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브렐러 아카데미>

넷플릭스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지난 2년의 공백을 깨고 시즌 3로 돌아올 예정이다. 사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시즌 2가 공개된 이후로 팬들 사이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배우 개개인의 이슈들도 문제지만, 드라마 자체적인 문제도 컸기 때문. 대표적인 이유로는 아마 '바냐' 캐릭터와 스토리 진행의 답답함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캐릭터가 이해되어서 재밌다는 반응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탈주 각'을 보는 팬들도 많아졌다. 이전부터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으로 꼽혀왔던 지라 둘 다 이해되는 상황이다. 각자 다른 의미로 기대가 큰 상태에서 과연 팬들의 '탈주 각'을 무효시킬 수 있을까. 이쯤 됐으면 오랫동안 맺혀있던 팬들의 응어리를 풀어줄 차례인 것 같다. 시즌 3에선 어떤 점이 바뀌었고 어떤 점을 기대하면 좋을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스패로우 아카데미'의 등장

'스패로우 아카데미', @twitter

이미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 마지막 화에서 새로운 캐릭터의 대거 등장이 예고되었다. 그들의 정체는 시간대가 뒤바뀐 2019년에서 건너온 스패로우 아카데미. 엄브렐러 아카데미 남매들이 시간여행하는 과정에서 타임라인이 꼬여 만들어진 집단으로 엄브렐러 아카데미와 구성된 형식이 똑같다. 그들이 있는 시간대엔 이미 죽었던 아버지 '레지널드'가 살아있으며 '포고'는 집사가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스패로우 아카데미의 멤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알 수 없지만 극단적인 비주얼을 가졌기에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팀워크가 엉망진창인 엄브렐러 아카데미와 비교되게끔 단체 유니폼까지 입고 있다. 팬들은 스패로우 아카데미의 등장으로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더욱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바냐'에 의한 종말을 걱정하던 이들이 이제 자신들로 인한 종말을 걱정하게 되다니. 매번 싸우기만 하고 사고만 치는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죽지 않은 '벤'이 있다?

넘버 6인 '벤'과 넘버 2인 '벤'

팬들의 아픈 손가락 '벤'이 눈 밑 점이 아니라, 앞머리를 올리고 돌아왔다. 기존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벤'은 유령인 신세로 '클라우스'만을 따라다니는 불운의 캐릭터였다.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재미는 있지만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결국 영원히 현실 세계를 떠나게 되어 슬퍼하던 팬들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벤'은 10화의 엔딩에서 스패로우 아카데미의 넘버 2로 다시 등장한다. 타인을 죽이는 걸 힘들어했던 기존의 '벤'과 다르게 스패로우 아카데미의 '벤'은 시니컬하고 잔인한 성격을 지녔다. 게다가 넘버 2를 맡을 만큼 고도로 훈련되어 강한 듯 보인다. 어린 시절 '벤'이 죽은 이후로 그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남매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지 않나.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인격을 가진 캐릭터 두 명을 표현하는 저스틴 민의 연기 또한 관점 포인트 중 하나다.

앞으로는 '바냐'가 아니라 '빅터'

엘리엇 페이지, @twitter

엘런 페이지가 성전환 후, 엘리엇 페이지가 되었다. 앞으로 자신을 'She' 대신 'He'나 'They'라고 불러달라 요청한 상태. 이를 두고 <엄브렐러 아카데미> 팬들은 캐릭터의 성별이 어떻게 되는 건지 의아해하였다. 냉담한 반응이라 할 순 있지만 그도 그럴 게, 극중 '바냐'가 '시시'와 러브라인을 가진 레즈비언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팬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으나 엘리엇 페이지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바냐 하그리브스 '가 아니라 '빅터 하그리브스'라며 공표했다. 이전에 제작진은 변동이 없을 거라 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결국 배우의 의사에 따라 캐릭터의 성별도 바뀌게 된 것. 흔치 않은 일이다. '바냐'의 커밍아웃이 작품 속에 어떻게 연출될지 시즌 3가 공개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배우와 캐릭터의 성별이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 캐릭터의 본질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제 누가 빌런이지?

달라도 너무 다른 '클라우스'와 '파이브'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여섯 남매는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히어로 집단이 아니다. 그보다는 문제 많은 가족 같다. 비록 피를 나누진 않았어도 양육자에 대한 트라우마와 개개인의 심리적인 이슈가 이들을 더욱 가족처럼 보이게 한다. 아이러니하지 않나. 타인을 힐난하고 잘못을 되묻는 상황이 반복되니 도리어 관계가 굳건해진다는 게.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유 없이 이상하지 않았다. 잘못된 양육자를 만나 서로가 서로의 가족이기에 이상해진 거다.

지구의 종말을 불러와 그걸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난리 법석이었다. 정해진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없고 죄다 망했다. 그래서 답답해하는 팬들이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쟤가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면 될 텐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토록 엉망이기에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매력적이다. 분명히 히어로물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자 많은 가족 구성원이라는 걸 끊임없이 명시해 주니까.

'바냐 하그리브스'

가장 답답한 캐릭터로 뽑히는 최종 빌런 '바냐'도 트라우마로 가득한 삶을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능력 없는 가짜 취급을 받아 형제들에게 항상 열등감을 느꼈지만 결국 아카데미 안에서 끝끝내 버텼다. 그 후 독립하여 외부 사람들에게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실체를 실토했다. 다른 남매들 모두 그 사실을 조롱하고 탓하면서도 존재감 없는 '바냐'가 세상의 종말을 야기할 만큼 강하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야 '바야'는 무능력하고 나약한 게 당연하니까.

가정 안에서 소외당하고 억압당한 '바냐'를 무조건 이해 안 되는 빌런이라 할 수 있겠는가. 가족들의 뒤늦은 노력으로 '바냐'가 더 이상 방황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시즌 3의 빌런은 누구일지 궁금하다. 또 다른 가정폭력의 피해자일까? 스패로우 아카데미의 등장으로 그들에게 주목이 가고 있지만 '진짜 빌런'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른다.

무엇에 쓰는 물건, 아니 사람이고?

넘버 7, '크리스토퍼 하그리브스'

스패로우 아카데미의 넘버 7은 큐브이면서 사람인 듯하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도 정확히 대답하기가 힘들다. 진정 사람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가족 구성원이라 해서 추측한 것이기 때문. 캐릭터 설명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하그리브스'는 기원을 알 수 없는 염력 큐브다. 공간을 얼어붙게끔 할 수 있고 상대를 마비시켜 공포를 느끼는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스패로우 아카데미 가족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조언자라고. 예고편에서 등장한 모습을 보니 생김새와 다르게 나름대로 귀여운 목소리도 가졌다. 다른 가족들이 러닝머신에서 운동할 때 공중에서 굴러다니며 함께 운동도 한다. 예상보다는 더 인간미 있을 것 같지 않나. 넘버 7인 '크리스토퍼'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된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3는 6월 22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김다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