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우주에 있는 여러 강력한 존재들 중에 엘더스 오브 디 유니버스라는 무리가 있다. 우리말로 하자면 우주의 원로들 또는 우주의 장로들이 된다. 영화에도 등장한 그랜드마스터와 컬렉터가 바로 이들의 일원으로, 둘은 서로를 형제라고 부르지만 친형제는 아니고 의형제라고 할 수 있는 사이이다.
우주의 원로들이 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6년 <어벤저스> 28호에서부터였다. 이들은 셀레스티얼이 만든 각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로, 빅뱅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에너지를 받아 진화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비슷한 처지의 원로들이 의형제 관계를 맺은 것이며, 이들이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통 약 55억살 정도 된다고 하며, 그 수는 천 명이 넘는다. 그야말로 “라떼는 말이야~” 하고 레전드급의 추억팔이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하지만 모순되는 설정도 존재하는데, 종의 마지막 생존자라면서 그랜드마스터나 컬렉터에겐 각각 가족이 있기도 하고, 살아있는 행성 에고와 인비트위너 같은 경우엔 후에 다른 이들이 만든 생명체이다.
이들은 현재 우주를 만든 빅뱅에서 남은 잔여 에너지를 얻었다. 그 덕분에 각 원로들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해도 초인적인 능력들을 가진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기나긴 생애를 보내기 위해 취미에 몰두하기도 한다. 서로 잘 만나지 않는 편인데, 어쩌다 회의라도 하게 되면 대체로 살아있는 행성 에고에서 모인다. 다른 곳에서 만나면 에고가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로들은 이름처럼 나름 마블 유니버스에서 한 자리하는 존재들이긴 하지만, 좋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중 일부는 갤럭투스를 죽여서 기존 우주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탄생한 우주에서 자신들이 갤럭투스 같은 존재가 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우주 저 멀리서 히어로들의 재롱잔치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마블 최강의 어르신들을 살펴보자.
그랜드마스터
사카아르 행성에서 토르와 헐크를 대결시킨 그랜드마스터는, 원작에서 수많은 이들을 자신의 게임에 참여시켜 괴롭혀온 게임광이다. 게임의 대가가 되어 엔 드위 가스트라는 본명 대신에 그랜드마스터라로 불리게 될 정도로, 모든 열정을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게임에 쏟아 붓고 있다. 그에 의해 강제로 게임을 치러야 했던 이들 중에는 어벤저스와 디펜더스를 비롯, 다른 차원의 히어로들이 있었으며, 심지어 DC 유니버스의 저스티스 리그도 포함되었다. 엑스맨이자 팝가수인 대즐러를 짝사랑해서 구애를 위한 게임을 벌인 적도 있다. 영화에서는 제프 골드블럼이 맡아서 장난스럽지만 권위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컬렉터
별다른 삶의 목적이 없던 타닐리어 티반은 가족을 잃은 뒤에 자신의 예지력으로 우주가 파괴되는 장면을 보고, 다음 우주에 문화와 지식을 전수하기 위해서 우주 전역에서 각종 생명체와 유물을 수집하는 것에 헌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집착이 심해지면서, 애초의 목적을 잊고 수집에만 열중하게 되었다. 현재 10만 행성에서 모은 유물을 갖고 있다고 전해지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로켓 등을 수집하기 위해 노렸다. 영화에서는 베니시오 델 토로가 맡아서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챌린저
원래 ‘그랜드마스터’라는 별칭은 챌린저의 것이었다. 게임을 즐기는 그는 스스로를 그랜드마스터라고 불렀으나, 게임 친구인 엔 드위 가스트와의 내기에서 지는 바람에 별칭을 빼앗기고 추방되었다. 그 뒤로 엔 드위 가스트가 새로운 그랜드마스터가 되었고, 원조는 도전하는 입장인 챌린저가 되었다.
챔피언
챔피언이란 이름답게 이곳 저곳 다니면서 시합을 신청하고 꼭 승리해야만 직성이 풀라는 성격으로 지구에서도 몇몇 히어로들과 싸웠다. 빅뱅 이전에 존재했던 우주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멀티버스의 위협이 되자, 이들을 상대할 용사로 멀티버스의 데드풀들이 선택받았다. 챔피언은 이렇게 구성된 데드풀 군단이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직접 도전했으나 패배했고, 오히려 데드풀 군단에 합류했다.
에고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에서는 스타로드의 친부이자 셀레스티얼 일족으로 표현되었지만, 원작에선 신성의 폭발로 인해 어느 행성의 모든 생명체들이 하나로 합쳐져 진화된 존재이다. 행성 자체가 자아를 지닌 하나의 생명체이므로 ‘살아있는 행성’이라고 불리며, 자신의 종족 중 마지막이기 때문에 우주의 원로 자격을 얻었다. 행성 포식자인 갤럭투스가 에고를 먹으려고 공격했을 때 토르가 이를 막기 위해 도와준 적도 있으나, 에고가 위협이 되었을 때엔 파괴하려고도 했다.
스트레인저
스트레인저는 이터널스에게 파괴당한 행성의 생존자들이 하나의 복합체로 합병된 존재라고 한다. 의도적으로 신성을 폭발시켜 에고를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지구에 관심이 많은데,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이터널스를 없애려는 목적으로 직접 지구에서 뮤턴트들을 진화시켰다고 한다. 전능에 가까운 능력자로 갤럭투스나 셀레스티얼에 맞먹는 수준이다.
인비트위너
우주의 존재인 로드 카오스와 마스터 오더가 만든 인비트위너는 창조자를 대신해서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고, 그로 인해 우주의 원로 반열에 올랐다.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 선과 악, 논리와 감정, 신과 인간 같은 주요 개념들이 모두 인비트위너의 역할이다. 절반은 혼돈을 상징하는 검은색, 나머지 절반은 질서를 상징하는 흰색으로 표현된다. 한때 타노스에 의해 깨진 우주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 인조인간 애덤 워록에게 강제로 그 역할을 맡기려고 시도했는데, 이는 워록을 미치게 만들어서 아주 사악한 인격이 나타나도록 만들었다.
보이저
그랜드마스터의 딸인 보이저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게임을 지켜보며 자랐다. 챌린저가 ‘그랜드마스터’의 칭호를 되찾기 위해 도전했을 때, 그랜드마스터는 보이저를 활용했다.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을 가진 보이저는 어벤저스 멤버들의 기억을 속여서, 자신이 어벤저스 원년 멤버였던 것으로 믿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구에서 벌이는 그랜드마스터와 챌린저의 게임 대결에 어벤저스가 플레이어로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히어로들로부터 진정한 영웅심과 이타심을 배운 보이저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지구를 구했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