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럭 뱅잉>는 크게 1부 '일방통행로'와 더불어 2부 '일화, 기호, 경이에 관한 소사전', 3부 '실천과 빈정거림 (시트콤)' 세 파트로 구성됐다. 무미건조해 보이는 부큐레슈티의 일상을 따라가는 '일방통행로'에 이어지는 2부는 '8월 23일(23 August)'부터 '선禪(Zen)'까지 알파벳 순서로 수십 개의 단어를 제시하고, 그 단어에 어울리는 별별 형식의 이미지가 나열되는 형식이다. 장편 작업 사이에 독특한 형식의 단편을 부지런히 내놓는 라두 주데답게, 단어를 설명하는 코멘트(감독이 직접 쓴 것이 아닌, 대부분 동서고금의 명사들이 남긴 말 - 출처를 명시하진 않는다 - 을 인용한 것이다)와 그를 수식하는 영상이 제각각 다르다. 이를테면 '부엌(cratiță)'은 정리되어 있지 않은 부엌을 보여주고 "'부엌일은 여자 몫이다'라고 할 때의 부엌"이라는 자막이, '주먹(pumn)'은 손목을 푸는 커다란 주먹을 비추고 "예수님에게도 이런 주먹이 있었다면 절대 십자가에서 죽진 않았을 것이다"라는 자막이 붙는 식. 미장센까지 갖춰 영화용 카메라로 찍은 것에서부터 역사적인 사건 현장을 기록한 푸티지, 휴대폰으로 촬영해 아무렇게나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짤막한 동영상까지 인용한 가운데 세계와 역사를 향한 날선 시선이 가득하다. 그리고 대망에서 3부에선 에미가 수많은 학부모들과 논쟁을 벌이는 블랙코미디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해지는 광경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