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

김성령에게 변하지 않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에 대해서가 아니라 새로움에 다가가는 식지 않는 마음에 대해서 말이다. 성취의 기쁨은 오래 남아서 낯선 도전으로 발을 옮기기 주저하게 만드는데 이 배우는 대체 왜 오늘도 뭐든 하고 싶다고 이렇게 애쓰는 것인가.

드라마, 영화는 물론이고 연극, 예능까지. 김성령의 도전은 영역을 제한하지 않는다. 하고 싶어서 했지만 늘 부족하다 느껴 좌절해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또 몸을 일으킨다 했다. 잠깐의 슬럼프를 겪던 시절 그를 일으킨 작품은 윤성호 감독의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2)였다. 이 작품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김성령은 이후 <추적자 더 체이서>(2012) <상속자들>(2013)을 통해 더 뜨겁게 피어났다. 좋은 기억을 함께한 윤성호 감독을 신작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통해 다시 만났다. 김성령은 연기 데뷔 30년을 마주한 지금 또 한번 변화의 순간을 만들 작품이 될 거란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임기 1년짜리 땜빵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되고, 정치평론가인 남편 김성남(백현진)의 납치 사건을 맞닥뜨리며 뜻하지 않게 대선 잠룡이 되어 가는 사격 국가대표 출신 정치인 이정은(김성령)은 과연 제목대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에 갈' 수 있을까? 제작보고회가 있던 지난 10월 말 김성령을 만나 전해 들은 이야기에서 그 힌트를 찾길 바란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블랙코미디 정치 드라마다. 대선 열기가 뜨거운 지금에 잘 어울리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어떤 점이 끌려 작품에 합류하게 됐나.

대본이 좋았다. 그리고 윤성호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윤성호 감독과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다시 만난 윤성호 감독의 현장은 어떻던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예산도 많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어떨 땐 카메라도 조명도 한 대씩 놓고 찍기도 했다. (웃음) 그때는 윤성호 감독님이 나를 막 풀어줬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자 이렇게. 나한테만 그런게 아니라 모두에게 그랬다. 장르나 내용 자체가 좀 자유로워서 그랬던 것 같다. 이번에도 감독님 현장은 좋은 기억이 많았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 믿음직했다. 감독님 머릿속에 계산이 다 서 있는 게 나는 좋더라. 윤성호 감독 머리가 진짜 좋다. (웃음)

(좌)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수영 3관왕을 차지한 최윤희, (우)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최윤희.

스포츠 스타(전직 사격 국가대표) 출신 정치인 이정은을 연기한다. 소위 그 시대의 김연아 같은 존재였다.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김연아보다는 최윤희에 가깝다. (웃음) 80년대 아시아를 석권한 수영 선수 출신이고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까지 지냈으니까. 그래서 어떤 점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웠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정치를 하려고 법대에 가고, 고시 공부를 해서 공무원이 되고 나중에 정치하는 사람들. 왜 TV에 나오는 젊은 엘리트 정치인들을 보면 말투나 행동 이런 게 누가 봐도 정치하는 사람이지 않나. 그런데 정은은 지금 정치를 하고 있지만 어릴 때는 운동만 했다. 군대도 다녀왔고. 그런데 갑자기 정치를 하고 장관이 된 거다. 정은은 처음부터 정치에 야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아니니까 그냥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이정은의 성장 드라마처럼 생각하고 캐릭터에 접근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을 맞닥뜨리면서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걸 극복하며 한 단계 한 단계 정치인으로 성장하게 되는 그런 모습 말이다. 제목에서 보이듯 내 뜻은 아니었지만 나 장관 하래, 또 자꾸 무얼 하래, 그럼 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가야하나? 이 말이 작품 전체의 정확한 요약이 아닐까 싶다.

배해선 배우가 연기한 차정원 의원과의 대립, 정은의 남편 백현진, 수행비서를 연기한 이학주까지, 배우들과의 케미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배해선 배우는 너무 연기를 잘한다. 정말 정치인인 줄 알았다. (웃음) 아무리 작품이 좋고 대본이 좋아도 첫 리딩하러 갈 때 마음속에 돌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무겁고, 촬영 내내 나에게 다가올 시련들이 눈 앞에 펼쳐지며 그래도 어떻게든 그걸 극복하고 해내야지 이런 작품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처음 캐스팅 얘기를 들었을 때 작품과 감독님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이런 배우들과 같이 연기하게 되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설레더라.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넘어 그냥 좋았다.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백현진 배우도 예전부터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이학주 배우도 개성 있으면서 연기도 잘하는 거 아니까. 주변 사람들한테 엄청 신나게 자랑하고 그랬다. (웃음)

공개를 앞두고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봐줬으면 좋겠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가 많을 거다. 현실 정치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니 그걸 떠올리면 쉽게 공감하며 이해하고 웃을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