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코로나19, 소나기… 함부로 외출할 수 없는 작금의 세태를 반영한 걸까. 최근 극장가와 방송가에 '방탈출'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인기다. 이런 방탈출 소재는 특정한 장소 위주로 진행해 저예산으로 긴장감을 유발하거나, 아니면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야 풀 수 있는 미스터리를 제공해 보는 이들까지 두뇌싸움에 동참하게 한다. 어떤 작품들이 요즘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지 이번 포스트를 통해 만나보자.


형보다 나은 아우 <이스케이프 룸 2: 노 웨이 아웃>

7월 14일 개봉한 <이스케이프 룸 2: 노 웨이 아웃>(이하 <이스케이프 룸 2>은 2019년 <이스케이프 룸>의 속편이다. <이스케이프 룸>은 방탈출 게임 회사 '미노스'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6명의 남녀가 생존을 위해 게임을 풀어가는 내용을 그렸다. 이런 장르의 영화가 으레 그렇듯 유명한 감독이나 티켓파워 강한 배우는 없지만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다양한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제작비 대비 큰 성공을 거뒀다. 900만 달러를 들여 1억 달러를 벌었고, 엔딩 장면 또한 은근하게 속편을 예고했으니 2편으로 이어진 건 당연지사.

<이스케이프 룸 2>는 전작의 감독 애덤 로비텔과 두 주역 테일러 러셀, 로건 밀러가 그대로 복귀했다. 전작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내용은 아니나 캐릭터의 성격이나 동기가 이어지니 전편을 보는 편이 몰입에 도움이 된다. 두 주인공은 이번에도 미노스의 게임에 강제로 참가하게 되는데, 이번엔 다른 참가자들 또한 생존자들이라 게임의 강도가 한 층 더 강화됐다. <이스케이프 룸 2>는 흥행엔 성공했으나 관객들 간에도 호불호가 갈린 전편과 달리 확실히 전편의 부족함을 보강한 속편이란 호평을 받고 있다. 각본가가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는데, 다행히 산으로 가지 않고 방향성을 잘 잡은 셈.


돌아온 블록버스터 예능 <대탈출 4>

극장에 <이스케이프 룸 2>가 있다면 TV에는 <대탈출 4>가 있다. tvN의 예능프로그램 <대탈출>은 여섯 명의 출연자가 제작진이 준비한 세트에서 퍼즐을 풀어 탈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2018년 첫 방송부터 인기를 얻어 매년 새로운 시즌을 공개해 7월 11일부터 시즌 4 <대탈출 4>를 방영하고 있다. 그동안 밀실 추리식 예능, 혹은 문제풀이 위주 예능은 존재했었으나 <대탈출>은 수준 높은 세트와 각 세트에 걸맞은 스토리를 더해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이 거듭되면서 특정한 주제로 세계관을 구축하는 제작진의 부지런한 기획은 <대탈출>의 고정 팬덤을 굳히는 데 일조했다. 또 고정 출연자(강호동, 김종민, 김동현, 신동, 유병재, 피오)들에게 특별한 캐릭터를 부여하지 않음에도 그들의 개성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점 또한 '방탈출 예능' 특유의 캐릭터성을 대신해 준다. <대탈출 4> 첫 방송 당시 몇몇 문제점이 드러나는 듯했으나 제작진과 출연진의 빠른 피드백으로 현재 다시 주목받는 중.


<큐브>의 귀환....은 일본에서?

이쯤에서 짚어볼 반가운 소식. 어쩌면 방탈출 장르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큐브>가 돌아온다. 2004년 <큐브 제로>로 신작 소식이 없었는데 정말 뜬금없이 일본에서 1998년 <큐브> 리메이크를 발표한 것. 그것도 '이제 제작한다'도 아니고 올 10월 21일 현지 개봉 예정으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 함정이 설치된 수많은 방을 헤쳐간다는 주요 스토리는 그대로 유지됐으며, 생존자 일행이 6명인 것도 유지되는 듯하다. 다만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면 원작의 자폐증 환자 캐릭터(카잔)를 대신해 진짜 어린 소년이 게임에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만 보면 원작과 거의 유사해 보이나 일본 특유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가미한 새로운 함정이 등장할지가 호기심 포인트. 스다 마사키, 안, 오카다 마사키, 타시로 히카루, 사이토 타쿠미, 요시다 코타로가 출연한다. 감독은 야스히코 시미즈, 각본은 토쿠오 코지가 맡았다.


스릴러 장인 스페인의 방탈출

최근 새롭게 공개된 방탈출 관련 콘텐츠는 이 정도인데, 앞서 이런 장르를 잘 소화한 스페인 영화들을 덧붙여본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페르마의 밀실>. 2007년 영화인데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입소문이 타면서 2012년에 정식 개봉까지 다다른 케이스. “나는 이 문제의 증명을 알고 있지만 여백이 부족하여 적지 않는다”(!)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유명한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 그 이름을 표방한 의문의 초대장을 받은 4명의 수학자는 점점 좁아지는 방 안에서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 폐쇄된 방에서의 탈출, 거기에 수학과 논리를 겸비한 문제를 배치한 <페르마의 밀실>은 나온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이런 장르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수작이다. <페르마의 밀실>과는 정반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봐야 기막힌 영화도 있는데, 바로 <히든 페이스>. 국내 인지도는 얼마 없지만 한 번 보면 이 영화의 전개 방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스릴러 장인으로 소문난 스페인의 방탈출 영화 두 편으로 두뇌를 단련해보자.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