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전성기라고 생각했는데, 해마다 전성기를 경신하고 있는 배우 허성태. 배우의 꿈을 버리지 못해 회사원에서 전업 배우로 전향한 그의 인생 드라마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매 순간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제는 연기파 배우,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을 넘어 더티 섹시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 허성태. 최근 활동과 앞으로의 작품을 살펴보자.
누리꾼이 인증한 중독성, '허카인'
현재 허성태 최고의 히트작이라면 당연히 <오징어 게임>일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바꿔서 최고의 화제작을 뽑으면… 아마도 '코카인 댄스' 영상을 뽑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코카인 댄스는 initio, JERIDE의 '코카인'이란 음악에 맞춰 춤추는 밈을 가리킨다. 스트리머나 유튜버, SNS 인플로언서들이 주도한 유행인데, 허성태는 <SNL>(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서 스트리머를 연기한 패러디 영상에서 이 댄스를 선보였다.
<SNL> 콩트 영상이 화제에 오르는 경우가 드문 건 아니지만, 허성태의 코카인 댄스는 그야말로 신드롬이었다. 중독성 있는 음악에 허성태가 춤을 '너무 잘 춰서'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은 것. 이 영상엔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는데, <오징어 게임>에서 증량한 체중을 다시 덜어내 슬림한 몸매를 과시했단 것, 그리고 춤솜씨가 예사롭지 않단 것 등이 있다. 허성태 본인은 촬영 현장을 가는 당일에 코카인 댄스를 처음 접했다는데 이정도의 디테일을 잡아낸다니, 그의 춤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 허성태 코카인 댄스 영상은 300만 조회수를 넘겨 <SNL> 영상이 게시되는 유튜브 채널 '쿠팡플레이'의 최고 조회수 10위 안에 들었다. <SNL>을 제작하는 쿠팡플레이도 이 뜨거운 인기에 보답하듯, 허성태의 코카인 댄스로 1시간을 채운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1시간짜리 '허카인' 영상도 170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니, 그의 춤은 정말 4대 중독이나 다름없다.
악역으로 글로벌 스타까지, 장덕수
허성태는 배우 활동을 시작한 후 매 작품마다 인상적인 장면을 남기며 꾸준히 눈도장을 찍었다. 2016년 <밀정>과 2017년 드라마 <터널>에서 도약에 성공한 그는 <범죄도시>, <말모이>, <신의 한 수: 귀수편>, <이몽>, <WATCHER> 등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대중에게 알렸다.
그의 그런 활약에도 이렇게 '글로벌 스타'가 되리라곤 사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수많은 배우 중 스타가 되는 것도 어려운데, 전세계에서 인정하는 글로벌 스타라니. 그건 허성태가 아닌 그 어떤 배우를 대상으로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허성태는 단 한 작품으로 해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었다.
허성태가 맡은 장덕수는 성기훈(이정재) 일행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극중 오징어게임 참가자 모두를 쥐락펴락하는 역대급 악역이었다. 비록 알력다툼에서 밀려났지만 조직폭력배 출신답게 힘과 위협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장덕수 역을 위해 허성태는 약 20kg 가량을 증량했다. 이전에도 조폭이나 악역을 종종 맡았던 허성태지만 이번만큼 몸집을 키운 적이 없었기에 장덕수의 위압감은 여느 캐릭터를 연기할 때보다 더 강렬했다. 특유의 매서운 눈빛, 저음의 목소리에 덩치가 더해지자 어떤 설명 없이도 장덕수란 인물이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 명백하게 드러났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으로 허성태에게 가장 뜨거운 사랑을 보낸 건 러시아 팬덤. 허성태는 회사원 시절 해외판매를 전문적으로 했을 정도로 러시아어에 능통하다. 드라마 <괴물>에서도 이창진 캐릭터에 혼잣말로, 혹은 홧김에 노어를 하는 특징을 집어넣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든 바 있다. 이후 그는 <오징어 게임> 관련 인터뷰에서 노어로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유쾌한 발언을 남겨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의 강렬한 이목구비 또한 러시아에서 무척 선호하는 타입이어서 미남이라는 반응도 많다고 한다.
나쁘지 않아서 더 인상적인 허성태의 캐릭터
앞에서 말한 장덕수도 그렇고 허성태 하면 '쎈' 캐릭터가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조폭이나 깡패, 형사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부류가 그의 주 전공. 그래서인지 그가 평소와 다른 순한 캐릭터를 맡으면 어쩐지 더 귀엽고 기억에 남기도 한다. 최근 출연작 중 <고요의 바다>가 그렇다. 한국 우주항공국 김재선 과장으로 출연한 그는 자신이 모시는 최 국장(길해연)과 달리 달 탐사팀의 안전을 우려한다. <괴물>에서 국회의원 도해원-건설사 대표 이창진으로 만난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도 동료인 듯 악연인 관계의 캐릭터를 맡아 유독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보다 더 전으로 거슬러가면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의 장칠성 역도 허성태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줬다. 이쪽도 굳이 따지면 조폭이긴 하지만, 이미 한물 간 사람이어서 백수에 가깝게 그려진다. 겉보기와 달리 소심하고 은근 정도 많은 장칠성은 허성태의 상남자 매력과 허당 매력이 아우러져 '소시민적 조폭'이란 모순적인 인물마저 현실적으로 완성시켰다.
앞으로 보여줄 차기작은?
허성태의 인기는 정점이지만, 그의 연기는 당연히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 <스텔라>가 개봉해 <도굴>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슈퍼카를 차압한 영배(손호준)를 압박하는 서사장 역이다. <스텔라> 다음은 픽션 사극 드라마 <붉은 단심>이 기다리고 있다. 이태(이준)과 유정(강한나)의 사랑과 정치 사투를 그린 드라마에서 허성태가 맡은 역은 조연희(최리)의 아빠 조원표. 조원표는 병조판서로 상당한 권력가이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입궐하는 딸 조연희를 걱정하는 딸 바보라고 한다.
이후 영화 세 편이 허성태의 차기작으로 준비 중에 있다. <소년들>은 '삼례나라슈퍼사건' 재수사 과정을 극화한 작품으로 허성태는 황준철 형사(설경구)의 후배 형사로 출연한다. 하정우와 김남길을 주축으로 살인범을 추적하는 사람들을 그릴 <야행>에서도 허성태는 형사로 출연한다. 이정재의 연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헌트>는 1980년대 안기부 요원들의 첩보 영화. 이 영화에서 허성태는 안기부 요원 정철성을 맡아 김정도(정우성)의 충복으로 극을 이끌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로 한국 영화들의 개봉 연기가 이어지고 있어 세 작품 모두 언제 개봉할지는 미지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