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정도의 틀만 정해둔 채 그때그때 배우들과의 대화나 촬영현장 상황에 따라 살을 붙여나간다고 언급한 걸 봤다. 현장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은 가운데, 절대 타협하지 않은 방침 같은 게 있다면.
셰리프와 펠릭스가 함께 모험을 떠난다, 카풀을 통해 만나는 친구는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여름에 진행된다, 가볍고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다,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더라도 무겁지 않게 한다, 정도의 기본적인 원칙을 뒀다. 학생들이 성격도 감수성도 사회적 출신도 저마다 다른 게 흥미로워서 그들이 만났을 때 생기는 갈등과 그걸 극복하는 걸 그려보자는 목표가 있었다.
<필로>와의 인터뷰에서 “배우들에게 즉흥연기를 허락할 때에도 단어 선택만큼은 집요하게 요구한다. 한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망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함께 여름!>을 촬영할 당시의 사례로 설명해달라.
나도 청소년기에 수줍음이 많고 표현에 서툴러서 감정 자체가 강렬할 때 적절한 단어를 찾기가 힘들었다. 자주 비교 받는 에릭 로메르에 비해 내 영화의 대사가 조금 더 즉흥적이긴 해도, 어떤 단어는 일상의 평범한 것인데 배우가 툭 던졌을 때 내가 머릿속에 의도한 그림과 굉장히 다를 때가 있다. 2년 전에 촬영한 작품이라 구체적인 예를 들 수 없지만, 걸리는 단어가 있으면 내가 의도했던 느낌을 주는 단어로 고쳤다. <다함께 여름!>에서는 느끼는 것과 말하는 것 간의 오해가 빚어지고, 그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 단어 선택이 보다 중요했다. 프로 배우들과 작업하다 보면 그들이 완벽에 가깝게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그들의 성격을 파악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난 어리숙한 표현이나, 자기가 느끼는 것에 대해 적절한 단어를 못 찾아낸 채로 표현하는 방식을 보면서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편이다. 그래서 너무 쉽게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과는 오히려 일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