman'이다. 1954년 본 먼로의 목소리로 처음 발표된 'Mr. Sandman'은 그해 수많은 가수를 통해 리메이크 됐고, 차트 상위권에 오른 포 에이시스의 버전은 그 중 꽤 성공한 축에 속했다. 2마일을 걸어 시내에 들어서면 1985년의 미국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로널드 레이건? 영화배우? 그럼 부통령은 누군데? 제리 루이스냐?")이 배우였던 시절에 출연한 <몬타나의 여걸>이 개봉 중이고 극장 티켓은 50센트라는 간판이 보인다. 미끄러지듯 간질대는 리듬 위로 네 멤버의 화음이 더해진 노래는 그저 흥겹기만 한데, 마티는 눈앞의 모든 게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Out The Window

Eddie Van Halen

아버지 조지(크리스핀 글로버) 대신 나무에서 떨어진 마티는 어머니인 로레인(리 톰슨)을 만나, 로레인이 마티에게 반해버리면서 현재의 가족 사진이 점점 지워진다. 마티와 브라운 박사가 해야 할 일, 바로 원래대로 로레인이 조지와 첫 키스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매사에 주눅 든 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조지가 꽤나 인기 많은 로레인에게 댄스 파티에 같이 가자고 말하게 만드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마티가 조지를 열심히 설득했더니만 파티 못 간다며 돌아오는 대답은 "TV에서 <과학의 세계>를 방송한단 말이야".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감행한다. 한밤중에 자는 조지에게 가서 다스 베이더 복장을 하고 밴 헤일런의 기타 솔로를 크게 틀어서 그를 협박한다. 안 그래도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담겨 있는 마당에 그걸 1955년에 들으니 정말 지옥같은 경험일 수밖에. 이때 마티가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로 트는 음악은 밴 헤일런이 청춘영화 <와일드라이프>(1984)의 영화음악으로 만든 기타 솔로다. 다만 밴 헤일런의 트랙은 결국 영화에 사용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발매되지도 못했다. <와일드라이프>는 로레인을 연기한 리 톰슨이 주연으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Dance with Me, Harry

ETTA JAMES

드디어 로레인에게 데이트 신청하기로 마음먹은 조지. 마티가 말해준 대로 대사를 적은 조지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 초코 우유("우유 주세요, 초콜릿!")를 들이켜고 로레인에게 간다. 당연히 입이 잘 안 떨어진다. 조지가 계속 버벅대고 있는 와중, 실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미 노래를 통해 울려퍼지고 있다. 재즈 보컬리스트 에타 제임스의 'Dance with Me, Harry'다. 당시 17살의 신인가수였던 에타 제임스는 원곡 'Roll with Me, Harry'를 성적인 뉘앙스가 담긴 단어인 'roll'을 'dance'로 바꿔서 발표해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젊은이들이 가득 모인 공간에 1955년에 발표된 노래가 나오는 것만 봐도 당시의 유명한 히트곡임을 알 수 있다. 주변 친구들은 아주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나름 조지가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던 로레인은 "잠깐만 우리 만난 적 있지 않니?" 하며 버벅대는 조지에게 반가운 말을 건넨다. 허나 비프(토마스 F. 윌슨)와 친구들이 식당에 들어오면서 제대로 된 데이트 신청은 하지 못하고 만다.


Earth Angel

THE PENGUINS

그렇다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로레인과 조지, 아니 학창시절의 엄마와 아빠의 첫키스에 흐르는 음악은 무엇일까?바로 'Earth Angel'이다. 영화 속 댄스 파티에서 연주하는 밴드 마빈 베리 앤 더 스타라이터스의 곡이라고 소개되는데, 실은 4인조 두왑 그룹 펭귄스의 노래다. 당시 독립 레이블이었던 'Dootone'를 통해 제작된 펭귄스의 데뷔 싱글 'Earth Angel'은 1954년 가을 발매돼 독립 레이블 최초로 빌보드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고 이후 엘비스 프레슬리, 템테이션스, 뉴 에디션, 존 바에즈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했다. 1991년엔 노래 제목을 그대로 따온 영화가 있을 정도로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던 'Earth Angel'은 <슈퍼맨 3>(1983), <베스트 키드 2>(1986), <저지 보이스>(2014) 등에도 사용됐다. 댄스 파티의 밴드 기타리스트가 손가락을 다쳤지만, 기타를 칠 줄 아는 마티가 대신 기타를 잡으면서 이 감미로운 노래가 연주될 수 있었고, 드디어 로레인과 조지는 입을 맞춘다.


Johnny B. Goode

CHUCK BERRY

파티는 계속된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밴드 멤버는 한 곡 더 하자고 제안하고, 마티는 무언가 좋은 곡을 생각했다는 듯 무대 가운데로 선다. "제가 온 데에서는 오래된 곡이에요" 하면서 '로큰롤의 아버지' 척 베리의 'Johnny B. Goode'를 연주한다. 이 곡이 대중에게 공개된 건 1958년 봄이었지만 실제로 척 베리는 1955년에 작곡했다. <빽 투 더 퓨처>는 이와 같은 사실을 놓치지 않고 흥미로운 설정을 하나 덧붙인다. 마티가 무대에서 신나게 'Johnny B. Goode'를 연주할 때, 밴드의 리더 마틴 베리는 삼촌인 척 베리에게 전화를 걸어 "새로운 음악을 찾고 있다고 했죠? 이걸 들어보세요!" 하며 그 연주를 들려준다. 그리고 실제 척 베리의 기타 퍼포먼스를 고스란히 흉내내는 마티를 보여준다. 척 베리의 작품들 가운데서 '록 음악의 원류'로 평가 받는 'Johnny B. Goode'이 세상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1985년에 10대를 통과하는 마티가 곧 로큰롤이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인다.


Heaven Is One Step Away

ERIC CLAPTON

단 1초도 마음 놓을 수 없는 1985년 귀환 작전이 성공리에 끝나고, 마티는 드디어 현재로 돌아온다. 그가 제대로 돌아왔다는 걸 음악이 먼저 알려준다. 들로리언을 탄 마티가 도착하기 몇 초 전, 벤치에서 잠을 자고 있던 노숙자의 라디오에서 에릭 클랩튼의 'Heaven Is One Step Away'가 들린다. 이 노래는 1985년 기준에서 이미 발표됐던 곡이 아니라, <빽 투 더 퓨처> 사운드트랙으로 통해 처음 공개된 트랙이다. 사운드부터 에릭 클랩튼의 기존 곡들과 상당히 다르다. 블루지한 기타 연주에 무게가 쏠렸던 방향과 달리, 프로듀서인 필 콜린스가 매만진 드럼 머신 사운드가 가장 먼저 귀를 사로잡는다. 신스팝의 유행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80년대 중반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1955년에서 1985년, 30년의 시간을 단 한 걸음처럼 넘어온 마티는 10분 후에 시리아인들에게 총격을 받을 브라운 박사를 구하러 간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