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에 비해 드높은 자기애를 가진 감독, 특권 의식에 젖은 평론가, 악덕 극장주 등 소위 기득권에 대한 노골적인 풍자가 통쾌하기도 했다. 이런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말을 인용하면 캐릭터가 자기 시나리오를 이끌어 간다고 한다. 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웃음) 그렇지만 하다 보니까 그 말이 조금씩 이해가 가는 것 같다. 내 머릿속에 설계도가 다 그려져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하다 보면 이런 캐릭터도 저런 캐릭터도 나오고 하는 것 같다.
전찬일 평론가의 출연도 의외의 재미가 있었다. 실제 평론가로 활동하는 분이 본인의 직업으로 출연했다. 섭외 과정이 궁금하고, 자기애에 충실한 꼰대 역할인데 흔쾌히 역할을 수락했나.
전(찬일) 선생님과는 2년 전인가 GV에서 만나 그때부터 쭉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워낙 달변가셔서 나는 거의 말을 안 한다. (웃음) 그분이 다 말씀을 하신다. 듣고 있으면 연기를 하셔도 잘하겠다, 이런 확신이 생기더라. 이분을 꼭 한번 영화 속에 모시고 싶은데 어떤 게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 아무래도 이번 작품이 극장 이야기고 영화 이야기니까 그냥 평론가 본인 캐릭터로 모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모셨는데 역시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NG 한번 없으셨다.
실제 고봉수 감독의 아내가 영화에 등장했다.
아내가 뮤지컬을 전공했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연기를 잘하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뮤지컬과 영화가 그리 다르지 않으니 한번 해보자고 했는데 처음엔 안 하겠다고 하더라. 근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 참 잘하더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