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콘텐츠가 넘쳐난다. 팬데믹을 거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OTT 중 선두주자는 단연 넷플릭스! 피곤한 몸을 소파에 누이고 통쾌한 복수극이나 신나는 액션 영화로 2시간을 보내면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만 같다. 그런데 어김없이 시작되는 아침과 되풀이되는 일상 중에 잠깐의 넷플릭스 시청으로는 근본적인 회복이 어려운 것이 사실. 이럴 때 <넷플릭스>가 최근에 공개한 보석 같은 다큐멘터리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감독 조나 힐, 2023)를 추천한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주변과 소통이 힘든 당신의 멘탈을 완벽하게 붙잡아 줄 ‘시네마테라피’의 정석이기 때문이다.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는 다큐멘터리다.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조나 힐과 정신과 의사 필 스터츠가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영화로 담았다. 필 스터츠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정신과 의사로,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심리 치료에 회의적인 환자들을 포함해 세계적인 예술가 및 비즈니스 리더 등 셀 수 없이 많은 환자를 돌봤다. 환자의 이야기를 수용하기만 하는 전통적인 심리 치료에 회의를 느껴, 즉각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즉 ‘툴(tool)’을 개발했다. 툴이란 자신의 마음 상태를 바꿀 수 있는 도구이다. 수많은 임상을 통한 그의 치료법은 2012년 『툴스(The Tools)』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감독 조나 힐은 2017년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지쳤을 때 스터츠를 만났다. 스터츠는 심신미약 상태에 빠진 조나 힐과 대화하며 그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과정에서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조나 힐은 절망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조나 힐은 자신이 경험한 이 놀라운 툴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는 정신과 의사 필 스터츠의 생애를 조명하고, 그를 대표하는 치료 이론 중 시각화 훈련인 ‘툴(The Tools)’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작고 노란 메모지에 떨리는 손으로 그린 단순한 이 그림들은 힘든 마음에 강력하게 작동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20대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스터츠는 영화 내내 농담을 던지며 유쾌함을 잃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또한 조나 힐은 환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의사인 스터츠의 내면까지 파고 들어가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는 일반적인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뒤집는 색다른 세션을 관객에게 체험하게 한다.
두 사람은 영화에서 유쾌하고 솔직하며 치유적인 방식으로 툴을 경험한다. 그동안 겪어온 정신적인 여정에 대해 개인적이고도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바탕으로 정감 어린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찾고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인 ‘툴’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일상과 소통에 지친 당신의 정신 건강을 향한 아름다운 여정을 기원하며.
첫 번째 툴, ‘삶의 원동력’을 찾아라!
조나 힐 감독의 인생을 즉각적으로 바꾼 첫 번째 툴이다.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우울감에 사로잡혀 도무지 무얼 할지 모른다면? 게다가 제멋대로에 게으르기까지 하다고? 인생의 목적이 뭔지만 안다면 정말 열심히 노력할 거라고?
스터츠 박사는 여기서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툴인 ‘원동력’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무얼 해야 할지,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삶에 원동력을 불러일으키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원동력은 피라미드 형태로 그릴 수 있는데, 3단계로 이뤄진다. 가장 아래가 자신의 육체와의 관계, 그 위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 가장 높은 단계가 바로 자신과의 관계이다.
어렵다고? 아니다. 육체와의 관계에서는 몸이 잘 돌아가게만 하면 된다.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운동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식습관과 수면 습관이다. 스터츠 박사는 단언한다. 이 육체적 단계만 해결하면 85% 정도는 나아진다고. 핑계대지 말고 당장 움직이라고 말이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 문제에 봉착한다. 사람은 우울해지면 인간관계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뒤로 한발짝 물러선다. 마치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배처럼. 스터츠 박사는 마냥 기다리는 걸로는 기회를 포착할 수 없으니, 별 흥미가 없더라도 점심 약속을 잡고, 어찌 됐든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관계를 이어가라고 덧붙인다.
마지막 단계는 자기 자신, 그러니까 무의식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 무의식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무엇이 내재되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 여기서 스터츠 박사가 제안하는 묘책은 ‘글쓰기’다. 글을 쓰면 우선 자신과의 관계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일기의 형식을 추천한다. 본인도 몰랐던 사실이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 작가가 아니고, 재미 없는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거울과도 같은 글쓰기를 통해 무의식을 탐구해보자.
두 번째 툴, 불가능을 상징하는 목소리, ‘X 파트’를 직면하라!
X 파트는 비판하는 자아, 반사회적 자아이다. 이 보이지 않는 힘은 우리의 변화나 성장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진화하지 못하게 막으려 하고 잠재력을 차단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X 파트는 불가능을 상징하는 목소리이다. 우리가 무얼 해야 하든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포기하라고 말한다. 과거에 실패했던 구체적인 기록을 들이밀면서,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
여기서 드는 의심 하나. 과연 완벽해 보이는 스터츠 박사에게도 X 파트가 있을까? 그렇다. 자신이 고안해낸 모든 툴들이 다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기는 생각이다. 또 자신은 이 툴을 뿌듯해해도, 사회 깊숙이 퍼지진 못할 거라는 방해의 목소리이다.
영화에서 조나 힐이 진지하게 묻는다. 그렇다면 X 파트를 어떻게 없앨 수 있느냐고. 스터츠 박사는 이를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의 3가지 측면으로 설명한다. 바로 고통, 불확실성 그리고 끝없는 노력이다. 이 세 가지는 반드시 감수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더 주목할만 한 부분은 X 파트를 제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야기로 치면 악당에 해당하는 X 파트를 물리침으로써 주인공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X 파트의 부정성이 우리의 변화와 용기, 대담함을 이끌어내 성장하게 해준다는 역설이다.
그려면 X 파트가 나타났을 때 이걸 무력하게 할 툴은 무엇일까? 이를 배울 수 있다면 인생 역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마치 스파이더맨에게 삼촌이 해줬던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큰 역경일수록 더 큰 기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세 번째 툴, ‘진주목걸이’를 꿰어라!
툴이 있다면, 그 툴을 안다면 부정적인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계속해서 전진해야 하는 이유다. 조나 힐 감독을 무기력함에서 깨어내게 한 툴이기도 했던 건 바로 진주목걸이 꿰기이다. 스터츠 박사는 메모지에 그림을 그린다. 원 하나, 선 하나, 다시 원 하나, 선 하나. 원 하나하나는 각각의 행동이다. 정해진 시간에 아침에 일어나는 일, 맛있는 식사를 하는 일, 간단한 운동을 하는 일 등이 각각의 원 안에 들어간다. 여기서 핵심은 모든 행동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자신이 대단하지도 못나지도 않았다는 것.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X 파트를 뒤로 하고, 실패하든 성공하든 계속 전진해야 한다. 진주를 꿸 사람은 자신이라는 사실만 깨달으면 된다!
여기서 잠깐. 스터츠 박사는 원마다 작은 점들을 그려 넣는다. 이른바 ‘똥’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 노력들이 각각의 원을 그리고 선으로 이어져 다음 원으로 연결되지만, 모든 행동의 결과물이 절대 완벽할 수는 없다는 뜻. 스터츠 박사는 이를 똥으로 표현한다. 똥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중요하지 않다. 집중할 것은 오로지 전진이다. 그래야 다음 진주(원)를 꿸 수 있으니까.
네 번째 툴, 그림자를 인정하라!
모든 사람에게는 그림자가 있다. 본인 스스로 부끄럽게 느끼는 부분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그림자를 찾는 일. 스터츠 박사는 이를 위해 상상력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눈을 감고, 인생의 어느 시점을 떠올려 보는 것. 열등감이 들고 당황스러웠던 순간, 거절당하고 낙담했던 때, 너무도 수치스러워 내가 아니었으면 하고 바라는 순간을 말이다.
영화에서 조나 힐 감독은 열네 살의 자신을 발견한다. 고도 비만에 여드름투성이 소년의 모습이다. 스터츠 박사는 조나 힐 감독에게 말한다. 그림자가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보라고. 상처받았다고, 화나고 속상하다고 말하는 그림자. 자신을 받아들여달라고 요구하는 그림자. 스터츠 박사는 그림자를 직면하고 인정하면서 자신과의 관계가 나아진다고 말한다. 수줍을 때나, 발표할 때, 심지어 배우자에게 맞서야 할(!) 때에 그림자를 활용할 수도 있다면서 말이다.
그림자와 조화로운 관계를 이룬 사람은 완전함을 느낀다. 중요한 건 진실된 나에게 만족하면 다른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덜 받게 된다는 것. 그림자를 존중하지 않으면 파괴적인 활동을 하도록 하니, 이 툴을 활용해 즉각적으로 기분이 나아지고, 한 인간으로서 지향점을 철학적으로 탐구하게 된다. 자, 당신의 그림자를 직면하고 인정할 준비가 되었다면? 다음 툴을 배워보자.
다섯 번째 툴, 착각에 빠뜨리는 ‘스냅숏’을 경계하라!
스냅숏은 완벽한 경험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터츠 박사는 이를 전형적인 X 파트의 하나로 본다. 예를 들어보자. 누구나 추구하는 대상이 있다. 엄청난 돈과 멋진 자동차, 높은 권력과 사회적 지위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스터츠 박사는 경고한다. 이것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머릿속의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자신이 찍은 스냅숏 때문에 스스로를 무능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 완벽한 세계에 들어가면 완벽해질 거라는 환상에 빠져서. 하지만 스터츠 박사의 이전 조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 있어 3가지 측면 즉 고통, 불확실성, 끝없는 노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이번 시험만 합격하면, 이번 인사평가에서 승진만 하면, 더 큰 집으로 이사만 가면, 연봉만 1억이 넘으면 모든 일이 마법처럼 바뀔 것이라고. 하지만 인생은 한 순간의 모습에 멈춰 있는 스냅숏이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영상과 같다. 조나 힐 감독 역시 이른 나이에 헐리우드에서 성공을 경험했지만, 그림자를 직시하지 못해 우울증에 빠졌다.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차단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스터츠 박사의 경고처럼 미로에 빠지게 된다. X 파트의 결과물인 미로에 갇혀 다른 사람에게만 신경 쓰고, 남들의 이야기에만 귀기울이며 화를 낸다. 덧없이 흐르는 시간에 우리의 인생을 허비하면서.
여섯 번째 툴, 능동적으로 사랑하라!
자, 이제 우리 인생을 더 이상 허비하고 싶지 않다면? 남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기보다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스터츠 박사의 조언 ‘능동적 사랑’에 집중하자. 우선, 눈을 감고 자신이 사랑으로만 가득찬 우주에 둘러싸여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래. 스터츠 박사도 인정한다. 미친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고 그렇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속는 셈 치고 다시 한번 해보자. 자 온 우주의 사랑이 서서히 당신의 마음을 채운다. 자신을 가득 채운 사랑의 기운을 화를 돋운 사람에게, 미워하고 경멸하는 사람에게 쏘아 보내자. 하나도 남김없이.
중요한 건 자신의 사랑이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는 걸 느끼는 것이다. ‘이런 XX과도 하나가 될 수 있다면 누구하고든 하나가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당신은 숙달된 저문가다! 미운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로 오해하면 안 된다. 이건 남을 용서하는 행위도 아니고, 타인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스터츠 박사는 스스로 완전한 기분을 느끼고 미로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 스스로의 삶에서 창조자가 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일곱 번째 툴, 적극적으로 수용하라!
6단계까지 성공했다면 이미 당신의 멘탈은 이미 굳건한 대지에 뿌리내린 상태! 하지만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다면 다음 툴인 ‘적극적 수용’을 실천해 보자.
‘내일 만회하면 되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가 부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자기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은 절대 금지! 그러니까 우리 목적에 배치되는 반추 행위는 금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적극적 수용을 활용한 조나 힐 감독의 사례가 영화에서 공개된다. 전날 밤 잠이 안 온다. 다음 날 촬영에 지장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억지로 잠을 청하는 대신, 적극적 수용 툴을 이용해 다음 날 촬영에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
여덟 번째 툴, 감사의 흐름을 이어가라!
X 파트는 부정적인 흐름을 조장해서 우리 마음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먹구름이 끼면 우리는 태양을 볼 수 없다. 아니, 태양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관건은 이 먹구름을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인데, 태양 존재 자체까지 잊게 만드는 이 죽일 놈의 X 파트!
스터츠 박사는 말한다. 우리 마음을 끊임없이 부정적으로 끌고 가는 X 파트를 물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긍정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감사의 흐름’ 툴이다.
우선 눈을 감고 감사할 대상을 떠올려 보자. 두세 개, 최대 네 개 정도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감사하는 대상이 아니라 감사할 대상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아직 똥오줌을 못 가리는 우리집 강아지를 떠올리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고마운 마음을 느낄수록 힘이 강해진다. 여기서 그 마음을 차단하면 된다. 더 커지면 그 마음에 잠식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이 느려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따뜻하게 위로받는 마음을 느꼈다면 성공. 다만, 같은 대상에 연거푸 감사하다고 말하지 않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그렇게 우리는 먹구름을 뚫고 다시 태양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툴, 상실에서 벗어나려면 애착을 버려라!
스터츠 박사의 여러 툴은 정말 실용적이지만, 마지막 툴은 정말 실천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우리는 대부분 상실을 경험하면 우울감에 빠져서 희망을 놔버린다. 대다수가 상실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 스터츠 박사는 상실 대처에도 훈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툴이 ‘애착 놓아버리기’라고 말한다.
애착을 놓아버리기 툴의 목적은 단순하다. 버리는 힘을 기르는 것. 얻으려고 할 수 있지만 기꺼이 갖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애착이 생긴 대상은 물건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있다. 형태에 상관없이 놓아버리면 두려운 일이 생길 것 같은 대상이다.
스터츠 박사는 또 한번 상상하기를 권한다. 물질적인 형태가 아니라고 해도 그것을 손에 꽉 쥐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마치 나뭇가지를 꽉 쥔 것처럼. 무섭고 두렵지만, 이제 손을 놓아보자. 땅으로 떨어지지만 놀라우리마늠 천천히 부드럽게 떨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자. ‘난 모든 것을 잃을 각오가 되어 있어’라고 그 순간 태양의 표면에 닿게 되고 모든 것이 소멸한다. 인간의 육체라는 도구가 사라지면, 소유도 불가능한 것. 이제 우리는 태양의 일부가 된 것이다.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가 영화적으로 놀라운 사실은 다큐멘터리라는 특성에서 잘 드러난다. 조나 힐 감독이 자신이 치료받고 감명받았던 스터츠 박사의 툴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는 초반에 고착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저 툴을 소개하려는 감독의 마음과, 그 안에서 자신의 속마음 말하기를 거부하는 개인 조나 힐이 부딪히기 때문. 알맹이 없이 껍질만 소개하려니 울림이 없는 것이다.
고착상태에 빠진 영화를 전진시키기 위해 조나 힐 감독이 선택한 건 정면돌파이다. 자신의 어릴 적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어머니를 스튜디오에 초대하고, 그림자를 인정하면서 영화는 진실성을 획득한다.
더욱 흥미로운 지점은 완벽하게만 보이는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 스터츠 박사 역시 연약한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영화 후반부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왜 여자를 만나는 데 문제가 있었는지, 평생을 함께 하고픈 여인을 만났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조나 힐 감독은 어느새 의사의 모습으로 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스터츠 박사는 내면 깊숙이 숨겨뒀던 그림자를 마주한다. 다큐멘터리만이 성취할 수 있는 놀라운 영화적 순간이요, 영화의 마력이다. 자, 영화 이야기는 여기까지. 스터츠 박사의 다음 씨네마테라피는 당신 차례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