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가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기적>의 라희(임윤아)는 말 못 할 과거의 상처를 품고 있는 준경(박정민)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그에게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주는 엔진 같은 존재다. <기적>의 웃음을 담당하며 극에 환기를 더하는 임윤아는 알고 보면 상대 배우 박정민보다 더 먼저 촬영장에 발을 들인 14년 차 배우다. 한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소녀시대로 활동하며 연기에도 소홀치 않았던 그는 14년 동안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제 재능을 다듬어왔다. 그의 연기 변신이 돋보였던 장르별 작품과 캐릭터를 소개한다. 리스트에 언급되지 않은 배우 임윤아의 최애작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길!
첫 단추부터 훌륭했다. 임윤아는 첫 주연을 맡은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최고 시청률 43.6%를 기록하며 스타성을 입증했다. 그가 연기한 새벽은 어떤 위기나 핍박 아래서든 긍정의 힘으로 모든 일을 척척 해결해나가는 '캔디' 유형의 캐릭터였다. 다사다난한 새벽의 고생은 종영 이후 11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언급되는 중. 매번 비를 맞거나 물벼락을 맞는 건 물론, 상대가 뿌린 와인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직장 생활에 치이고, 무릎을 꿇을 정도의 고된 시댁살이를 겪었다. 백혈병에 걸린 시어머니, 친어머니와 골수가 모두 일치하는(!) 기적 같은 삶을 살기도. 이 모든 것을 소화한 당시 나이가 고작 19살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소원을 말해봐'를 시작으로 연달아 히트곡을 발표한 임윤아는 2010년대 초반 가수로서 해외 활동에 주력했다. <사랑비>는 그가 3년 만에 배우로 돌아온 복귀작이다. 1970년대의 사랑과 2010년대의 사랑. 두 시대를 오가며 순수했던 사랑의 정서와 현시대의 트렌디한 사랑법을 동시에 담아내 보는 재미를 더했던 드라마다. 윤아는 1970년대, 인하와 사랑에 빠진 윤희와 2010년대 윤희의 딸 하나까지 1인 2역을 소화했다. 차분하고 단아한 매력을 지녔던 1970년대 캐릭터 윤희, 발랄함과 당참이 무기인 2010년대 캐릭터 하나. 극과 극에 놓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그의 성장이 돋보였던 드라마다.
'I GOT A BOY'를 시작으로 다시 소녀시대 활동에 박차를 가한 임윤아는 'Mr.Mr.' 'Lion Heart' 등 앨범마다 가수로서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전 세계 팬층을 더욱 두텁게 다졌다. <무신 조자룡>은 배우로서 그의 또 다른 도전이 돋보인 작품이다. 그의 첫 중국 진출 작품인 <무신 조자룡>은 중국 삼국시대의 유명한 장수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한 무협 드라마다. 임윤아는 조자룡과 연인이 되는 하후경의, 하후경의가 목숨을 잃은 후 그와 똑 닮은 외모로 조자룡의 마음을 흔드는 마옥유까지 1인 2역을 소화했다. 마옥유 역을 맡은 극 후반엔 '무술에 능하다'는 캐릭터 설정을 따라 칼을 휘두르는 임윤아의 색다른 액션을 만날 수 있다. 426억 원을 들인 대작 <무신 조자룡>은 온라인 누적 조회수 100억 뷰를 돌파하며 화제성을 입증해냈다.
역시 첫 단추부터 훌륭하다. 임윤아의 스크린 데뷔작 <공조>는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의 남북 공조 수사를 다룬다. 액션과 코미디의 적절한 비율로 관객의 스트레스에 직격타를 날린 <공조>는 2017년 설 연휴의 다크호스로 흥행에 성공하며 후속작까지 기획됐다. 윤아는 강진태의 백수 처제이자 림철령을 짝사랑하는 박민영을 연기했다. 박민영은 그간 임윤아의 필모그래피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능청스러운 뻔뻔함을 지닌 인물이다. 청순한 이미지의 벽을 깬 임윤아는 이제야 자기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옷을 맞은 듯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과 평론가의 호평을 받았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왕은 사랑한다>는 임윤아의 첫 사극이다. 고려 후기 충렬왕 시대, 충선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상의 로맨스를 담는다. 임윤아는 충선왕 원(임시완)과 그의 벗인 린(홍종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은산을 연기했다. 소년스러운 털털함부터 애틋한 사랑까지, 폭넓은 감정을 소화한 임윤아의 다채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캐릭터.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러브라인의 팽팽한 텐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두 주인공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내는 역할까지 훌륭히 소화해냈다.
전형적인 한국 재난 영화의 틀을 벗어나 호평을 받은 <엑시트>는 대한민국 청춘의 상황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가스 테러 재난에 빗댄 영화다. 취업 준비생 용남(조정석)과 사회 초년생 의주(임윤아)가 생존을 위해 처절히 달리는 모습은 끝없이 뛰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의 마음을 울리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액션 신을 직접 소화한 임윤아의 뛰어난 운동 신경과 짜릿한 클라이밍 액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작품. 배우들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가 몰입감을 높였던 <엑시트>는 약 94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19년 여름 박스오피스의 승자가 됐다.
월급쟁이 기자들의 생존기를 담은 오피스 드라마 <허쉬>에서 임윤아는 생존형 인턴 이지수를 연기했다. 올곧고 의연한 태도로 어디서든 할 말은 하고 사는 당참이 매력인 지수는 한참 선배인 준혁(황정민) 앞에서도 주눅 드는 일이 없다. 말 못 할 과거를 품고 있어 시청자와 주변 인물들에게 궁금증을 불어넣기도 했던 인물.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한없이 밝고 에너지 넘치던 면을 잠시 넣어둔 임윤아는 <허쉬>를 통해 성숙하고 담백한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한 층 넓히는 데 성공했다.
이제껏 쉼 없이 달려왔지만,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 임윤아는 화려한 차기작 리스트로 관객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이기도 하다. 임윤아 주연 영화 세 편과 드라마 한 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공조>
먼저 올해 상반기 티빙 오리지널 영화 <해피 뉴 이어>의 촬영을 마쳤다. 호텔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로맨스를 펼쳐낼 이 작품에서 그는 남다른 자부심으로 호텔 엠로스의 아침을 여는 호텔리어를 연기한다. <공조>의 후속작 <공조2: 인터내셔날>에도 출연할 예정. 강진태, 림철령 조합에 FBI 요원 잭(다니엘 헤니)까지 합세한 남북미 형사들의 공조 수사를 담아내며, 임윤아는 이들과 함께 주연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2시의 데이트>는 <엑시트>를 연출한 이상근 감독의 신작이다. 상상초월의 비밀을 지닌 아랫집 여자를 윗집 남자가 매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로, 그는 김선호와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현재 촬영 중인 작품은 드라마 <빅마우스>다. 승률 10%의 삼류 변호사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사건과 그에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고, 천재 사기꾼으로 몰리며 목숨을 위협받는 이야기를 담는다. 임윤아는 당차고 지혜로운 면모를 지닌 간호사이자, 천재 사기꾼으로 몰린 변호사의 아내 고미호를 연기하며 남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그와 함께 이종석이 부부로 호흡을 맞춘 <빅마우스>는 2022년 방영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