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래소는 성인(saint)인가
<테드 래소>는 착한 드라마다. 분위기가 비슷한 보다 유명한 시리즈로는 <굿 플레이스>가 떠오른다. 처음부터 아주 냉정하게 평가하기로 작정하고 래소를 대했던 스포츠 전문기자 ‘인디펜던트 소속’ 트렌트(제임스 랜스)가 쓴 작중 칼럼의 마지막 말을 빌려보자면, “테드 래소를 응원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테드 래소는 낙천적이다. 주변에서 한 번이라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낙천적이다. 시즌 1의 메인 이슈는 (1) 축구 문외한인 축구 감독이 팀을 과연 잘 이끌 것인가, (2) 미국 출신 이방인의 런던 생활은 순탄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래소는 불을 불로 받아치는 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현명하기까지 해서 그 어떤 속이 빈 야유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치 있고 적절한 농담을 곁들인 소신 있는 말로 넘긴다. 일관성 있는 그의 선심은 마초의 성향이 짙은 몇몇 선수들마저 온순하게 돌려놓았고, 다른 축구 시리즈였다면 끝까지 조연 중의 조연이나 단역으로 남아 있었을 장비 담당자 네이선(닉 모하메드)의 이름을 부르고 나중에는 그의 능력을 인정해 그를 코치진으로 불러들이기까지 한다. 가끔은 착해 빠져서는 사서 고생을 하지만 그 고생은 즐길 정도의 갈등이고, 너무 교훈성이 강해서 부대끼지 않을 정도로만 낙천적이다. 래소는 축구를 잘 알아서 ‘축구’ 감독이 되지 않았고, 선수들을 독려할 줄 아는, 스스로도 팀 플레이어인 축구 ‘감독’이 되었다. 쇼의 주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영국과 미국의 다름을 묘사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파리에 간 시카고 출신 마케터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다른 문화를 비난조로 깎아내리는 시리즈 속 유머는 거북하기까지 하다. <테드 래소>는 빈정 뺀 묘사를 하며 다른 길을 걷는다.
리치먼드 선수 개개인의 이야기를 중간중간 조명하면서 테드의 뒷이야기까지 커버하기에 한 시즌은 어쩌면 부족했을지 모르겠다. 두 번째 시즌에는 호감 사는 성격의 근원과 아픔에 대한 뒷이야기가 나온다. 교훈성이 강한 에피소드가 몇 있지만, 전반적인 평이 전 시즌보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