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록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기타리스트에서 이제는 엄연한 솔로 아티스트로 저변을 넓힌 잭 화이트가 오는 11월 8일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화이트 스트라입스뿐만 아니라 그가 그동안 거쳤던 밴드들, 그의 솔로 음악까지 한자리에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공연을 기념하며, 영화 속 잭 화이트의 음악에 쓰인 케이스를 정리했다.


"Wayfaring Stranger"

Jack White

<콜드 마운틴>

Cold Mountain, 2003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두 앨범 <White Blood Cells>와 <Elephant>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면서 잭 화이트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전에 연기 경험이 없던 그가 니콜 키드먼, 주드 로, 르네 젤위거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대작 <콜드 마운틴>에 배우로 참여한 것 역시 그 지표가 될 것이다. 주인공들이 여정 중에 만나는 음악가 조지아를 연기했다. 민요 'Christmas Time will Soon be Over'와 'Wayfaring Stranger'를 직접 기타 치고 노래하는 신도 있다. 전자가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뛰어노는 모습을 꾸민다면, 'Wayfaring Stranger'를 부를 땐 조지아와 루비(르네 젤위거) 사이에 기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음을 드러낸다. 실제로 잭 화이트와 르네 젤위거는 <콜드 마운틴> 촬영 중에 연인이 됐다.


"We're Going to be Friends"

The White Stripes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Napoleon Dynamite, 2004

2004년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인디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는 아이다호 주 시골에 사는 나폴레옹이 새로운 친구 뎁과 페드로를 사귀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소 뻘쭘한 유머로 그려낸 작품이다. 오프닝 크레딧부터 범상치 않다. 감자튀김이 가득하고 주변에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 쓰인 접시가 나오고 이후 음식과 크레딧을 동시에 보여주는 플레이팅들이 이어진다. 지갑을 꺼내 그 안에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We're Going to be Friends'가 흐르기 시작하고, 캐릭터와 배우 소개가 하나하나씩 붙는다. 잭 화이트의 기타와 목소리로만 구성된 대개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음악에 비하면 단출한 곡인데, "우리는 친구가 될 거야"라는 제목은 영화의 테마를 아우른다.


"Another Way to Die"

Jack White & Alicia Keys

<퀀텀 오브 솔러스>

Quantum of Solace, 2008

'007' 시리즈의 오랜 전통 중 하나. 당대 가장 핫한 뮤지션이 주제가를 부르고, 그 트랙과 함께 '007' 특유의 화려한 비주얼이 담긴 오프닝 시퀀스가 흐른다는 점이다. 22번째 시리즈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두 번째 편인 <퀀텀 오브 솔러스>는 잭 화이트와 R&B 싱어송라이터 알리샤 키스가 주제곡의 주인공으로 초대됐다. 이전엔 거의 모든 곡이 솔로 아티스트의 것이었다면, 'Another Way to Die'는 최초의 듀엣곡으로 기획됐다. 두 아티스트 모두 직접 곡을 쓰지만 'Another Way to Die'는 잭 화이트 혼자 곡을 쓰는 건 물론 기타 피아노 드럼까지 직접 연주했고, 알리샤 키스는 보컬만 보탠 식으로 만들어졌다. <퀀텀 오브 솔러스>가 개봉한 2008년은 잭 화이트가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마지막 앨범 <Icky Thump>를 발표한 후, 새 밴드 데드 웨더를 결성하기 전 시기에 해당한다.


"Ball and Biscuit"

The White Stripes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소셜 네트워크> 역시 영화 오프닝부터 잭 화이트의 곡을 사용했다.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 '콜럼비아 픽쳐스' 로고가 나타날 때부터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Ball and Biscuit'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용한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온전히 듣긴 힘들다. 속사포 같은 대사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마크(제시 아이젠버그)는 에리카(루니 마라)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쉴 새 없이 재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고 (남 말 자르는 건 기본!) 4분도 안 돼서 에리카를 학을 떼며 자리를 뜨게 만든다. 전통적인 블루스 구조에 틈틈이 잭 화이트의 화려한 기타 연주가 더해지는 이 명곡은 평소 21세기에 만들어진 곡은 커버하지 않는 밥 딜런이 유일하게 연주한 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Blue Orchid"

The White Stripes

<그린 호넷>

The Green Hornet, 2011

<그린 호넷>의 감독 미셸 공드리는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명성을 날린 바 있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 미셸 공드리가 가장 많이 작업한 아티스트가 화이트 스트라입스였다. 특히 2002년과 2003년에 작업한 'Fell in Love with a Girl'과 'The Hardest Button to Button'는 21세기를 대표하는 뮤직비디오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공공연한 걸작으로 회자된다. 미셸 공드리는 (그 유명한 <이터널 선샤인> 바로 다음에 만든) 전작 <수면의 과학>에서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음악을 사용한 데 이어, 야심차게 작업한 슈퍼히어로 영화 <그린 호넷>에서도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Red Death at 6:14'와 'Blue Orchid'를 썼다. 'Blue Orchid'와 함께 브릿(세스 로건)이 카토(주걸륜)와 함께 그린 호넷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이어지는 시퀀스가 특히 재미있다.


"Fell In Love With A Girl"

The White Stripes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제니퍼 로렌스에게 최연소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도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음악이 쓰였다. 어쩌면 클라이막스와도 같은 신. 각자 배우자에 대한 상처를 품고 있는 티파니(제니퍼 로렌스)와 팻(브래들리 쿠퍼)은 댄스 대회 파트너가 되고, 징크스를 맹신하는 팻의 아버지에게 반박하기 위해 댄스 대회 평점으로 5점을 받겠다며 내기를 건다. 첫 곡은 스티비 원더의 'Don’t You Worry ‘Bout A Thing'로 가볍게 몸을 푼 두 사람은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펑크 트랙 'Fell In Love With A Girl'에 맞춰 격렬한 춤사위를 뽐낸다. 주변 관객들이 모두 아연실색할 만큼. 그렇게 달아오른 분위기는 데이브 브루벡의 재즈 'Maria'와 함께 로맨틱하게 무르익는다.


"Apple Blossom"

The White Stripes

<헤이트풀 8>

The Hateful Eight, 2015

쿠엔틴 타란티노는 잘 알려진 것처럼 자신이 직접 선정한 과거 명곡들을 촘촘히 배치해 오리지널 스코어를 대체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헤이트풀 8>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수많은 영화에 인용하면서 존경을 바쳐온 영화음악의 대가 엔니오 모리코네와 함께 오리지널 스코어를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그런 와중에도 기존의 곡들을 드문드문 배치하긴 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초창기 명곡 'Apple Blossom' 역시 그 중 하나인데, 쿠엔틴 타란티노의 지난 선곡이 대부분 1980년대 이전에 발표된 곡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Apple Blossom'이 타란티노에게 얼마나 각별한 곡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상금 사냥꾼(새뮤얼 L. 잭슨)이 교수형 집행인(커트 러셀)에게 붙들린 죄수(제니퍼 제이슨 리)와 함께 마차를 타고 가는 기묘한 상황에 쓰였다.


"Seven Nation Army"

The White Stripes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잭 화이트의 내한공연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곡은 무엇일까. 아마도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Seven Nation Army'가 아닐까. 낮은 기타 소리로 베이스를 대신한 리프로 문을 여는 초반부터 록의 박력이 휘몰아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청자를 완벽하게 사로잡는, 무엇보다 라이브 공연의 묘미를 최상으로 느낄 수 있는 트랙일 터. 'Seven Nation Army'를 인용한 수많은 영화 가운데서 선택한 영화는 DC 히어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붙잡혀 있던 데드샷(윌 스미스)와 할리 퀸(마고 로비)이 미드시티를 도착한 군대와 신경전을 벌이는 신에 짤막하게 쓰였다. 이번 투어 셋리스트에 의하면, 잭 화이트는 마지막 앵콜곡으로 'Seven Nation Army' 라이브를 선보일 것이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