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언더커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야기
<경관의 피>는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소재로만 봤을 땐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경관의 피>가 지루하다거나 피로하지 않은 건 감시하는 대상과 감시받는 대상의 관계성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경관의 피>는 <신세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독전> 혹은 가장 최근작인 <마이 네임>에서 봐왔던 '정체를 숨기고 범죄 조직에 들어간' 언더커버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리 경찰의 뒤를 쫓는 경찰'의 관계를 조명한 작품이다.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조진웅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 경찰 최우식을 극의 중심에 세워 "경찰이 경찰을 감시하는 (신박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경관의 피>가 다른 언더커버 작품들과는 다른, 한 끗 차이 역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다른 조직, 다른 목표를 지닌 두 인물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조직, 같은 목표를 향하는 두 인물이 '다른' 신념을 가졌을 때.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관객들을 이야기 속에 빠뜨린다. 아무리 범법의 영역일지라도 범죄자 검거가 최우선이라 믿는 경찰 조진웅과 법의 영역을 벗어나선 안 된다고 믿는 원칙주의자 최우식. 두 사람이 서로에 의해 신념이 흔들리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려가며 기존의 범죄 영화와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단순히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갈등에 매여있지 않고 두 캐릭터의 전사, 신념, 정의가 충돌하는 에너지를 발판 삼아 <경관의 피>는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