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2>가 개봉 20일 째인 지금 무려 9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손석구는 대세 배우 타이틀에 이어 천만 배우 타이틀까지 목전에 둔 상태다. 그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부터 <DP>, 또 최근에는 <나의 해방일지> 속 ‘구씨’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속 비교적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조명 받지 못한 비운의 캐릭터가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의 ‘박우리’. 이름부터 어딘가 이상야릇하지만(?) 이대로 묻히기에 너무 아까운 그의 매력을 여러분께 소개하면서, 영화의 매력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손석구, 역시 '멜로가 체질'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배우들이 있다. 하지만 신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 세상의 배우들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라고 협박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아마 액션형과 멜로형으로 배우들을 구분 지을 것이다. 그리고 강인한 인상에 다부진 체격을 지닌 배우 손석구는 두말할 것 없이 액션형 카테고리에 범주화 될지도? 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멜로를 좋아하고,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두 가지를 합한 로맨틱 코미디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연애 빠진 로맨스>의 감독이자 독립영화계 로코물 거장 정가영 감독의 작품을 거의 다 봤을 만큼, 자신을 로코 덕후라고 설명했다. 그는 틀림없이 ‘멜로가 체질’인 배우다.
그래서일까? 그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사랑에 헌신할 줄 아는 순정파 섹스칼럼리스트 박우리를 섬세하고 탁월하게 그려냈다. 손석구는 실제 마지막 촬영 날, 전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직접 손 편지를 써오며 그의 순수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손 편지를 쓴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매 작품마다 손 편지를 쓰는 편이에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 박우리라면 더 그랬을 것 같아요” 라며 질문에 답을 이어갔다. 상대역을 맡은 전종서 역시, “손석구와 박우리와의 싱크로율은 100%를 넘어 120%는 되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둘의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을 보장했다.
무서울줄 알았는데(?)
달달한 로맨스 케미스트리
영화 <범죄도시 2>의 빌런 강해상과 <콜>의 사이코패스 영숙이가 만났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살벌한 스릴러가 아닌 두근두근 마음 떨리는 로맨스 영화에서 말이다. 두 배우 모두 전작에서의 이미지가 범상치 않았던 터라 스크린 속에서 부딪혔을 때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는데, 이게 웬걸? 걱정이 무색할 만큼, 손석구와 전종서는 박우리와 함자영 그 자체였다. 오고 가는 대사들이 굉장히 노골적이고 강렬한데, 배우들의 호연과 말맛이 더해져 전혀 야하지 않았다. 관객들에게 그들은 건강하고 섹시하며 유쾌하게 다가갔다.
전종서는 평소 자신의 소극적인 성격 탓에 작품을 같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른 연기자와 친해지는 편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손석구와는 촬영하지 않는 날에도 따로 만날 만큼 호흡이 좋았다고 전했다. 사석에서도 영화나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호흡을 맞출 만큼 자연스러운 자리를 많이 가질 만큼 말이다. 그런 부분들이 영화 속 자영이와 우리의 환상적 케미스트리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부끄럽지만 귀 기울이고 싶은 이야기?
‘몸은 외로운데, 감정 소모는 하기 싫어’ 다들 한 번쯤은 이런 감정 느껴보지 않으셨나? 데이팅 앱을 통해 욕망을 일시적으로 해소하고,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에 아파하는. 이 영화는 소위 외로운 MZ 세대들의 파격적인 사고방식을 다루고 있다. 전개를 잘못 펼치면, 음지로 흘러갈 법한 이야기를 수면 위로 재미있게 펼쳐내면서, 많은 이들을 공감하게 한다. 정가영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술집에서 친구들끼리 나누는 얘기처럼 부끄럽지만, 귀는 기울이고 싶은 작품” 이라고 말했다. 딱 그런 이이기가 응축되어 있다. 한마디로 내숭 떨지 않아 더 매력적인 작품이다.
발칙한 정가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
“나 영화 좋아한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여자 홍상수’로 정평이 나 있는 정가영 감독. 그의 전작인 <비치온더비치>, <밤치기>, <하트> 등을 살펴보면 뭐랄까. 정가영 감독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여성의 욕망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또, 연애와 섹스, 술과 밤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연기도 여느 배우 못지않게 잘해 본인의 수많은 작품 속에서 연출과 동시에 주연을 도맡아 왔다. 그렇게 독립 영화계의 지평을 천천히 넓혀오며, 2021년에 드디어 <연애 빠진 로맨스>로 첫 상업 영화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본래 영화의 제목은 <우리, 자영>이었으나, 세상과 타협(?)하여 제목을 수정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수정 전의 제목이 도발적이고 재기 발랄한 영화의 무드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업 영화에서는 과한 개성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일부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나 보다. 그렇게 정가영은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성까지 챙기는, 영리한 모습을 보였다. 다시 말해, 톡톡 튀면서도 찰진 대사를 영리하게 풀어내면서 대중적으로도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범죄도시 2>, <나의 해방일지>의 손석구를 여전히 추앙하고 싶다면, 손석구와 전종서의 선을 넘나드는[?] 로맨스 케미에 빠지고 싶다면,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에 빛나는 정가영 감독의 솔직담백한 연애담을 보고 싶다면, 이 작품 놓치지 말자. <연애 빠진 로맨스>는 현재 티빙과 캐치온에서 서비스 중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