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1월 3일을 기점으로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팬데믹 이후 국내에선 처음으로 600만 고지를 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이제는 한국 영화가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최악의 개봉 상황 속에서도 용감하게 기지개를 켠 몇몇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새해 첫 번째 극장 개봉 영화라는 수식어를 거머쥔 작품은 <경관의 피>다. <시그널> <독전>에 이어 다시 한번 형사 타이틀을 단 조진웅과 <기생충> 이후 처음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는 최우식이 연기 호흡을 맞춰 기대를 모은다.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경관의 피> 관전 포인트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왼쪽부터) <경관의 피> 최우식, 조진웅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 고급 빌라, 명품 수트, 외제차를 타며 범죄자들을 수사해온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의 팀에 어느 날 뼛속까지 원칙주의자인 신입경찰 민재(최우식)가 투입된다. 강윤이 특별한 수사 방식을 오픈하며 점차 가까워진 두 사람이 함께 신종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중 강윤은 민재가 자신의 뒤를 파는 두더지, 즉 언더커버 경찰임을 알게 되고 민재는 강윤을 둘러싼 숨겨진 경찰 조직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경관의 피> 시놉시스

또 언더커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야기

<경관의 피>는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소재로만 봤을 땐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경관의 피>가 지루하다거나 피로하지 않은 건 감시하는 대상과 감시받는 대상의 관계성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경관의 피>는 <신세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독전> 혹은 가장 최근작인 <마이 네임>에서 봐왔던 '정체를 숨기고 범죄 조직에 들어간' 언더커버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리 경찰의 뒤를 쫓는 경찰'의 관계를 조명한 작품이다.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조진웅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 경찰 최우식을 극의 중심에 세워 "경찰이 경찰을 감시하는 (신박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경관의 피>가 다른 언더커버 작품들과는 다른, 한 끗 차이 역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다른 조직, 다른 목표를 지닌 두 인물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조직, 같은 목표를 향하는 두 인물이 '다른' 신념을 가졌을 때.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관객들을 이야기 속에 빠뜨린다. 아무리 범법의 영역일지라도 범죄자 검거가 최우선이라 믿는 경찰 조진웅과 법의 영역을 벗어나선 안 된다고 믿는 원칙주의자 최우식. 두 사람이 서로에 의해 신념이 흔들리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려가며 기존의 범죄 영화와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단순히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갈등에 매여있지 않고 두 캐릭터의 전사, 신념, 정의가 충돌하는 에너지를 발판 삼아 <경관의 피>는 나아간다.


여전히 '재발견'되는 최우식의 새로운 얼굴

요즘 가장 '핫한' 배우 리스트를 꼽는다면 단연 최우식의 이름이 상위권을 장식하지 않을까.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통해 로맨스에도 능한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최우식은 2022년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거인>을 시작으로 <부산행> <마녀>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매년 성장이란 단어와 함께하는 최우식은 <경관의 피>를 통해서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작품에서는 대개 청춘의 색이 강한 역할들을 맡았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경찰 옷을 입으며 성숙한 면모를 드러낸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경관의 피>는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경찰 자리에 앉은 민재(최우식)의 '피', 혈통에 관한 이야기 역시 얽혀있는데. 최우식은 비리 경찰 조진웅의 뒤를 캐며 알게 되는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비밀과 그로 인해 끊임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민재의 내면을 고스란히 표현해내며 이번에도 성장이란 단어를 꺼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거인>의 영재, <기생충>의 기우와는 또 다른 방황과 불안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최우식의 말을 빌리자면 "항상 비리비리하고 도망 다니는 역할들을 많이" 맡아왔던 최우식은 <경관의 피>를 통해서 제대로 된 액션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규만 감독의 말마따나 최우식을 감싸던 "뽀송뽀송하고 귀염귀염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거친 액션을 펼친다. <그해 우리는>을 통해 최우식에게 '입덕'한 이들이라면 전혀 다른 최우식의 얼굴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비주얼에 공들인 영화

<경관의 피> 제작보고회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 중 하나로는 비주얼이었다. 감독과 배우들은 이 영화의 비주얼에 대해서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이는 대부분 캐릭터들이 입은 의상에 관한 것이었다. 기존의 범죄 수사물에 등장하는 형사들이 장기간 수사에 지쳐 찌든 이미지가 강했다면, <경관의 피>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경찰들은 수려한 비주얼을 뽐낸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여주기식이라기보단 영화의 설정과 관련이 있다. 경제적으로 상위 1% 범죄자들을 수사하는 팀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선 경찰들의 모양새 역시 이에 뒤처져선 안되기 때문. 화려하게 빼입은 빌런들과 추레한 형사의 모습이 대비됐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경찰과 범죄자 모두가 칼같이 갖춰 입은 이미지를 담아내며 <경관의 피>는 기존 작품들과 결을 달리한다. 배우들의 '수트핏'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만큼, 장면마다 달라지는 배우들의 의상에 초점을 맞추며 영화를 감상해봐도 좋겠다.


탄탄한 조연 배우 라인업

(이 글의 맨 위를 장식한) 포스터에서도 느껴지듯, <경관의 피>는 조진웅과 최우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작품이지만, 조연 배우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 포스터에도 작게나마 그들의 얼굴을, 아니 그들의 존재감을 넣은 이유일 테다. 조진웅, 최우식과 함께 흑과 백 진영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묵직한 연기 역시 관객들의 시선을 붙든다. 경찰과의 거래로 먹고사는 범죄 조직의 2인자 박명훈, 비리 경찰의 뿌리를 뽑고자 하는 정의감으로 가득 차 있는 감찰계장을 연기한 배우 박희순도 눈여겨 볼만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고생한 이를 언급하라면 권율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권율은 <경관의 피>에서 악의 축을 담당했다. 조진웅이 연기한 캐릭터 강윤이 비리를 저지르면서라도 잡고 싶은 악독한 범죄자 나영빈을 연기한다. 권율은 나영빈 역할을 묘사하는데 최적의 비주얼을 완성하기 위해 증량을 선택했다. 범접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평상시와 비교했을 때 12kg을 찌운 권율의 이미지 변신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조진웅의 브로맨스

너무 늦게 언급하게 됐지만, <경관의 피>는 조진웅의 호연이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전작들을 통해 개인이 마주하는 불안의 얼굴을 훌륭하게 표현해온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이를 무기로 박강윤이란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혼란을 세세하게 담아내며 영화의 전반적인 긴장감을 조성한다. 최우식과 조진웅의 연기합은 <경관의 피>의 가장 주요한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두 배우는 각자가 지닌 에너지를 남김없이 발휘하며 의외의 케미를 자아낸다. <경관의 피> 제작보고회에서 조진웅은 "브로맨스 그만하고 싶다. 난 왜 맨날 브로맨스인가"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