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말에 개봉한 <아쿠아맨> 1편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었다. 팬심, 비주얼, 내러티브를 포함해 거의 모든 부분에서 DC 실사화 프로젝트는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었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영화들까지 하나하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오명을 남긴 채 잊혀 가던 그런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쿠아맨>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성공했고, 월드 와이드 10억 달러 흥행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며 DC 실사화 프로젝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호평에 힘입어 2019년 2월에 속편 제작을 확정 지었으며 2022년 말 개봉 예정으로,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많이 지연되기는 했으나 크랭크인에 들어가 제작 진행 중이다. 영화 자체의 내용보다는 어쩐지 앰버 허드의 사생활 논란 때문에 더 입에 오르내렸던 게 사실이지만, 차츰 공개되는 정보들에 의하면 이 시리즈는 좀 더 거대해지고, 좀 더 깊이 있어질 것이며,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엠버 허드, 출연 확정
전편 <아쿠아맨>에서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아쿠아맨의 곁을 지켰던 '메라' 앰버 허드는 가히 압도적인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전남편 조니 뎁과의 법정 싸움이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추문에 휩싸였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진실은 아직도 진위가 불확실한 상태다. 판도가 뒤집히기를 반복하면서 앰버 허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이에 따라 하차 청원이 50만 명을 돌파하기까지 하는 등 앰버 허드가 연기하는 메라는 1편으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많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작진 측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공식 입장을 밝힌 바가 없었으며, 이후 조니 뎁이 재판에서 패소를 하면서 앰버 허드 역시 촬영 시작 즈음하여 SNS 게시물을 올리는 등 아쿠아맨 시리즈에서의 하차가 없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표명해 온 바 있다.
일이 어찌 되었건 간에 앰버 허드의 <아쿠아맨 2> 출연은 확정되었고, 여전히 메라 역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배우의 사생활과 관련된 이슈에 그다지 개의치 않았던 워너브러더스의 성향이 드러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
로스트 킹덤: 마지막 왕국의 정체?
전편에서 아틀란티스의 왕이었던 옴 마리우스, 즉 아서 커리의 동생은 심해 7왕국이 힘을 모아 지상을 침공할 계획을 세운다. 즉 바다에는 아틀란티스를 포함해 총 7개의 왕국이 존재하는데, 작중에 등장하는 국가는 아틀란티스, 제벨, 브라인, 피셔맨, 데저터, 트렌치였으며 이 중 하나는 불명이다.
아쿠아맨 2편의 부제가 '로스트 킹덤'(잊힌 왕국)인 것으로 보아 이번 작품에서는 아무래도 이 불명으로 남아 있는 하나의 왕국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트 킹덤이 어떤 왕국을 의미할 것인가가 관건이겠지만, 아틀란티스의 정치적 상황과 아틀라나(니콜 키드먼)의 과거, 그리고 출생의 비밀에 더 집중했던 만큼 아틀란티스 전체의 역사와 세계관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을 듯하다.
원작 코믹스에서도 아틀란티스에 존재하는 7개의 왕국이 전부 제대로 등장한 적은 없었으며 아틀란티스가 바다로 가라앉을 때 이중 네 개가 사라지기까지 했다. 여기에 아주 오래전에 아틀란티스로부터 독립되어 나간, 버뮤다 삼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해저 왕국인 제벨과 관련한 이야기도 영화에 맞게 각색되어 등장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아틀란티스의 마지막 왕국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아쿠아맨이 아틀란티스를 통합하는 거대한 존재로서 다시금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오션 마스터의 행방
아쿠아맨의 이부형제(異父兄弟)이자 아틀란티스의 국왕이었던 옴 마리우스는 1편 결말 기준으로 감금되어 있는 상태다. 옴은 지상 침공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바다 해적들을 매수해 공격을 지시하는 등 야욕을 불태우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침공 계획에 동조하지 않는 다른 왕국을 상대로 침략을 계속했다. 결국 이 계획은 아쿠아맨에 의해 저지되었고, 어머니인 아틀라나가 돌아와 옴을 만류하면서 항복하고 만다.
이후 옴은 아틀란티스의 왕국에 감금되었으며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SNS를 통해 공개된 사진에 의하면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으며, 심해가 아닌 지상의 바닷가에 헐벗은 모습으로 서 있다. 아틀란티스를 통합해 '왕'이 아닌 전 바다의 지배자 '오션 마스터'가 되겠다는 야욕을 불태웠던 것치고는 초라한 모습이 아닐 수 없는데.
아틀라나의 귀환과 더불어 아쿠아맨이 왕이 되었고, 원래 왕비로 맞을 예정이었던 메라까지 아쿠아맨의 연인이 된 전편의 결말은.... 아쿠아맨에게는 해피엔딩이었겠으나 옴 마리우스에게는 비극적이기 그지없는 건 사실이다. 솔직히 연인도 빼앗기고 보좌도 빼앗긴 데다 미래도 불확실해졌으니 폐인이 되더라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지만,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수 있겠다.
블랙만타, 이번에는 좀 더 할 일이 많아요
전편에서 아쉬움으로 남았던 지점 중 하나는 메인 빌런으로 공개되었던 블랙 만타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비중이 크게 들어갈 만한 자리가 거의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은데, 지상에서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며 적당히 히어로 노릇을 해 주고 있었던 아서 커리가 아틀란티스로 돌아가 아쿠아맨으로 거듭나는 스토리가 주축이었기 때문이다.
전편의 아쿠아맨과 블랙 만타의 구도는 히어로 무비에서 흔히 기대할 수 있는 히어로와 빌런의 적대관계와 계속되는 전투는 아니었다. 덕분에 블랙 만타의 전체적인 비중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는데, 첫 번째 솔로 무비인 만큼 기원 서사와 세계관 설명에 더 집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식 발언을 통해 공개된바 블랙 만타의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하며, 이때 블랙 만타의 서사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좀 더 이야기되지 않을까.
전편에서는 비중이 작어서 그랬는지 중요도가 낮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캐릭터의 행동이나 대사가 일관적이지 않고 아쿠아맨과 전투를 벌이는 것 외에는 그다지 깊이 있는 서사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비중이 커진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제임스 완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쿠아맨> 1편이 여러 측면에서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IMAX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심해의 히어로 액션은 확실히 '볼 만한' 비주얼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아쿠아맨' 아서 커리를 연기한 제이슨 모모아와 '메라'의 앰버 허드까지, 코믹스 원작에서는 그리 인기 캐릭터가 아니었음에도 DC 확장 유니버스를 다시 궤도로 올려놓은 주역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아쿠아맨의 탄생과 기원에 대해 다룬, 솔로 무비 1편으로는 가장 원초적인 선택지를 골랐다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아서 커리가 어떻게 아쿠아맨이라는 히어로로 거듭나는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물론 아서 커리 내면의 고민이나 묘사가 부족했던 점,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사건을 이어나가는 강렬한 동기부여가 없었던 점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꼽히기는 한다.
하지만 <아쿠아맨> 1편이 시리즈를 시작하기 위한 단초였으며, 곤경에 빠진 DC 확장 유니버스의 부활탄이 되어 주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시리즈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며 본격적인 이야기는 2편부터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볼거리와 화려한 비주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던 그 매력들은 그대로, 더 깊이 있는 서사를 더해 돌아와 주기를 바라며.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