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이다. 이 포스터를 기억하는가. <데드풀>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싹쓸이한 것처럼 제작한 이 포스터의 농담이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라이언 레이놀즈가 (농담이지만) 오스카 욕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해외 버전 포스터에 따르면 ‘최고의 사진상’(Best Picture, 작품상 아님)을 수상한 ‘곰 가죽 러그에 누워 있는 데드풀’ 사진.

영미권의 시상식 시즌을 맞이해 <위싱턴 포스트> 등 외신들은 <데드풀>이 2월26일(현지시간) 열리는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의 후보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만약 <데드풀>이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르고 수상까지 하게 된다면? 그건 큰 사건이다. 지금까지 슈퍼 히어로 영화가 89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의 작품상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09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않을까’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결국 지명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12일 <데드풀>의 골든글로브 후보 지명 소식을 듣고 라이언 레이놀즈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데드풀>의 오스카 입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건 ‘오스카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영향이 크다. <데드풀>은 뮤지컬 코미디 부문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대신 라이언 레이놀즈와 앤드루 가필드의 키스를 볼 수 있었다) 골든글로브의 74년 역사에서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66회 골든글로브에서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적은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키스한 라이언 레이놀즈와 앤드루 가필드와 그 장면을 보는 앤드루 가필의 전 애인 엠마 스톤.
라이언 레이놀즈는 크리틱초이스어워즈에서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 이전에는 22회 크리틱초이스어워즈가 있었다. 방송영화비평가협회가 주관하는 크리틱초이스어워즈는 지난해 12월11일에 열렸다. <데드풀>은 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의 후보에는 <나이스 가이즈>의 라이언 고슬링, <플로렌스>의 휴 그랜트, <센트럴 인텔리전스>의 드웨인 존슨, <캡틴 판타스틱>의 비고 모텐슨이 있었다.

<데드풀>의 미국작가조합상(WGA), 미국제작자조합상(PGA) 후보 등극을 축하합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데드풀>의 오스카 입성 가능성을 높이는 징후는 계속 발견된다. 미국의 시상식은 정말 많다. 2월19일 열리는 미국작가조합상이 있다. 여기에 <데드풀>이 각색상 부문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1월28일 열리는 미국제작자조합상에도 후보 지명됐다. <라라랜드> <로스트 인 더스트> <컨택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등과 경쟁한다.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녹터널 애니멀> <재키> 등은 포함되지 못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작가 조합상에 주목했다. 골든글로브(외신기자협회)와 크리틱초이스어워즈(평론가협회)의 심사위원과 아카데미 심사위원 구성원이 겹치는 경우는 극소수이지만 미국작가조합의 경우는 다르다는 거다. 미국작가조합 소속의 심사위원이면서 아카데미 멤버인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미국제작자조합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데드풀>의 오스카 후보에 관한 <위싱턴 포스트>의 기사를 인용하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면 세계에서 가장 웃긴(ridiculous) 리액션 비디오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입을 꼬메버린 데드풀이 등장하는 <엑스맨 탄생: 울버린>.
휴 잭맨 가면을 쓴 데드풀. 울버린과 진짜 데드풀의 제대로 된 콜라보레이션은 진정 볼 수 없는가.

마지막 울버린 영화인 <로건>의 주인공 휴 잭맨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코믹북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 변화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휴 잭맨은 “내가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를 맡았을 때 <다크나이트>가 후보로 지명받지 못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얘기가 많았다”며 “장르는 진화한다”고 말했다.

<데드풀>의 오스카 작품상 후보 지명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데드풀2>에서 나, 오스카 시상식도 갔다왔다”며 관객을 향해 우쭐대는 데드풀의 발언을 듣게 되지 않을까. 라이언 레이놀즈는 <엑스맨 탄생: 울버린>과 ‘반지닦이’(<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 시절의 굴육을 이겨냈다. 10년 동안 매달린 <데드풀>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데드풀>은 슈퍼 히어로 영화 치고는 저예산인 5800만 달러로 제작됐다. 영화 속에서도 저예산 드립을 쉽게 찾을 수 있다. R등급 슈퍼 히어로 영화라 제작사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제작사의 무관심 덕에) 흥행은 대박이었다. 전 세계에서 약 7억8천만 달러를 벌어들여 제작비의 약 13배 수익을 거뒀다. <데드풀>은 2016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영화, 불법다운로드가 가장 많이 이뤄진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모두의 관심을 모으는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는 1월24일(현지시간) 이뤄진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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