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국제영화제가 끝난 지 한 달 만에 전북 지역에서 다시 영화 축제가 열린다. 이번에는 인구 2만 명의 작은 산골 마을 무주에서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성장해온 <무주산골영화제>가 올해로 벌써 10주년을 맞았다. 오는 6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무주군 일대에서 개최되는 이 낭만적인 영화축제를 위해 무주행 버스를 타보는 건 어떨까.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무주산골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는 여느 영화제와는 조금 다르다. 보통 영화제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시네필이 열광하는 실험적인 라인업을 선보인다면, 무주산골영화제는 평단의 반응이 입증된 개봉작과 대중성 있는 작품 위주로 상영작을 선정한다. 또한 대부분의 영화제가 도심에서 진행되는 것과 달리 무주산골영화제는 ‘무주의 자연 속’에서 열린다. 특히 무주등나무운동장과 덕유산 국립공원 대집회장에서 진행되는 야외 상영회는 산골영화제의 시그니처다.
초여름 무주의 숲속 공간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 영사기의 불빛 사이로 날아다니는 반딧불,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는 영화제의 진짜 주최자다. 수많은 관객이 별빛 아래에서 상영한 영화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는 이유이다.
라인업만큼은 소박하지 않다.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총 31개국 110편, 전체 상영장 확정!
개막작은 김태용 감독의 <新 청춘의 십자로>
무주등나무운동장 일대 5개의 실내 상영관과 3개의 야외상영장에서 열리는 올해는 31개국, 110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개막작은 김태용 감독의 <新 청춘의 십자로>다. 제1회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된 바 있는 <청춘의 십자로>는 영화 상영과 공연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김태용 감독의 연출 및 조희봉 배우의 변사 연기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태용 감독의 총 연출로 더욱 풍성하고 재밌어진 <新 청춘의 십자로>를 개막작으로 소개하여 무주산골영화제의 10주년을 기념하고 제1회 때의 벅찬 감흥을 재현하고자 한다.
개막작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창'섹션이다. 무주산골영화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창'섹션은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힌 동시대 한국 영화들을 상영하는 무주산골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이다. 그동안 <수련>(김이창), <남매의 여름밤>(윤단비), <김군>(강상우), <작은빛>(조민재), <한여름의 판타지아>(장건재), <죄 많은 소녀>(김의석)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수작들이 수상의 기쁨을 누리며, 관객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올해도 새로운 여성서사의 가능성을 찾아낸 수작, 개성있는 스타일, 독창적 형식, 신선한 내러티브가 돋보이는 작품 10편을 선정했다고 하니 동시대 한국영화의 지형도를 확인하고, 미래를 가늠하고자 하는 관객들에게 반가운 자리가 될 것이다.
이어 '시네아스트', '넥스트 액터', '키즈 스테이지' 섹션 등 영화의 미학적 지평을 넓힌 전 세계 다양한 신작을 소개하는 ‘판’섹션에는 올해 총 69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이외에도 고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편안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락’세션, 무주 군민을 위한 ‘길’섹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영화제 10주년을 맞아 준비된 특별 프로그램 [앙코르! 개막작], [앙코르!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를 주목하자. 역대 개막작과 무성영화 상영작 중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받은 4편을 앙코르 상영하여 그때 그 감동을 재현한다. [앙코르! 개막작]에서는 2018년 제6회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효녀심청>과 제7회 개막작이었던 <불가사리 힙합리부트> 두 편을, [앙코르!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에서는 선우정아와 염신혜의 라이브 연주가 함께 하는 찰리 채플린의 <키드>와 까데호의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지는 <시티 라이트>를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섹션은 덕유산국립공원에서 개최되는 심야 상영 프로그램 ‘숲’섹션. 올해는 2015년 제3회 무주산골영화제 상영작이었던 ‘비포시리즈(비포선라이즈, 비포선셋, 비포미드나잇)’를 재상영한다고 하니 숲속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말자!
2022 넥스트 액터=배우 전여빈
올해는 배우 전여빈이 산골영화제의 배우 특집 프로그램 '넥스트 액터 NEXT ACTOR'의 주인공으로 함께 한다. '넥스트 액터'는 자기만의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잠재력 높은 배우 한 명을 매년 선정해 그의 연기세계를 입체적이고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무주 산골 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
2019년 배우 박정민을 시작으로, 고아성, 안재홍을 차례로 선정하며 매년 특별한 라인업을 구축해 관객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영화제 기간 배우 전여빈의 연기 세계를 대표하는 장, 단편영화들을 상영할 예정이며, GV 및 스페셜 야외 토크도 마련된다.
'영화는 잘 기억 안 나지만, 영화를 보던 우리는 기억난다'
'영화는 잘 기억 안 나지만, 영화를 보던 우리는 기억난다'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은 한 관객의 말이다. 우리는 종종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봤던 장소, 함께 했던 사람이 영화에 대한 기억을 지배하는 경험을 한다. 갑갑하고 어두운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가 탁 트인 자연 속 야외 상영관에서 다르게 읽히는 이유다. 공간과 사람이 가진 힘을 믿는 관객이라면 오는 6월 무주에서 특별한 영화 경험을 해보길 추천한다.
작은 시골 마을도 영화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무주산골영화제. 자본이 중심이 되는 영화 산업 속에서 ‘영화와 관객이 가장 순수하게 만날 수 있는 다리’를 마련하겠다는 그 첫다짐 잊지 않고 이어가길 응원한다.
즐거운 야외 영화 관람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
무주산골영화제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래 팁을 참고하여 추위와 배고픔에 대비하길.
무주는 전북지역 유일의 스키장을 보유한 도시다. 극강의 일교차를 자랑하는 만큼 든든한 외투(패딩 추천)와 담요를 준비하자. 두툼한 캠핑매트, 핫팩도 있으면 좋다.
한낮의 햇빛을 가릴 모자와 선크림도 잊지 말자.
먹거리는 ‘이렇게 많이 가져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준비하자.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것이 낫더라.
문화기획자 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