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우 투더 영 투더 우’에 빠졌다

이쯤 되면 거의 국민 드라마 수준이다. 아니 그럴지도 모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현재 반응을 보고 드는 생각이다. 지난 6월 29일 채널 ENA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첫 방영을 했던 드라마는 현재 대한민국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요새 어딜 가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목요일과 금요일이면 전날 에피소드가 대화의 주된 이야깃거리가 되고, ‘우영우 인사법’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 현상은 국내뿐 아니다. 심지어 일본 J 리그에서 어느 선수가 골을 넣고 ‘우영우 인사법 세레모니’를 할 정도다.

작중 우영우의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는 웃돈을 주고도 구할 수가 없을 만큼 인기 있다. 첫회 0.948%였던 전국 시청률은 매회 상승세를 기록하다가 지난 9회에서 15%를 훌쩍 넘겼다.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낮아 자사의 채널 번호를 홍보해야 했던 ENA는 이제 수, 목 밤 9시가 되면 너도나도 찾아보는 방송국이 되었다. 드라마에 잠시 등장한, 그저 평범해 보인 장소는 다음 날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른다.

이 작품을 전세계에 스트리밍하는 넷플릭스로 가보면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다. <이상한 변호사우영우>는 첫 방영 이후부터 대한민국 TOP 10에서 거의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이 작품이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보다, 잠시 그 자리를 놓쳤다는 게 더 뉴스가 된다. 해외에서 인기는 두 말하면 입운동이다. 일본, 태국, 대만, 베트남,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북미, 유럽에서도 10위권 안에 들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때 넷플릭스 TV 비영어권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아닌, 국내 동시 방영 드라마가 이 같은 기록을 세운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놀라운 일이다. 그야말로 ‘우영우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착한 드라마는 지루해? <우영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영우(박은빈)는 국내 1, 2위를 다투는 대형 로펌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다.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에 제12회 변호사 시험 1500점 이상 득점, 그리고 한 번 본 건 절대 잊지 않는 완전 기억능력까지 있는 천재다. 그러나 영우는 입사 전까지 제법 오랜 기간 동안 무직 상태였다. 이유는 단 하나, 영우에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한바다 입사 첫날에도 영우에 대한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지금은 그의 소중한 멘토가 된 정명석 변호사(강기영)도 처음에는 대표를 찾아가 우영우의 입사를 취소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주눅 들지 않았다. 특유의 천재성으로 자신이 맡은 사건을 해결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변호 실력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을 둘러싼 어려움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끈기와 긍정 마인드가 주위 사람들까지 함께 힘을 내게 만든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영우 옆에 이제는 든든한 아군들이 제법 많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여러모로 ‘착한 드라마’다. 당장 인물 설정만 봐도 그렇다. 극중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판타지에 가까울 정도로 선하고 무해하다. 그나마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정도가 빌런 포지션이라 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어찌 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에 불과한 수준이다. 스토리 전개도 악에 맞서려 더 큰 악을 동원한다던지, 이긴 자가 곧 정의라는 작품들과도 달리한다.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진실과 선(善), 그리고 양심의 가치를 강조한다. 소위 말하는 ‘사이다 전개’는 없지만, 영우의 성장에 통쾌함을 넘어서는 감동과 메시지를 담아냈다. “착한 드라마는 지루해”라는 편견을 작품은 흐뭇한 미소로 날려버린다.

지금까지 드라마가 다룬 사건들도 눈에 띈다. 이 작품은 법정 드라마라면 으레 다룰 법한 형사사건 대신, 사회적 약자에 관한 사건이나 일상에서 흔히 볼 법한 민사사건들을 주로 소개한다. 부부 사이의 상해 사건을 시작으로, 파혼의 책임, 형제간의 재산 다툼, 특허권을 둘러싼 논쟁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이는 법이 굉장히 전문적이고 복잡한 영역인 것은 맞지만, 한편으론 또 우리와 상당히 가까이 있다는 걸 다시금 곱씹게 하는 동시에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한다. 7, 8회 정도를 제외하면 한 회차에 하나의 사건을 다루는 빠른 전개도 몰입에 큰 도움이 된다.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려는 시도도 돋보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인물이 천재적인 지능을 겸비하거나, 한 분야에 특출난 재능을 가졌다는 설정은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 드라마 역시 익숙한 설정을 활용한 만큼,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불러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당연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보다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유는 ‘우영우가 모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이야기 곳곳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방영분(10회)에서 장애인의 성적 결정권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장애를 단순히 소재로 이용하지 않으려 하는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제작진이 삼고초려한 박은빈의 인생 연기, 신의 한 수로!

그러나 역시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이끈 일등공신은 단연 박은빈이다. 문지원 작가의 섬세한 각본이 캐릭터 구성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었겠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징을 현실적으로 살려내는 동시에, 순수함과 귀여운 매력을 겸비한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완성시킨 건 전적으로 박은빈의 공이 크다. 박은빈을 캐스팅하기 위해 1년 가까이 기다린 제작사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결론적으로 이 기다림은 드라마에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박은빈이 아닌 우영우 변호사라, 상상 조차 하기 싫다.

지금까지 우리는 영우의 성장을 함께 지켜봤다. 동료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변호사의 진정한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깨우치며, 기쁨과 좌절, 그리고 사랑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이 웃고 또 울었다. 부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마지막까지 이러한 선함과 감동을 선사하며 마무리될 수 있길, 또 우리도 이 작품을 통해 이전보다 성숙한 인식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글을 적는 지금, <우영우>는 10화까지 마무리되었다. 남은 에피소드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며, 작품이 지금까지 보여준 착한 에너지로 보는 이의 마음을 계속 따뜻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