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디바>는 다이빙계 선수 두 명의 우정과 경쟁 등을 보여주는 스릴러 장르의 영화입니다. 다이빙계의 디바 최이영(신민아)과 동료이자 절친 박수진(이유영)은 서로 기량 차이가 큰데, 어느 날 두 사람은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이영이 일주일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났더니 수진은 실종된 상태였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1. 내가 저지른 행동에 나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요

이영은 어릴 때부터 다이빙을 같이했던 절친 수진이 사실상 퇴출될 위기에 처하자 코치(이규형)를 설득해서 수진과 2인 단체전을 준비합니다. 수진은 어린 시절 최고의 유망주였으나 의도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고 이후 트라우마 때문에 다이빙을 무서워하게 되면서 끝내 자신의 기량을 되찾지 못한 것입니다. 수진은 마지못해 이영과 2인 단체전을 준비하지만 역시 잘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수진은 이영의 실력과 비슷한 상태까지 올라오는데, 알고 보니 수진은 약물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죠. 어느 비가 내리는 밤에 이영이 많이 취한 상태에서 수진은 이영과 바람을 쐬러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서로 실랑이를 벌이게 됩니다. 약물을 그만두라면서 약통을 바다에 버리려는 이영과 이영에 대한 수진의 원망의 진심이 터져 나오면서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자신을 말리는 수진을 피하려다가 수진을 밀치게 된 이영에 의해서 수진은 인도 턱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합니다. 수진의 머리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본 이영은 병원에 가기 위하여 해안도로에 세운 차의 운전대를 잡지만 두 사람은 절벽 밑으로 자동차 추락사고를 당하고 말죠.

이영은 일주일간 혼수상태에 있었으나 다행히 큰 외상없이 깨어나고 수진은 실종되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절벽 밑으로 추락하여 바닷속에 빠진 자동차 안에서 이영과 수진은 안전벨트를 풀고 자동차 밖으로 탈출합니다. 그러나 이영이와 실랑이 도중에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다친 수진은 스스로 수영을 하여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이영의 도움이 있어야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죠. 그러나 이영은 수진의 무게까지 감당해 가면서 물 위로 올라오기에는 숨이 너무 찼고 더 이상 지체하면 자신도 죽을 것 같아서 자신의 팔을 잡은 수진의 손을 강하게 밀쳐내고 가까스로 물 위로 올라오고 이영 혼자 구조된 것입니다. 결국 수진은 사망하였고 익사가 사망의 직접 원인입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가, 이영은 수진의 사망에 책임이 있을까요. 사망 직전에 같이 있었고 교통사고를 낸 이영한테 수진의 사망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보는 것은 정의관념에 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영이 수진의 사망에 전적인 책임을 지는 것도 왠지 부당하게 느껴집니다. 이영은 수진의 사망에 대해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이와 관련되는 논의가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의 문제입니다. 학문적인 논의는 차치하고, 판례는 어떤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기준으로 ‘상당인과관계’에 따라 판단합니다. 즉, 어떠한 원인이 있으면 보통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인정되는 관계 또는 일반적인 경험법칙상 상당한 조건만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표현을 보면 ‘상당인과관계설’이 어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므로 결국 사안마다 판례가 주로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살펴서 실제 사건마다 판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많이 문제되는 것 중 하나가 자동차 사고로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상해를 입고 그 후유증 등에 의하여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에 사망의 결과가 자동차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보험회사가 많이 다투는데 판례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이영의 행동과 수진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살펴보면, 이영은 수진과 실랑이 도중에 수진을 밀쳐서 수진이 머리를 다친 것에는 책임이 있습니다. 이영이 고의로 밀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실치상죄가 가장 가벼운 죄책이지만, 당시 실랑이를 벌이던 상황에 따라 폭행치상죄도 가능해요. 수진의 머리에 난 상처를 보고 이영이 병원에 가려고 운전을 하다가 추락사고를 당하는데, 추락사고는 이영의 고의에 의한 사고가 아닙니다. 음주운전 문제는 별론으로, 추락사고에 대해 이영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보여요. 그 후 바닷속에 빠진 이영이 자신의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 수진의 팔을 강하게 뿌리치고 올라온 행동도 살펴봐야 하는데, 이영은 자신도 죽을까 봐 수진을 밀쳐낸 것이므로 긴급피난이 되거나 최소한 기대가능성이 없어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비록 이영이 수진의 머리 상처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선행행위에 의해 수진을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자신의 생명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구조의무를 다하지 못한 행위에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보이네요. 결과적으로 이영한테 수진이 사망하기 전 실랑이 도중에 수진을 밀쳐서 머리에 상처를 낸 것에 대한 책임으로 과실치상죄 또는 폭행치상죄가 문제되지만 이미 수진이 사망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음주운전은 항상 처벌되나요

이영은 사고 직전에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이영과 수진은 같이 사는데 수진은 술에 취한 이영과 드라이브를 나왔다가 두 사람은 사고를 당한 것이죠. 처음에는 수진이 운전을 했으나 수진이 머리를 다친 후에 수진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이영이 운전을 하는데 음주운전을 한 사실 자체는 명백합니다. 도로교통법에는 누구든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영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음주운전이 긴급피난으로 인정된다면 무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사건에서도 부부싸움을 벌이다가 남편의 폭행을 피해서 차 안으로 도망친 뒤 112에 신고를 했으나 남편이 차량 앞을 가로막고 돌을 던지는 등 위협하자, 경찰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약 30m를 운전하게 된 사건에서 긴급피난을 인정하여 무죄가 선고된 적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비 오는 밤 해안도로에서 친구가 머리를 다쳤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고 119에 연락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수진을 급하게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이영이 운전하는 것 외에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영의 음주운전은 수진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되고 무죄가 될 수 있습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