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접고 배우 전종서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보는 시간들을 가져 보려 한다. 관객들도 그러시겠지만,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인데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다. 연기를 해보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였나.
아주 어릴 때부터 영화가 주는 세계관에 빠져있었다. 영화가 뭘까,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걸 할 수 있을까, 저 사람들이 하는 것은 뭐지, 이런 것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 같다. 영화라는 꿈을 꾸는 사람은 같은 영화를 봤어도 연출이나 연기처럼 서로 다른 것에 포커싱이 될 수 있는데 나는 연기에 눈이 갔던 것 같다. TV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 수첩에 대사를 다 적었다. 그 사람이 입은 옷도, 그 캐릭터가 사는 공간에 있는 모든 것도 갖고 싶었다. 연기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랐었을 때인데도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수첩에 썼던 드라마나 영화 무엇이었나.
<매직키드 마수리>(2002)다. 내가 마법에 관심이 좀 있었나 보다. (일동 웃음) 그리고 영화로 넘어갔던 건 다코타 패닝 때문이다. <아이 엠 샘>(2001)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랑 나이가 비슷한데 저걸 어떻게 하는 거지 하면서. 어떤 배우의 팬이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한 팬심이 엄청났던 것 같다. 그런데 집에서는 반대가 정말 심했다.
부모님께 아역배우로 활동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나.
아역배우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저거 하게 해달라고, 어떻게 하는지 알아봐 달라고 그런 이야기는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공부하라고 하시더라. 물론 안 했지만. (일동 웃음) 그러다가 확 점화된 때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캐나다를 자주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이제 단발성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거기 학교를 다녀야 되고, 시험도 봐야 하고 이걸 여차여차 넘겨서 대학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온 거다. 그때 한국으로 도망갔다. 여기서 대학교까지 가고 지내면 한국에 돌아간다 해도 할 수 있는 직업은 언어적인 것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 그쪽이었고. 근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다. 그래서 맨날 노트북으로 영화만 봤다. 방학이 2주였는데 크리스마스 때 가족이 보고 싶다고 거짓말하고 한국에 들어왔고, 캐나다로 돌아가야 하는 날에 맞춰 도망갔다. PC방도 가고 찜질방도 가고 친구집에 며칠씩 가 있기도 했다. 결국 어머니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고 한국에서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연기할 수 있는 고등학교에 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