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배우의 현재 커리어를 가장 확실히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차기작이 어떤 작품으로 채워져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얀야 테일러 조이의 신작 7편은 그가 당대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20대 여성 배우라는 걸 제대로 증명한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

Last Night in Soho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2010), <베이비 드라이버>(2017) 등 다양한 장르를 능히 소화해온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신작. <1917>(2019)의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티 윌슨 케언스와 각본을 쓴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전작들과 달리 웃음기를 싹 걷어낸 스릴러다. 60년대 음악과 패션을 선망하는 디자이너 지망생 엘리(토마신 맥켄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런던 소호에 오고, 매일 밤 꿈에서 60년대 소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수 샌디(안야 테일러 조이)를 만난다. 샌디를 만나는 꿈이 점점 악몽이 되어 가던 중, 엘리는 샌디가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다. 에드가 라이트는 2015년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당시 초청작 <더 위치>(2015)를 통해 테일러 조이를 발견했고, 샌디가 아닌 토마신 맥켄지가 연기한 엘로이즈 역에 캐스팅 하려고 했다. 60년대의 가수를 연기한 테일러 조이는 주제가 'Downtown'를 직접 불러 빼어난 노래 솜씨까지 뽐냈다. 2019년 5월부터 네 달간 촬영해 이듬해 두 달 동안 추가 촬영까지 마쳐 2020년 9월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팬데믹으로 1년 이상 연기돼 영국에서 지난 10월 22일 개봉했고, 한국에선 12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노스맨

The Northman

<더 위치>

2015년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공포영화 <더 위치>는 안야 테일러 조이와 로버트 에거스 감독 모두의 첫 영화였고, 이 작품으로 인해 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영화만 10편 이상 작업하며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확장하던 테일러 조이는 (윌렘 대포와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라이트하우스>에 이은) 로버트 에거스의 세 번째 영화 <노스맨>에 출연한다. 전작들이 각각 1630년대와 1890년대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했다면, <노스맨>은 10세기 아이슬란드에서 펼쳐지는 암레트(Amleth) 설화를 바탕삼았다.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계획하는 바이킹의 왕자 암레트를 알렉산데르 스카쉬고드가 연기하고 테일러 조이, 니콜 키드먼, 에단 호크, 윌렘 대포, 그리고 <구속의 드로잉 9>(2005) 이후 15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뮤지션 뷔욕이 캐스팅됐다. 뷔욕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한 아이슬란드의 작가 숀이 에거스와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


데이비드 O. 러셀 신작

촬영현장

캐스팅 목록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지는 작품이 있다. 2015년에만 <조이>와 <액시센탈 러브> 두 영화를 내놓고 6년째 필모그래피가 멈춰 있었던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신작이 그렇다. 제목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플롯도 의도치 않게 호흡을 맞추게 된 의사와 변호사의 이야기라는 것 외엔 알려진 바가 없는 상황. 안야 테일러 조이를 비롯 크리스찬 베일, 마고 로비, 테일러 스위프트, 라미 말렉, 로버트 드 니로, 조 샐다나, 존 데이비드 워싱턴, 마이클 섀넌 등이 한 영화를 위해 모였다. 놀라운 건 배우들 이름만이 아니다. <그래비티>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으로 3년 연속 오스카 촬영상을 거머쥔 엠마누엘 루베츠키가 촬영을, <조커>(2019)로 그해 음악상을 휩쓸다시피 한 힐더 구오나도티르가 음악을 맡는다. 지난 3월 촬영을 마치고, 내년 11월 개봉 예정이다.


더 메뉴

The Menu

<석세션>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얀야 테일러 조이는 누군가의 연인을 연기해본 경우가 극히 드물다. 젊은 커플 마고(안야 테일러 조이)와 타일러(니콜라스 홀트)가 비까뻔쩍한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위해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는 블랙코미디 <더 메뉴>는 그 예외가 될 것 같다. 아직 제작되지 않은 시나리오 가운데 영화 관계자들의 지지를 받은 '블랙 리스트'에 속했던 <더 메뉴>는, 마고와 레스토랑 셰프를 각각 엠마 스톤과 레이프 파인스가 연기하고 알렉산더 페인이 연출을 맡을 거라는 소식이 2019년에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스톤과 페인이 스케줄 문제로 하차하고, HBO의 막장 드라마 <석세션>의 마크 마이로드가 감독을 맡게 됐다. 제작사는 <빅쇼트>의 아담 맥케이 감독이 설립해 창립작으로 <석세션>을 내놓았던 '하이퍼오브젝트 인더스트리'. 지난 9월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슈퍼 마리오 더 무비

Super Mario Bros: The Movie

닌텐도사의 비디오 게임 <슈퍼 마리오>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주연배우조차 출연한 걸 후회할 정도로 악명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실사영화 <슈퍼 마리오>(1993) 이후 근 30년 만이다. 이번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슈퍼배드/미니언즈> 시리즈를 만든 '일루미네이션'의 크리스 멜러댄드리와 <슈퍼 마리오>의 원작자 미야모토 시게루와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원작의 세계를 제대로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시리즈의 히로인 피치 공주 역을 맡는 것과 더불어 마리오는 크리스 프랫, 동생 루이지는 프랫과 <레고 무비>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크리스 데이, 쿠파는 잭 블랙, 동키 콩은 세스 로건이 연기한다. 내년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을 앞둔 가운데, 닌텐도 회장 후루카와 슌타로는 동키 콩 스핀오프 등 향후 속편 제작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둠 속의 웃음소리

Laughter in the Dark

<퀸스 갬빗>

작년 10월 공개돼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프라임타임 에미 어워드'에서 11개 부문을 석권한 <퀸스 갬빗>의 두 주역, 안야 테일러 조이와 스콧 프랭크 감독이 다시 만난다. 시리즈 속편은 아닌, 장편 영화 <어둠 속의 웃음소리>다. 러시아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어둠 속의 웃음소리>를 영화화하는 프로젝트. 중년 남성이 어린 여성에게 매혹된다는 점에서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로 만든 대표작 <롤리타>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고 알려진 소설은, '카메라 옵스쿠라'라는 제목으로 1933년 발간된 러시아어 소설을 몇 년 후 직접 영어로 다시 쓴 판본으로 다시 출간됐다. 금기를 건드는 에로티시즘과 함께, 배우가 되려 하는 마르고트(안야 테일러 조이)를 통해 영화 제작 현장을 묘사한다는 원작의 설정이 어떻게 구현될까.


퓨리오사

Furiosa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퓨리오사. 처음 시리즈에 등장하자마자 주인공 맥스(톰 하디)보다 거대한 매력으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2015)를 장악해버린 캐릭터다. 개봉 당시 퓨리오사를 향한 반응이 워낙이 뜨거워서 그때부터 퓨리오사에 집중한 스핀 오프가 제작될 거라는 이야기가 조지 밀러 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출처를 통해 흘러나왔고, 2020년 가을 안야 테일러 조이가 샤를리즈 테론을 대신해 젊은 시절의 퓨리오사에 캐스팅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이름만 알았지 테일러 조이의 연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조지 밀러는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초기 편집본을 먼저 보고서 테일러 조이가 퓨리오사 역을 맡기에 완벽하다 판단했다고. <퓨리오사>는 2024년 공개를 목표로 내년 중 촬영에 착수할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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